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안전과 인테리어 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에는 수많은 조건과 제약이 따른다. 그중 가장 먼저 고려할 요소는 안전이다
2017-08-01 11:23:39 글 리차드 정(ADIENT 이노베이션&디자인 총괄 부사장)
자동차 디자인은 크게 외관(Exterior)과 실내(Interior)로 나뉜다. 외관 디자인이 감성적인 부문이라면 실내는 객관적인 부문이라고 할 수 있다. 편견일 수도 있지만 필자의 경험상 외관 디자인이 인테리어보다 작업하기 수월하다. 차체 규격이나 조건만 맞으면 나머지는 비교적 자유도가 높기 때문이다. 물론 단번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사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외관을 창조해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반면 실내 디자인은 외관보다 훨씬 까다롭다. 운전자가 오래 머물고, 직접 만지는 부분이 많아서 디자인을 그려내기 전에 100개가 넘는 부품 위치와 사이즈, 쓰임새를 체크해야 한다. 그렇기에 개발기간이 길고, 더 많은 인원을 필요로 하며 미적 감각을 부여할 수 있는 범위가 극히 제한된다.
멋있고 안락하고 기능성이 뛰어난 디자인을 완성하려면 먼저 설계 조건에 맞추어야 한다. 그중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안전이다. 갈수록 첨단 안전장비가 늘어나는 것만 봐도 안전이 가장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가 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디자인하기 힘든 안전 관련 아이템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안전벨트가 있다. 이것은 첨단기술의 영향을 받아 안전해지고, 더 복잡해졌다. 벨트높이를 승객에 맞게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 벨트가 연결되는 B필러 디자인이 까다로워졌다.
또 충돌 때 벨트를 팽팽하게 당겨주는 프리텐셔너도 디자인을 어렵게 한다. 프리텐셔너는 좀 크기 때문에 시트 안쪽과 센터콘솔의 사이를 조금 벌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센터콘솔의 수납공간이 좁아져 소형차의 경우 사이드 브레이크나 컵홀더 자리가 궁색해지지만 어쩔 수가 없다.
에어백도 그렇다. 운전자 앞쪽, 동반석 앞쪽, 시트 측면, 측면 위 심지어 시트 테두리에도 에어백이 달린다. 현재 북미에서 판매되는 차는 의무적으로 6~8개의 에어백이 달리고, 고급세단은 뒷좌석까지 더해져 12개의 에어백이 들어간다. 불필요한 상황에서 작동을 막는 스마트 에어백 시스템도 개발되어 앞쪽 동반석에 들어가는데, 이건 시트에 승객을 감지하는 센서를 심어야 한다. 이처럼 장비가 추가되거나 새로 달릴 때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이것들이 밖으로 돌출되거나 눈에 거슬리지 않도록 다듬고 마무리하는 일도 한다.
인테리어에는 공간기술도 담겨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정보가 잘 보이는지 체크하고, 센테페시아의 터치식 디스플레이도 손이 잘 닿는 곳에 넣어야 한다. 시트도 마찬가지다. 안전규정이 강화되어 승용차 뒷자리는 물론이고 미니밴이나 SUV의 3열 시트에도 높이조절식 헤드레스트를 달아야 한다. 등받이에서 최대 8.5cm 올라가야 하기에 천장까지의 여유도 생각해야 한다. 여러 요소를 고려하면 시트는 크고 둔해진다. 이를 최대한 보기 좋게 다듬는 것도 디자이너의 일이다.
또한 자동차 실내의 면은 반지름이 최하 3.2mm가 되도록 곡면을 갖춰야 한다. 사고 때 승객의 피부가 찢어지거나 찔리지 않도록 면을 둥글게 처리하는 것이다. 나무 장식이나 에어벤트 부위는 더욱더 꼼꼼하게 검토해야 한다.
실내 조명, 계기판의 조명, 센터페시아 조명 등은 유리에 반사되어 운전자의 시야를 가릴 수 있기에 정해진 위치와 각도에 맞추어 디자인해야 한다. 스위치의 위치와 모양, 그래픽 등도 운전 중 식별하기 쉽고, 작동하기 편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인테리어 디자인에는 이처럼 수많은 조건과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필자는 눈에 번쩍 띄이는 스타일이나 장비, 기막히게 편리한 실내 구성을 보면 ‘이것을 창조하기 위해 디자이너들이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고민을 했을까’ 하는 생각부터 든다.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자신도 만족하고 운전자도 만족하는 아름다운 디자인을 찾기 위해 지금도 땀방울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