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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4기통, S60 폴스타 & AMG A 45
2017-04-28 12:54:33
글
김준혁 기자
엔진 출력의 합이 748마력에 달하면 엔진당 370마력은 된다는 얘기다. 놀라운 힘이다. 그런데 이 힘이 6기통도 8기통도 아닌 4기통 2.0L 엔진에서 나온다면? 놀라움은 몇배가 된다.
놀라움의 시작은 2013년 나온 AMG A 45(당시엔 A45 AMG)였다. 4기통 2.0L 엔진으로 360마력이라는 엄청난 힘을 뽑아냈으니 세계가 주목할 만했다. 이후 여기저기서 AMG 엔진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림없었다.
그런데 적수가 나타났다. 놀랍게도 도전자는 볼보에서 나왔다. 좀더 구체적으로 폴스타 버전의 S60다. 폴스타에서 내놓은 엔진은 4기통 2.0L로, 최고출력 367마력을 뽑아낸다. 2015년 하반기 AMG A 45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최고출력을 381마력으로 끌어올리긴 했지만, A 45 입장에선 제대로 임자를 만난 셈이다.
S60 폴스타의 겉모습은 차분하다. 눈에 띄는 것이라곤 20인치의 화려한 휠 정도다. 조금 더 주의 깊게 살피면 프론트 범퍼의 긴 스플리터, 리어 디퓨저, 트렁크 리드에 달린 스포일러를 발견할 수 있다. 시승차에 적용된 눈에 띄는 푸른색이 아니었다면 폴스타의 존재감은 더 약했을지 모른다.
반면 AMG A 45는 악동 같은 이미지다. 칼로 도려낸 듯한 프론트 범퍼의 깊은 흡기구는 시작에 불과하다. WRC 경주차 못지않은 커다란 리어윙과 AMG GT보다도 화려한 디퓨저, 4가닥의 머플러를 보면 누구나 이 차가 빠르고 강하다는 생각을 할 게 분명하다. 그 실체를 마주하는 순간에는 어마어마한 속도에 놀랄 것이다.
그 놀라움은 직분사 터보 엔진에서 비롯된다. A 45의 엔진은 터보차저를 1개만 쓰는 ?트윈스크롤도 아닌- 비교적 단순한 방식이다. 하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가속력 하나만큼은 핫해치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스포츠카와 붙어볼 만한 수준이다.
2,000rpm 이하에서 나타나는 순간적인 터보 래그는 자만하지 말라는 무언의 충고 같다. 하지만 충고는 컴포트 모드일 때만 나타날 뿐,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사라지고 만다. 터빈이 계속 돌도록 컴포트 모드보다 회전수를 500rpm 정도 높게 유지시키기 때문에 터보 래그가 나타날 틈이 줄어든다. 일정선을 넘어서면 실내에 있는 모든 -탑승객을 포함한- 집기들이 관성의 법칙에 반응하는 가속력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기어비가 짧은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발판 삼아 6,000rpm까지 회전수를 쭉쭉 올리면 정신 차리기 어려운 가속력이 뿜어져나온다. 100km/h를 넘어서는 것은 예삿일이고, 조금만 힘을 주면 앞자리 숫자를 2로 바꿀 수 있다. 기어 단수와 속도를 올릴수록 뒤쪽에서 부르릉 하며 터지는 배기음은 더 빨리 달리라는 기분 좋은 압박으로 느껴진다.
다만, 고회전으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모습에서 배기량의 한계가 드러난다. 변속기를 자동으로 맞추면 최고출력이 나오는 6,000rpm이 되기 전인 5,500rpm에서 저절로 업시프트 되는 것도 약간 맥 빠지는 부분. 이럴 땐 주행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에 두고 액셀 페달을 다그치거나, 변속기를 수동 모드로 조작하는 수밖에 없다.
폴스타의 엔진은 더 복잡하다. 각기 다른 회전영역에서 움직이는 수퍼차저와 터보차저, 직분사 기술을 함께 쓴다. 트윈차저 엔진을 얹은 S60 폴스타의 객관적인 가속력은 기존 볼보와는 차원이 다르다. 엔진만 놓고 보면 근래 경험해본 2.0L 고성능 엔진 중 최고다. 공회전 이후부터 3,000rpm 근처까지는 수퍼차저가 작동한다. 그러니 출발 직후 속도를 올릴 때 터보 래그가 나타날 일이 없다. 어느 순간 토크가 와락 쏟아지는 터보 엔진 같은 폭발력은 없지만, 대신 부드럽고 강하다.
