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을 빠르게 잠식 중이다. 100% 순수 전기차까진 아니지만 배터리를 기반으로 하는 하이브리드카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가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순수 전기차도 이 흐름에 조금씩 동참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기차의 대세론은 소형차나 해치백, 세단 같은 평범한 세그먼트에 국한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스포츠카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구체적인 결과물도 나왔다. 아우디와 메르세데스-벤츠가 소량 제작한 R8 e-트론과 SLS AMG 일렉트릭 드라이브가 그것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이후 기존 메이커들은 순수 전기스포츠카 대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BMW i8,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S E-하이브리드 같은 양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나 메르세데스-AMG GT, 람보르기니 아스테리온 등의 콘셉트카를 보면 메이커들의 의중을 짐작할 수 있다.
기존의 메이커들이 전기차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사이 패러데이 퓨처, NIO, 루시드 같은 신흥 전기차 전문 메이커들이 행동에 나섰다. 아직 양산차가 나온 것은 아니고, 이들이 공개한 모델이 모두 스포츠카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스펙만 보면 기존의 내연기관 스포츠카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구성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의 시작은 2008년 나온 테슬라 로드스터였는지도 모른다. 당시만 하더라도 테슬라는 자동차업계에서는 소위 ‘듣보잡’ 회사였다. 자동차 생산 경험이 전혀 없는 회사가 전기차를, 그것도 스포츠카로 만든 것이다. 테슬라 로드스터는 실패로 끝났지만 이후 성장을 거듭해 지금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최고의 전기차 메이커가 됐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다’고 했던가. 10여년 전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비주류 세그먼트였던 전기스포츠카는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탑기어>식 표현대로 머릿속에 휘발유로 가득 찬 자동차 마니아들(Petrol Head)에겐 이런 흐름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과거의 전기스포츠카
시대를 앞서간 전기스포츠카가 있었다. 수요도 없고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지만 미래를 내다본 메이커들이 뚝심으로 밀어붙여 나온 결과물이다. 결과만 보면 이들은 분명 실패했다. 하지만 전기스포츠카를 개발하며 쌓은 노하우는 오늘날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스포츠카의 초석이 됐다.
테슬라 로드스터(Telsa Roadster)
껍데기는 로터스 엘리스의 것이지만 파워트레인은 기름 한방울 쓰지 않는 100% 전기스포츠카다. 미드십 구조의 엘리스 보디 덕분에 53kWh 용량의 커다란 배터리를 한가운데 배치하고 전기모터로 뒷바퀴를 굴렸다. 스펙은 스포츠카 기준에 부합하고도 남았다. 최고출력 252마력, 최대토크 27.7kg·m를 발휘하는 전기모터로 0→97km/h 가속성능 3.9초, 최고속도 200km/h를 기록했다.
공차중량 1,220kg으로, 1톤도 안되는 엘리스에 비해 많이 무겁지만 1회 충전 354km(초기 모델 기준)의 넉넉한 주행거리를 자랑했다. 그러나 고질적인 품질문제와 스포츠카 외형에 어울리지 않는 둔한 주행성능, 10만9,000달러(현재 환율 기준 1억2,300만원)에 이르는 가격 등에 발목이 잡혀 2012년 단종됐다.
아우디 R8 e-트론(Audi R8 e-tron)
일찍이 전기스포츠카의 가능성을 내다본 아우디는 2009년 프랑크루프트 모터쇼에서 e-트론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이후 2012년말 R8의 보디와 새시를 바탕으로 한 R8 e-트론 프로토타입이 나왔다. 그리고 2015년 데뷔한 2세대 R8 e-트론은 양산으로 이어졌다. 물론 성능도 많이 좋아졌다. 49kWh에 불과했던 배터리 용량이 92kWh로 크게 개선됐고, 전기모터는 462마력, 93.8kg·m를 자랑했다. 0→100km/h 가속성능 3.9초에 주행거리도 215km에서 450km로 늘어 전기스포츠카다운 구색이 갖춰졌다.
