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레이스(Wraith)
현존하는 가장 비싸고 럭셔리한 GT카일 것이다. 국내 판매 가격은 4억원으로 책정됐는데, 이것은 기본가일 뿐 무한대의 개인맞춤이 가능해 어디까지 치솟을지 아무도 모른다.
레이스는 세단인 고스트를 바탕으로 하여 부드럽게 처리된 프론트 그릴과 헤드램프, 사다리꼴 형태의 테일램프 등이 비슷하다. 그러나 전체적인 실루엣은 전혀 다르다. 단순히 뒷도어 2개를 걷어낸 것에 그치지 않고, 루프에서 트렁크 리드까지 일직선으로 연결된 패스트백 스타일을 적용한 것. 덕분에 롤스로이스 역사상 가장 스포티한 디자인이 나올 수 있었다.
V12 6.6L 트윈터보 엔진도 더 강력하게 다듬었다. 최고출력이 632마력으로 향상되고(고스트는 570마력), 최대토크는 81.6kg·m에 달한다. 블랙 배지의 경우 최대토크가 88.7kg·m로 좀더 강하다. 변속기는 8단 자동. 뒷바퀴를 굴려 2.4톤이 넘는 차체를 이끈다. 0→100km/h 가속을 4.6초에 끝내고 최고속도는 250km/h에 제한된다. 더 강한 토크를 내는 블랙 배지는 0→100km/h 가속시간이 4.3초에 불과하다.
고스트에서 도어 2개를 들어낸 쿠페 타입이지만 길이 5,285mm, 휠베이스 3,112mm에 이를 정도로 거대하다. 따라서 실내는 넉넉하고, 고스트와 마찬가지로 사치스럽게 꾸며졌다.
예전에는?
팬텀 쿠페(Phantom Coupe)
레이스도 크고 화려하지만, 지난해 생산이 끝난 팬텀 쿠페 앞에서는 약해 보이기만 한다. 그 정도로 팬텀 쿠페는 GT카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다.
고스트보다 훨씬 큰 팬텀을 기반으로 해 길이와 휠베이스가 각각 5,612mm, 3,320mm로 어지간한 세단은 멀찍이 따돌린다. 겉모습은 팬텀 시리즈의 일원답게 웅장하다. 실내도 6억원이 훌쩍 넘는 기본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고급스럽다. 그러나 디자인은 세월의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엔진은 V12 6.75L다. 구형 유닛이다 보니 레이스의 트윈터보보다 낮은 460마력의 최고출력과 73.4kg·m의 최대토크를 냈다. 하지만 저회전대에서 큰 힘을 내 여유롭게 달릴 수 있었다. 공차중량 2.6톤이 훌쩍 넘는 무거운 체구로도 0→100km/h 가속을 5.8초에 끝내는 순발력을 발휘했다.
BMW
8시리즈 콘셉트(8 Series Concept)
1990년대 활약했던 8시리즈가 20여년만에 최신 콘셉트카로 부활했다. 벤틀리 컨티넨탈 GT, 벤츠 S-클래스 쿠페, 롤스로이스 레이스 등이 버티고 있는 초호화 GT카 시장에서 BMW의 몫을 챙기기 위해서다. 데뷔 시기는 2018년으로 잡혀 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7시리즈의 윗급으로, BMW를 대표하는 기함 역할을 맡게 된다.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디자인만큼은 강렬하다. 커다랗게 뚫린 키드니 그릴, 날렵한 헤드램프에서 차세대 BMW의 디자인 언어가 읽힌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정통 GT카를 따르기보다는 1세대 8시리즈와 i8을 뒤섞은 날렵한 모습이다. 실내는 기존의 럭셔리 GT들만큼 개성적이진 않다. 파워트레인은 BMW의 모든 역량과 신기술을 쏟아부어 강력하면서도 안락한 성능을 품게 될 것이다.
예전에는?
8시리즈(8 Series)
1989년부터 1999년까지 3만대 정도 생산된, BMW를 상징하는 스포츠 GT카다. 꽤 오래 전에 등장한 모델인 탓에 요즘 BMW와 많이 다르다. 심지어는 동시대 BMW와도 닮은 구석을 찾기 힘들 정도다. 조그만 키드니 그릴과 한때 유행했던 팝업식 헤드램프 때문일 것이다. 전체적으로 당시의 GT카들과 달리 무척 날렵해 보인다. 실내도 스포티함에 초점을 맞췄다.
10여년 동안 여러가지 V8 및 V12 엔진이 탑재됐는데, 가장 강력한 유닛은 850CSi에 쓰인 380마력짜리 V12 5.6L다. 맥라렌 F1에 제공한 V12 6.0L 558마력짜리 엔진을 쓴 M8 프로토타입도 나왔으나 양산에 이르진 못했다.
