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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고집 버린 자동차들
2017-05-17 13:30:56
글
김준혁 기자
평소에 하지 않던 이상한 짓을 하면 주변에서 “요즘 무슨 일 있느냐?”는 걱정 어린 질문을 하기 마련이다. 그만큼 일상에서 벗어나는 행동은 타인의 주목을 받는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수십년간 고집스럽게 유지해오던 전통을 하루 아침에 버리거나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면 엄청난 관심이 쏠린다.
지금껏 여러 메이커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수요층을 넓힌다는 명목으로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소위 상식에서 벗어난 행보는 부정적인 시선이 따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 행위는 비난과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고집을 버린 덕분에 높은 판매고를 올린 자동차도 있고, 규모를 키운 메이커도 적지 않다. 물론 폭삭 망한 경우도 있다. 구경꾼의 입장에선 새로운 시도와 변신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다.
Porsche Cayenne
1931년 설립 이후 정통 스포츠카만 만들던 포르쉐가 2002년 덜컥 덩치 큰 -그것도 못생긴- SUV를 만들었을 때 자동차 업계에선 난리가 났다. ‘카이엔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든가 ‘포르쉐도 이제 끝’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결과가 어땠는지는 말 안해도 알 것이다. 카이엔은 대성공을 거둬 2세대로 진화했고, 그 사이 포르쉐는 거대한 폭스바겐 그룹을 삼키려고 덤볐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그리고 15년이 훌쩍 넘은 지금은 대부분의 고성능·스포츠카 메이커가 포르쉐를 좇아 SUV를 만들고 있다.
BMW 1 Series Sedan
최근 들어 BMW만큼 적극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메이커도 드물다. 대표적인 행보는 전통적인 뒷바퀴굴림 방식을 포기한 것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BMW는 광고 모델로 뒷다리가 튼실한 토끼나 개구리를 내세웠다. 순수한 운전 재미를 뒷받침하는데 뒷바퀴굴림보다 좋은 것은 없다고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BMW는 눈이 많이 오는 스칸디나비아 지역을 고려해 네바퀴굴림 x드라이브 구동계를 3시리즈에 조합하고, 뒤이어 SUV X5, X3, X6를 내놓았다. 그 다음엔 앞바퀴굴림 기반의 SUV X1 및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를 출시해 BMW 마니아들의 원성을 샀다. 최근에는 중국 시장 전용 앞바퀴굴림 세단 1시리즈(F52)까지 만들었다. 시장 확대를 위한 BMW의 변신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정말 궁금하다.
Mini Countryman
요즘 미니가 이상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작고 귀여운 차체로 날렵한 운전 재미를 선사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전통과 개성이 흐려지고 있다. 변화의 시작점은 2010년 나온 컨트리맨이다. 1세대 컨트리맨은 여러 부분에서 숫자 ‘4’와의 연관성을 보여줬다. 미니 최초로 네바퀴굴림을 적용했고, 4개의 온전한 도어를 갖췄다. 그중 가장 파격적인 ‘4’는 미니 최초로 차체 길이가 4m를 넘겼다는 것이다.
이때부터였다. 미니가 급격히 커지고, 부드러워지기 시작한 시기 말이다. 2세대 컨트리맨은 더 커져 차체가 4.3m에 달한다. 이 차는 더 이상 ‘미니’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Ferrari California
2008년 등장한 캘리포니아가 페라리의 전통 몇가지를 한꺼번에 깨뜨린 파격적인 차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가장 큰 변화는 페라리 최초의 접이식 하드톱 컨버터블이란 점이다. 페라리 최초로 V8 엔진을 차체 앞쪽에 얹었고,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사용하기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멀티링크 리어 서스펜션(그전에는 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과 직분사 엔진을 처음 사용한 페라리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가 이처럼 과감하게 변신한 이유는 페라리의 전통인 빡센(?) 성격을 버리고 편안한 콘셉트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게 소비자들에게 먹혀 캘리포니아는 2010년 페라리 유럽 판매량의 42%를 차지했다.
Cadillac BLS
캐딜락은 1902년 탄생한 이후 아주 오랫동안 길이 5m가 훌쩍 넘는 V8 세단만을 만들어왔다. 그런데 2005년 느닷없이 BLS라는 콤팩트 세단을 출시했다. 북미 시장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다분히 유럽시장을 겨냥한 모델이었다. 차체 길이 4.7m가 안되고, 엔진은 4기통과 V6뿐이었다.
새로운 시도는 대실패로 끝났다. 2006~2008년 유럽 판매량은 연간 1,200대 안팎에 불과했다. 같은 시기 경쟁모델(?)이었던 BMW 3시리즈는 매해 30만대씩 팔려나갔다. 이쯤 되면 캐딜락이 왜 웹사이트에서 BLS에 대한 흔적을 지웠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Mercedes-Benz A-Class
1990년대 중반까지 메르세데스-벤츠는 대부분 세단이었다. 1997년 MPV와 해치백을 절묘하게 섞은 A-클래스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당시 벤츠는 지금보다 중후한 이미지여서 나이 든 사람들이 타는 차라는 인식이 강했다.
A-클래스는 그런 인식에서 탈피하고자 만든 차다. 실제로 디자인이 귀엽고, 가격도 저렴해 젊은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벤츠라는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조악한 품질과 그 유명한 ‘엘크 테스트’에서의 전복사고로 안전성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어쨌든 벤츠는 A-클래스를 잘 다듬어 3세대까지 발전시켰고, 그들이 원하는 젊은 이미지를 강화시킬 수 있었다.
Nissan GT-R LM Nismo
고성능 스포츠카 또는 경주차는 미드십 엔진에 뒷바퀴를 굴리는 경우가 많다. 그게 아니면 프론트 미드십에 네바퀴를 굴린다. 물리학적으로 가장 완벽한 구성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5년 르망 24시 레이스 LMP1 클래스에 참가한 닛산 GT-R LM니스모는 이런 통념을 완전히 뒤집었다. 과감하게 V6 3.0L 트윈터보 엔진을 차체 앞쪽에 얹은 것. 그래, 여기까지는 인정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차가 앞바퀴를 굴렸다는데 있다. 결과는? 3대 중 2대가 중도탈락하고 나머지 1대도 하위 클래스 경주차보다 못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닛산의 이런 도전이 고성능 FF 자동차를 만드는데 밑거름이 되었길 바랄 뿐이다.
Aston Martin Cygnet
애스턴마틴은 1913년 창업 이후 럭셔리 스포츠카만을 만들었다. 2011년 나온 시티카 시그넷만 빼고. 스포츠카 전문 메이커가 생뚱맞게 시티카를 만든 이유는 EU가 2012년부터 한 회사에서 만든 자동차 배출가스의 평균치를 120g/km 이하로 맞출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고성능 스포츠카를 만들던 애스턴마틴이 단기간에 이 규정을 충족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토요타의 1세대 iQ를 기반으로 한 시티카를 만들어 배출가스 평균치를 확 낮췄다.
시그넷은 애스턴마틴의 오너들에게만 판매했는데, 가격이 3만파운드(4,200만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잘 팔리지 않았고, 데뷔 2년여만에 단종됐다. 애스턴마틴은 이 흑역사를 꽁꽁 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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