2세대 R8 e-트론은 데뷔 1년여만에 100대가 생산된 뒤 단종됐다. 가장 큰 걸림돌은 100만유로(12억4,000만원)에 이르는 비싼 가격이었다. 값이 내려가지 않는 한 아우디의 e-트론 스포츠카를 다시 만나긴 어려울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 SLS AMG 일렉트릭 드라이브(Mercedes-Benz SLS AMG Electric Drive)
벤츠 최고의 슈퍼카로 꼽히는 SLS AMG에도 전기차 버전이 있었다. 2013년 생산된 일렉트릭 드라이브가 그것이다. 2011년 나온 SLS AMG E-셀(E-CELL) 프로토타입의 경우 네바퀴에 배치된 전기모터로 총 533마력, 89.7kg·m에 달하는 강력한 성능을 발휘했다. V8 6.3L 571마력의 SLS AMG에 못지않은 실력이다.
양산형은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각각 751마력, 102.0kg·m으로 높아졌다. 그 결과, 0→100km/h 가속성능은 프로토타입보다 0.1초 빠른 3.9초를 기록했고, 최고속도도 250km/h에 달했다. 차체 중앙에 놓인 60kW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완충하면 250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었다. 출시 가격은 41만6,500유로(5억1,650만원)였고, 100대가 제작됐다.
과거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내연기관을 바탕으로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더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도 있었다. 일명 하이퍼카로 불린 포르쉐 918 스파이더가 대표적인 예다. 비슷한 스펙의 페라리 라페라리나 맥라렌 P1이 있지만, 이들은 외부 전원으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없기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분류되지 않는다.
포르쉐 918 스파이더(Porsche 918 Spyder)
시스템 최고출력 887마력, 최대토크 130.5kg·m에 0→100km/h 가속성능 2.6초, 최고속도 345km/h인 자동차의 연비가 32.3km/L에 달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72g/km에 불과하다? 이 말도 안되는 조합을 918 스파이더가 실제로 보여줬다. 9,150rpm까지 맹렬히 회전하는 V8 4.6L 엔진과 앞뒤 차축에 하나씩 달린 전기모터 2개, 6.8kWh의 조그만 리튬이온 배터리 덕분이다.
918 스파이더는 전기모터만으로 최대 31km를 주행할 수 있는 친환경 자동차이기도 했다. 비록 100% 전기스포츠카는 아니지만 918 스파이더가 보여줬던 무시무시한 성능은 머지않아 등장할 100% 전기 포르쉐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재규어 C-X75(Jaguar C-X75)
2010년 파리 모터쇼에서 공개된 후 2011년 70만파운드(10억3,000만원)의 대략적인 가격까지 발표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양산이 취소된 비운의 모델이다.
초기 콘셉트카는 네바퀴에 장착된 전기모터에 디젤 마이크로 가스 터빈이라는 낯선 내연기관을 접목했다. 2011년 나온 프로토타입은 502마력짜리 4기통 1.6L 터보+슈퍼차저 엔진에 전기모터 2개를 다는 조합으로 바꿔 시스템 최고출력 850마력, 최대토크 102.0kg·m을 뽑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0→100mph(161km/h) 가속 6.0초, 최고속도 322km/h를 자랑했다. 전기모터만으로 60km를 달릴 수 있는 친환경성도 갖추었다. 양산됐다면 918 스파이더와 쌍벽을 이루는 초고성능, 친환경 하이퍼카가 될 수 있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순수 전기스포츠카의 등장
기존의 양산차 메이커들이 주춤하는 틈을 이용해 신흥 전기차 메이커들이 전기스포츠카를 만들고 있다. NIO의 EP9을 빼면 본격적인 스포츠카 형태를 지닌 차는 사실 없다. 그러나 미니밴 형태의 FF 91, 세단 스타일의루시드 에어는 0→100km/h 가속성능 2초 중반대의 놀라운 실력을 자랑한다. 이 정도면 기존의 슈퍼카나 하이퍼카들이 긴장감을 느낄 만하다.