6시리즈 쿠페/E63(6 Series Coupe/E63)
8시리즈 단종 후 오랫동안 GT카 역할을 수행해온 모델. 1976년 1세대가 나왔으나 8시리즈 데뷔와 함께 단종됐고, 8시리즈가 사라지고 난 후 2003년에 6이라는 숫자를 달고 재등장했다.
이 차의 특징은 크리스 뱅글이 199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여 센세이션을 일으킨 Z9 콘셉트카의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테일램프와 절묘한 라인을 그리는 트렁크리드 디자인이 압권이다. 4세대 7시리즈(E65)를 통해 처음 소개된 i드라이브를 기반으로 한 미래지향적인 인테리어도 6시리즈를 돋보이게 했다.
직렬 6기통 3.0L의 가솔린과 디젤 엔진이 기본, V8 4.4L도 있었다. M6에는 강력한 고회전형 V10 5.0L 엔진이 쓰여 GT카에 어울리는 화끈한 달리기 실력을 뽐냈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쿠페(S-Class Coupe)
요즘 가장 핫한 럭셔리 GT카가 아닐까 싶다. 2013년 S-클래스 쿠페 콘셉트카로 등장을 예고했는데, 디자인만으로도 엄청난 찬사를 받았다. 2014년 데뷔한 양산차는 콘셉트카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따르는 한편, S-클래스 세단을 통해 검증된 고급스러운 실내를 최소한으로 다듬어 적용했다. 그 결과 어떤 GT카보다 우아하고 럭셔리하며, 달리기 성능까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길이 5,027mm, 휠베이스 2,945mm의 커다란 차체에 B필러 없이 초승달에 가까운 날렵한 그린하우스, 루프에서 매끄럽게 떨어지는 리어 윈도와 트렁크 라인, 긴 리어 오버행은 1999년 데뷔한 CL-클래스부터 이어져온 벤츠 GT카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엔진은 V6 3.0L 터보, V8 4.7L 터보 등이 있는데, 강력한 AMG 버전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V8 5.5L 트윈터보를 쓰는 AMG S 63는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각각 585마력, 91.8kg·m에 달하며, 4매틱 모델의 경우 0→100km/h 가속시간 3.9초(뒷바퀴굴림은 4.2초)를 자랑한다. 630마력의 V12 트윈터보 엔진을 품은 AMG S 65의 경우는 뒷바퀴굴림 특성으로 인해 0→100km/h 가속이 63보다 느린 4.1초다.
예전에는?
CL클래스/C216(CL-Class/C216)
2006년 데뷔했으며, 5세대 S-클래스(W221)를 베이스로 했다. 전세대 CL이 정립한 고유의 실루엣을 그대로 살리고, 앞뒤 모습은 일반 벤츠와 비슷하게 다듬었다. 눈매가 치켜올라간 헤드램프 때문에 베이스가 된 S-클래스 세단과 비교해 한층 날카로운 모습을 지녔다. 실내는 세단과 차이가 없다.
엔진은 V8 5.5L를 기본으로, CL 600에는 V12 5.5L 트윈터보가 쓰였다. AMG 버전의 경우 63 AMG는 V8 6.2L 트윈터보 525마력, 65 AMG는 V12 6.0L 트윈터보 612마력 엔진이 장착됐다.
벤틀리
컨티넨탈 GT(Continental GT)
대륙을 뜻하는 컨티넨탈에 GT를 조합한 이름에서 먼 거리를 정말 빠르게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기운이 느껴진다. 2003년 데뷔 이후 2011년 공식적으로 2세대가 등장했지만 플랫폼이나 파워트레인, 디자인에 큰 변화가 없다. 완전 신형은 올 가을에 등장할 예정이다.
데뷔 15년차지만 컨티넨탈 GT의 매력은 여전하다. 사실, 디자인만 보면 정통 GT카라고 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 보닛이 상대적으로 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뒷부분이 짤막한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해 GT카를 상징하는 ‘롱노즈 숏데크’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도 클래식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외관에 화려한 인테리어를 내세워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차를 GT카로 부를 수 있는 진짜 이유는 엄청난 성능에 있다. 데뷔 이후 수많은 가지치기 모델이 나왔지만, V8이나 W12 엔진에 관계없이 500마력과 65.0kg·m가 훌쩍 넘는 최고출력 및 최대토크를 자랑해왔다. 이런 강력한 엔진 덕분에 2.3톤이 넘는 무게에도 불구하고 4초 초중반대의 0→100km/h 가속성능과 최고속도 300km/h가 넘는 화끈한 달리기 실력을 과시한다.
예전에는?
브룩랜즈 쿠페(Brooklands Coupe)
아르나지에서 파생된 브룩랜즈 쿠페는 길이 5,411mm, 휠베이스 3,116mm에 달하는 초대형 럭셔리 GT카였다. 전면부에서 시작돼 보닛과 벨트라인을 가로질러 테일램프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곧은 라인 때문에 차체가 더욱 길고 대담해 보인다. 실내는 천연가죽과 목재장식으로 채우고, 고성능을 암시하는 각종 다이얼이 대시보드에 빼곡히 들어찼다.
