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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드림카에 관한 고찰, E 400 & 기블리
2017-05-29 10:52:21
글
김종우 기자
자동차에 관심이 있건 없건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만의 드림카를 꿈꾸기 마련이다. 기자의 경우 늘 잠자기 전 ‘로또 1등에 당첨되면 농협에서 현금다발(수표 말고 현금으로 받을 것이다)을 한가득 담아 곧바로 자동차 매장으로 달려가야지’ 하는 달콤한 공상을 한다.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정신을 차렸기 때문일까? 이제는 로또 1등에 당첨돼도 기자가 꿈꾸는, 도어를 하늘 높이 번쩍 올려야 하고, 몸을 한껏 구겨서 타야 하며, 고급유를 물같이 마셔대고, 보험료며 유지비가 어마어마한 드림카는 선뜻 구입하기 힘들 것 같다.
철이 든 기자가 현실적인 드림카에 대해 고민을 좀 해봤다. 나름 기준을 정해봤는데, 먼저 많은 사람이 한번쯤은 소유해보고 싶은 브랜드, 나이도 있으니 동승자도 배려해줘야 하고, 가격대는 1억원쯤 돼야 어디 가서 ‘드림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고심 끝에 선택한 차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마세라티 기블리. 두 차는 브랜드 이미지와 가격대가 비슷하지만 시승을 해본 결과 성격이 극명하게 갈렸다.
<탑기어> 비교 테스트에 불려나온 E-클래스는 최상급 모델인 E 400 4매틱이다. 국내에는 아직 신형 E-클래스의 AMG 모델이 들어오지 않아서 현재 살 수 있는 가장 비싸고 가장 강력한 E-클래스다. 다른 한대는 국내에서 꽤 잘나가고 있는 마세라티의 엔트리 모델 기블리. E 400와 마찬가지로 V6 3.0L 트윈터보 엔진을 사용한다.
최상급 E-클래스답게 E 400는 보닛 끝에 세꼭지별 엠블럼이 곧추 서 있는 클래식한 익스클루시브 모델만 고를 수 있다. 최근 젊은이들이 A, C-클래스 같은 콤팩트 메르세데스-벤츠를 많이 구입해 프론트 그릴에 세꼭지별이 박힌 아방가르드 스타일이 흔하게 돌아다니지만, 브랜드 특유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표출하는데는 이만한 것도 없다.
S-클래스에서 시작된 메르세데스-벤츠의 새 패밀리룩은 C-클래스를 거쳐 E-클래스에서 정점을 찍었다. 클래스 최상급 모델이지만 뒤에 붙은 로고를 제외하면 아랫급 모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커다란 흡입구처럼 보이는 범퍼 하단부의 디자인이 동일하고, 보닛에서 시작되어 루프를 따라 트렁크 리드에서 마무리되는 유려한 라인도 그대로다.
이에 비해 기블리는 한껏 멋을 부렸다. 낮게 달린 프론트 그릴에 4개의 도어가 달렸지만 루프 라인이나 전체적인 실루엣이 쿠페를 지향한다. 4개의 도어 역시 쿠페에서 볼 수 있는 프레임리스 방식이다.
기블리는 차체 곳곳에 라인을 새겨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앞펜더 윗부분에 달린 에어 브리더에서 시작된 라인은 2열 도어 캐처에서 위아래로 나뉘는데, 특히 위로 올라간 라인이 뒤펜더의 풍만한 볼륨감을 살려준다. 이와 함께 넓은 차폭에서 풍겨나오는 오라가 상당하다. 소위 자세가 잘 나온다고 할까.
신형 E-클래스 변화의 정점은 실내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 눈에 익지 않아서 그런지 시승할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두개의 12.3인치 디스플레이가 달린 대시보드다. 하나는 인스루먼트 패널, 다른 하나는 인포테인먼트 패널이다.
두대의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연결된 것처럼 배치했는데, 그 모습이 압권이다. 해상도와 반응이 뛰어나 고급 태블릿 두대를 얹어놓은 것 같다. 이 와이드 스크린 콕핏은 E 300 이상에만 기본으로 적용된다. E-클래스를 살 예정이라면 답은 정해져 있다.
우락부락한 외관과 달리 기블리의 실내는 얌전하다. 하지만 잠재된 스포츠성을 은근히 내비치고 있다. 먼저 컬럼에 붙은 길쭉한 시프트패들. 스티어링 휠에 있어야 조작하기 편한데 페라리, 람보르기니, 맥라렌 같은 수퍼카들은 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길어서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서도 조작하기는 쉽다.