패러데이 퓨처 FF 91(Faraday Future FF 91)
생긴 것만 보면 스포츠카답지 않은 게 사실이다. 미니밴 형태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올해 초 CES에서 공개될 때 페라리보다 빠른 가속력을 내세우며 많은 관심을 끌었다. 길이 5,250mm에 이르는 거구지만 130kWh 배터리와 각각 355마력을 발휘하는 전기모터 3개에서 1,065마력을 뽑아내 놀라운 성능을 발휘한다. 0→97km/h 가속성능 2.4초로, 가장 빠른 양산차로 알려진 부가티 시롱의 0→100km/h 가속시간 2.5초와 비슷하다. 전기차에서 중요한 주행거리도 700km로 넉넉한 수준이다.
FF 91에 대해 공개된 정보는 이게 전부다. 배터리 충전시간에 대한 정보도 없다. 완벽한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한다지만 CES에서 시연 당시 제대로 구현되지 않아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사실만 밝혀졌다. 실내 디자인도 공개된 게 없다. 패러데이 퓨처가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이 고성능 MPV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2018년 양산을 목표로 예약판매를 진행 중인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매우 궁금하다.
니오 EP9(NIO EP9)
지난해 말,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해 자동차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트랙 전용 전기스포츠카다. 니오는 2014년 출범한 중국의 전기차 메이커다. 이들이 개발한 EP9은 기존의 하이퍼카 못지않은 공격적인 외관에, 디스플레이로 도배된 인테리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차가 내세운 놀라운 스펙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각 바퀴에 부착된 전기모터 4개가 만들어내는 총출력과 최대토크는 1,000kW, 150.9kg·m로 가장 강력한 전기차로 알려진 테슬라 모델 S P100D의 581kW와 127.5kg·m를 훌쩍 뛰어넘는다. 출력을 마력단위로 환산하면 1,360마력에 달한다. 각 바퀴와 전기모터 사이에 1:4.283으로 기어비가 고정된 1단 변속기가 달렸고, 토크벡터링 기능까지 제공한다.
용량이 밝혀지지 않은 리튬이온 배터리는 차체 바깥쪽 로커 패널 부분에 위치한다. 완충에 45분이 걸리고, 교체하는데 8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게 메이커 주장이다. 섀시와 보디는 카본파이버로 만들어졌다. 카본 보디는 364kg에 불과하지만 배터리 무게가 635kg에 달하고, 기타 전기모터와 구동계 무게 736kg이 더해져 전체 무게는 1,735kg이다. 그래도 전기모터가 워낙 강력해 하이퍼카의 퍼포먼스를 뛰어넘는다.
0→97km/h(60mph) 가속 2.7초, 200km/h 가속 7.1초, 300km/h 가속은 15.9초면 충분하다. 최고속도는 313km/h에 이른다.
EP9은 ‘직빨’만 좋은 차가 아니다. 240km/h에서 공차중량을 넘어서는 최대 2,447kg의 다운포스가 생성돼 이론상으로는 터널에 거꾸로 매달려 달릴 수 있다. 지난해 10월 뉘르부르크링에서 7분 5초 12의 랩타임으로 전기차 기록을 세웠고 최근에는 6분 45초 9로 양산차 기록을 깼다. 우라칸 퍼포만테의 6분 52초 1을 가뿐히 뛰어넘는 수치다. 올해 2월에는 미국 서킷오브아메리카 서킷을 2분 40초 33에 일주해 아우디 RS7이 갖고 있던 무인자동차 랩타임도 갈아치웠다.