최대토크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3,000rpm을 넘어 회전수를 6,000rpm까지 올리면 폴스타의 진짜 가속력을 느낄 수 있다. 수퍼차저와 터보차저가 바통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이질감이 전혀 없다. 레드존이 7,000rpm으로 비교적 높게 설정되어 고회전으로 올려도 엔진이 힘들어 하지 않는다.
AMG A 45가 엔진을 꽉꽉 쥐어짜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느낌이라면, 폴스타의 엔진은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마치 6기통 같다. 하지만 367마력과 47.9kg?m에 달하는 힘이 온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A 45에 비해 빈약한 배기음 때문인 것 같기도 한데,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차체가 무겁고, 변속기가 넘치는 엔진 힘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8단 자동변속기는 엔진에서 나온 힘을 반박자 쉬고 -특히 다운시프트 때- 네바퀴로 전달하는 느낌이 강하다. 듀얼클러치처럼 더 빠르고 깔끔하면 좋겠단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AMG A 45와 S60 폴스타는 파워트레인 방식이 다르지만 코너에서의 움직임은 비슷하다. 앞바퀴굴림 기반의 네바퀴굴림 방식을 쓰는 게 주된 이유다.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과하게 쏠려 있고, 서스펜션을 진짜 스포츠카보다도 단단하게 만들어놓은 탓도 있다. 그래서 둘 다 코너에서 약한 언더스티어를 시작으로 뉴트럴한 성향을 보인다. 직선 주로에서는 노면상태에 따라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닮았다. 하지만 둘 다 네바퀴의 접지력 때문에 불안하진 않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S60 폴스타는 1,700kg이 넘는 무게에 발목이 잡힐 뻔했다. 하지만 네바퀴에 적용된 올린즈 서스펜션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서스펜션이 돌처럼 -S60 T6 R-디자인보다 80%나- 단단하기 때문에 롤이 거의 없고, 무게중심의 이동도 적다.
이 때문에 승차감은 희생됐다. 노면의 크고 작은 정보가 엉덩이로 그대로 전해질 정도니 말 다했다. 그래도 폴스타는 AMG보다는 편하다. 또한 올린즈 댐퍼 감쇠력을 무려 30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운전자의 성향에 맞는 설정값을 찾아낼 수 있다. 감쇠력 조절을 위해 차를 리프트에 올려야 한다는 게 문제지만.
폴스타의 편안함은 시트도 한몫 거든다. 디자인은 기존 S60 R-디자인과 같다. 대신 알칸타라를 더하고 지지대 부위를 두텁게 만들어 풀 버켓시트 같은 느낌을 낸다. 앉는 것만으로 기존 S60와 완전히 다른 차라는 게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도 엄청나게 편하다(시트 포지션이 좀 높은 것은 흠이다).
사실 S60 폴스타의 실내는 S60와 차이가 거의 없다. 하지만 손과 발이 닿는 부분 즉 스티어링 휠 안쪽에 알칸타라와 푸른색 스티치를 더하고, 페달과 발받침대에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등 최소한의 변화로 큰 효과를 내고 있다. 기어 노브도 투명한 소재로 바꿨다. 시프트패들까지 차별화했다면 더 좋았을 뻔했다.
AMG는 작은 차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하체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폴스타의 올린즈 서스펜션에는 부드러움이 남아 있지만, AMG는 시종일관 단단하다(해외 버전에는 가변댐퍼가 쓰인다). 세미 버켓시트의 패드가 얇아 더 그렇게 느껴진다. 차체가 작고 가벼운데다 롤이 거의 없는 서스펜션까지 더해져 AMG A 45는 코너 구석구석을 재빠르게 공략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코너에서 뒷바퀴굴림 고성능차처럼 뒤를 신나게 날릴 수 없는 게 아쉽다고. 그렇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AMG A 45는 그런 목적으로 타는 차가 아니다. S60 폴스타도 마찬가지. 둘은 사방에 울리는 배기음을 감상하며 네바퀴의 끈질긴 접지력을 즐기면서 타는 자동차다. 약한 언더스티어를 이겨내며 코너를 타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다.
하지만 진짜 재미는 4기통 엔진에서 나오는 엄청난 힘을 즐기는 것이다. 다른 차 같으면 300마력이 훌쩍 넘는 출력이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이 둘은 가벼운 마음으로 짜릿한 가속력을 즐길 수 있다. 엔진이 작은 데서 오는 심리적인 안정감 때문일까? 아니면 차체 밸런스가 안정적이어서? 둘 다 맞는 말이다. 두 차만큼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카’라는 말이 어울리는 모델도 없다. 이것은 전적으로 4기통 2.0L 엔진 덕분이다. 이들에게 엔진 다운사이징의 명분은 친환경이 아닌, 고성능의 대중화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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