다른 하나는 일반적인 자동차와 달리 왼쪽에 달려 있는 시동버튼이다. 이는 과거 르망 24시 경주 때 차에 탑승하자마자 왼손으로 시동을 켜고 오른손으로 기어를 넣기 위해 고안된 방식으로, 현재 포르쉐도 이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실내공간은 E 400가 훨씬 여유롭고 안락하다. 시승 때는 당연히 E 400가 길이와 휠베이스가 더 큰 줄 알았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기블리가 길이 4,970mm, 휠베이스 3,000mm로 E 400보다 각각 45mm, 60mm 컸다. 너비도 1,945mm로 95mm 크다. 그런데 이 길이를 다 어디에 썼는지 모르겠다. 기블리의 실내 특히 2열은 레그룸과 헤드룸 모두 비좁다. 홍보 문구와 달리 이 차는 운전자 중심의 세단이다. 2열에 성인을 태울 일이 많다면 구입하기 전에 꼭 뒷자리에 타보길 바란다.
E 400는 2.0L 터보를 쓰는 아랫급 모델들과 달리 V6 3.0L 트윈터보 엔진을 사용한다. 참고로 엔진명은 M276 DE 30 AL인데, 아마도 E-클래스에 사용되는 마지막 V6가 될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6월 모듈러 기술이 적용된 I6 엔진(M256)의 부활을 예고했다. 첫번째 모델은 올해 중반 데뷔하는 S-클래스 부분변경 모델이고, 뒤이어 E-클래스에도 사용될 예정이다.
주행감각은 매우 부드럽다. 가속페달이나 스티어링 휠 감각 모두 부드럽고, 여유가 넘친다. 국내 도로환경과 소비자 취향에 딱 맞는 세팅이다. 이러니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지. 하지만 항상 이런 모습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주행 모드에 따라 성격이 극적으로 달라지는데, 특히 에어서스펜션의 적용으로 인한 차고와 서스펜션의 변화가 확 와닿는다.
스포츠 모드에 맞추면 가속 시 몸놀림이 한층 민첩해지고, 아이들링 때도 회전수가 500rpm 정도 상승해 튀어나갈 준비를 마친다. 또한 에어서스펜션을 낮춰 차체가 노면에 쫙 깔리면서 공기저항을 줄인다. 조금 과장하면 메르세데스-AMG에서 날카로운 배기음만 뺐다고 해도 될 정도로 스포티한 모습을 보여준다.
반자율주행 시스템인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가 기본으로 적용돼 차가 알아서 달리는 경험을 해볼 수도 있다. 앞뒤 간격과 속도를 설정해놓으면 스스로 차간거리와 차로를 유지하며 달린다.
차로유지의 경우, 앞차의 주행 궤적까지 추적해 직선뿐만 아니라 코너에서도 부드러운 조향감각을 보인다. 고속주행 외에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복잡한 도시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시승 중 옆에 가던 차가 갑자기 기자의 앞으로 끼어들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음에도 천천히 속도를 줄여 멈춰섰다가 앞차가 출발하자 다시 움직였다.
기블리 역시 V6 3.0L 트윈터보 엔진을 사용한다. 엔진명은 F160로, 페라리가 크라이슬러의 펜타스타 엔진을 베이스로 디자인하고 조립한다. 페라리 캘리포니아 T와 488 GTB에 사용되는 F154 엔진과 많은 부분을 공유하며, 기블리와 콰트로포르테, 르반떼 등 마세라티에 사용되고 있다.
기블리는 스포츠 주행 위주로 세팅됐다. 정지 시 스티어링 휠이 꽤 무거워 주차된 차를 빼낼 때 좀 힘들었다. 스티어링 감각도 날카롭고 서스펜션 세팅도 단단하다. 뒷좌석 승객까지 배려한 4도어 세단이지만 뒤에 사람을 태우고 달리려면 세심하게 운전해야 한다. 주행 모드도 노멀과 스포츠 두가지다.
스포츠 모드에서의 주행은 화끈하다. 터보 래그를 느낄 새도 없이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무섭게 튀어나간다. 짧은 앞뒤 오버행, 낮고 넓은 차체로 인해 급코너에서도 자신감이 붙었다. 마세라티 특유의 매력적인 소리도 운전 재미를 배가시킨다.
첨단주행장비는 E 400와 비교해 많이 부족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정도만 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하진 않은 것 같다. 마세라티 운전석에 앉아 ECU에게 스티어링 휠을 넘겨주고 싶은 운전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E 400는 최첨단 주행장비와 더불어 끝내주게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안락한 실내공간을 자랑한다. 최근 주목받는 기술이나 소비자가 원하는 거의 모든 장비를 품고 있다. E 400를 시승하면서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등 최신 트렌드를 모두 접할 수 있었다. 반면 기블리는 스포츠 성능의 자동차에 바라는 것을 품고 있다. 화끈한 가속력과 날카로운 스티어링 감각, 더불어 매력적인 배기음까지 운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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