EP9은 총 6대가 제작될 예정이다. 가격은 120만달러(13억5,600만원)로 모두 회사 투자자들에게 팔렸다. 생산기간이 18개월에 달하는 만큼 이 놀라운 전기 하이퍼카의 실체를 확인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루시드 에어(Lucid Air)
2007년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던 아티에바가 지난해 10월 전기차 메이커로 탈바꿈하면서 루시드로 이름을 바꿨다. 그리고 그들이 내놓은 첫번째 작품이 바로 에어다. 디자인은 유려한 스포츠 세단과 해치백을 섞어놓은 패스트백 스타일이다. 포르쉐 파나메라와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실내는 미래지향적이다. 최신 벤츠처럼 대시보드의 절반을 덮고 있는 디스플레이에, 테슬라와 같은 풀 터치스크린 센터페시아를 채용하고 있다. 뒷좌석은 좌우 독립식으로 롤스로이스 고스트 같은 안락함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구체적인 디자인이 공개된 것과 달리 파워트레인에 대한 정보는 아직 빈약하다. 앞뒤 차축에 전기모터를 하나씩 배치해 최고출력 1,000마력을 발휘하고, 1회 충전으로 644km 정도를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이 전부다. 0→97km/h 가속 2.5초로 웬만한 슈퍼카나 하이퍼카는 멀찌감치 따돌릴 수준이다.
삼성 SDI로부터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받는 것만 알려졌을 뿐, 배터리 용량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충전시간에 대한 정보도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루시드는 2018년 양산을 목표로 에어를 대당 60만달러(6,780만원)의 가격에 예약판매하고 있다. 테슬라 모델 S와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한 가격이다. 이 스펙과 디자인이 그대로 양산된다면 테슬라를 뛰어넘는 전기차 시장의 강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전기스포츠카의 천국, 포뮬러 E
직은 직접 운전할 수 없는 전기스포츠카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무대가 있다. 바로 포뮬러 E 경주다. 전기차 기술 개발과 환경친화적인 자동차경주를 보급한다는 목표 아래 FIA(국제자동차연맹)가 2012년 8월 설립한 포뮬러 E는 100% 순수 전기차만 출전하는 모터스포츠다.
경주차의 외양은 F1과 비슷하지만 경기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배터리를 급속충전할 수 없기 때문에 완충된 경주차로 갈아타는 것이다. 결승전에서 50분 정도 주행하다가 피트인을 해 ‘딱 한번’ 바꿔 탈 수 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팬들의 인기투표가 전기모터의 부스트에 반영되는 팬부스트(Fanboost)를 들 수 있다. 경기 시작 12일 전부터 결승이 시작된 후 6분까지 포뮬러 E 또는 각팀 웹사이트에서 가장 좋아하는 드라이버에게 투표하면 상위 3명에게 100kJ의 에너지가 추가로 지급된다. 포뮬러 E 경주차의 출력은 170kW(231마력)로 제한되지만 인기투표에서 1~3위를 한 드라이버는 180~200kW(245~272마력)의 출력을 쓰며 달릴 수 있다.
경주차 보디는 스파크 레이싱 테크놀로지(SRT)에서 담당하며 케블라와 카본파이버 복합 소재가 쓰인다. 맥라렌과 윌리엄스가 전기모터 및 배터리를 공급했던 첫 시즌과 달리 두번째 시즌부터는 각팀이 독자적으로 파워트레인을 만들어 사용한다. 올 시즌 각팀의 전기모터와 변속기 구성을 보면 다음과 같다.
DS VIRGIN RACING: 가로배치 싱글모터 + 2단 변속기
MAHINDRA RACING, FARADAY FUTURE DRAGON RACING: 가로배치 6상교류모터 + 2단 변속기
RENAULT E.DAMS, TECHEETAH: 가로배치 싱글모터 + 1단 변속기
ABT SCHAEFFLER AUDI SPORT: 세로배치 싱글모터 + 3단 변속기
VENTURI, PANASONIC JAGUAR RACING: 세로배치 싱글모터 + 2단 변속기
ANDRETTI: 세로배치 6상교류모터 + 3단 변속기
NEXTEV NIO: 세로배치 트윈모터 + 1단 변속기
파워트레인 구성은 팀별로 차이를 보이지만 스펙은 똑같다. 즉 배터리 용량은 28kWh로 제한되고, 전기모터 최고출력은 200kW를 넘으면 안된다. 경주차 구성도 똑같다. 포뮬러 E 경주차에서 가장 무거운 200kg의 배터리는 차체 한가운데 얹는다. 전기모터는 배터리와 변속기 사이에 놓고 변속기는 뒤차축 가운데 위치한다.
휠과 타이어는 각각 OZ 레이싱 휠과 앞뒤 245/40 R18, 305/40 R18 사이즈(F1 경주차에 비해 훨씬 좁다)인 미쉐린 파일럿 스포트 EV2로 통일된다. 휠베이스 3,125mm, 트랙 너비 1,300mm는 지키되 공력장치에 조금씩 변화를 줄 수 있다. 무게는 배터리 200kg을 포함해 드라이버가 탔을 때 800kg 이상 되어야 한다.
포뮬러 경주차라고 하기엔 출력이 조금 빈약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차체가 가볍고 공력성능이 뛰어나 0→100km/h 가속을 3초에 끝내고 최고속도 225km/h를 낸다. 최대 130dB에 달하는 F1 경주차 같은 굉음 대신 80dB의 잔잔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대부분이 타이어 소음과 풍절음이지만.
2017~2018 시즌 포뮬러 E 경주차는 큰 변화를 겪을 예정이다. 배터리 용량을 54kWh(무게는 250kg으로 증가)로 키워 중간에 경주차를 바꿔타지 않아도 된다. 배터리 공급원도 윌리엄스에서 소니, 루시드모터스(에어를 만드는 그 회사 맞다)로 확대된다. 전기모터의 출력도 200kW에서 250kW(340마력)으로 높아진다.
2018~2019 시즌부터는 경주차 외관도 바뀐다. 경주차 보디를 공급하는 SRT는 새 규정에 맞춰서 제작한 폐쇄형 차체를 공개했다. 전투기 스타일의 캐노피를 씌우고 휠도 덮는다. 외관만 보면 애니메이션 <사이버 포뮬러>에 나올 법한 디자인이다. 만약 이 디자인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볼거리가 늘어나 포뮬러 E의 인기가 크게 올라가지 않을까?
전기스포츠카로 가는 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놀라운 성능의 전기스포츠카가 공개되긴 했지만, 안타깝게 모두 프로토타입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우리에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가 있다.
BMW i8
2014년 양산을 시작한 i8는 여전히 여러 부분에서 충격적인 스포츠카다. 가장 큰 이유가 디자인이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외관 모두 미래지향적이고 날렵하며 하이테크 이미지를 듬뿍 담고 있다.
앞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전기모터 출력은 131마력이고, 뒷바퀴 동력을 책임지는 4기통 1.5L 터보 엔진은 231마력짜리다. 0→100km/h 가속시간 4.4초에 최고속도는 250km/h다. 전기모터만으로 최고 120km/h 속도로 24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확실히 엄청난 고성능도 아니고 그렇다고 효율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i8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의 시대를 앞당겼고, 전기스포츠카로 가는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S E-하이브리드(Porsche Panamera Turbo S E-Hybrid)
918 스파이더의 놀라운 기술력이 그대로 이어진 초고성능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 세단이다. 성능 제원을 보면 왜 이런 설명이 붙는지 알 수 있다. 550마력짜리 V8 4.0L 트윈터보 엔진에 136마력을 발휘하는 전기모터가 더해져 시스템 최고출력 680마력, 최대토크 86.7kg·m라는 슈퍼카급 힘을 만들어낸다. 0→100km/h 가속 3.4초에 0→200km/h도 11.7초만에 끝내는 엄청난 성능을 발휘한다.
최고속도는 310km/h에 달하고 전기모터만으로는 최대 50km의 거리를 달리거나 최고속도 140km/h까지 낼 수 있다. 14.1kWh 리튬이온 배터리는 급속충전을 할 경우 2시간 40분, 완속충전에는 6시간이 걸린다(230V 10A 기준). 유럽 기준의 복합연비는 34.5km/L로 918 스파이더(32.3km/L)보다 더 좋다. 이쯤 되면 전기스포츠카의 미래가 어느 정도 현실이 됐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