성능도 대단했다. V8 6.75L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537마력, 최대토크는 무려 107.1kg·m에 달했다. 2.6톤이 넘는 거구지만 강력한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짝을 이뤄 0→100km/h 가속 5.3초, 최고속도 296km/h의 무시무시한 실력을 뽐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짧은 기간 살다간 브룩랜즈 쿠페는 500대가 생산되어 희소성도 높은 편이다.
컨티넨탈 R(Continental R)
1991년 데뷔해 컨티넨탈 GT가 나온 2003년까지 벤틀리 내에서 GT카 영역을 담당한 주역이다. 이름은 컨티넨탈이지만 브룩랜즈 쿠페의 직접적인 조상에 가깝다. 디자인도 브룩랜즈와 유사하다. 차이라면 좀더 각진 외관 정도. 1980년대 데뷔한 뮬산을 바탕으로 한 초대형 쿠페답게 길이 5,342mm, 휠베이스 3,061mm의 당당한 체구를 지녔다. V8 6.75L 트윈터보 엔진을 사용해 초기형은 325마력, 후기형은 420마력을 발휘했다.
애스턴마틴
2세대 뱅퀴시(2nd Gen. Vanquish)
1세대 뱅퀴시가 단종된 지 5년여만인 2012년 같은 이름으로 부활해 최신 애스턴마틴의 시대를 연 주역이다. 보닛을 포함한 전면부의 풍부한 볼륨 등에서 1세대의 향수가 얼핏 느껴진다. 그러나 모델들의 디자인이 엇비슷해 뱅퀴시의 후속인지 DB9의 후속인지 단번에 알아채기 어렵다. 어쨌든 최신 뱅퀴시는 4세대 VH 플랫폼을 최초로 적용하고, 슈퍼카 원-77에서 파생된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채택했다고 한다.
그 결과 클래식함이 느껴졌던 과거모델과 달리 스포츠카에 가까운 날렵하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 날카롭게 찢어진 헤드램프와 트렁크 리드에서 자연스럽게 솟아오른 리어윙이 대표적인 요소다. 실내는 센터페시아에 늘어선 변속 버튼과 센터터널의 전동시트 버튼만 빼고 모든 게 바뀌었다.
엔진은 뱅퀴시와 DB9 때부터 쓰던 V12 6.0L를 그대로 가져왔다. 최고출력이 576마력으로 크게 뛰어올랐고, 최신 8단 자동변속기가 더해져 0→97km/h 가속 3.6초, 최고속도 323km/h를 기록하는 등 성능에 있어서 타사의 최신 GT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DB11
DB9의 후속으로, 메르세데스-벤츠와의 협력으로 태어난 신세대 애스턴마틴이다. 그러나 디자인이나 스펙이 뱅퀴시와 비슷해 고객층이 겹칠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뱅퀴시는 정통 GT카의 성격을 띠고, DB11은 좀더 스포티한 영역을 담당한다.
이런 특징은 메르세데스가 제공한 V12 5.2L 트윈터보 엔진에서도 드러난다. 애스턴마틴 최초의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608마력에 71.3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해 오래된 V12 엔진이 달성하지 못한 놀라운 수치를 끌어냈다. 변속기는 8단 자동이고, 0→100km/h 가속시간 3.9초, 최고속도는 323km/h에 달한다.
디자인은 이전 세대들과 일부 겹치는 뱅퀴시와 달리 DB11만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하다. 양쪽으로 치켜올라간 헤드램프나 앞뒤 펜더가 부풀어 오른 와이드 보디, 납작하게 눌린 테일램프 등이 대표적이다.
C필러로 흘러들어간 공기가 트렁크 리드로 빠져나가 일종의 스포일러 역할을 하는 에어로 블레이드 등 고성능 엔진에 맞춰 공력성능도 대폭 강화됐다. 실내는 전체적으로 뱅퀴시와 비슷한 가운데 디테일한 부분에서 좀더 고급스러워졌다. 센터터널에는 벤츠에서 가져온 터치패드가 달렸다.
예전에는?
1세대 뱅퀴시(1st Gen. Vanquish)
2001년 데뷔했지만, 지금 보아도 당장 올라타고 장거리 여행을 떠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긴 보닛은 풍만한 볼륨과 곡선으로 채워져 시각적으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2+2 구성의 실내는 럭셔리하다. 천연가죽과 금속으로 곳곳을 마무리하고, 신선하고 충격적인 변속 버튼을 센터페시아에 달아 최첨단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긴 보닛 아래에 놓인 V12 6.0L 엔진은 466마력을 내고, 페이스리프트 버전으로 등장한 뱅퀴시 S는 527마력이다.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 방식의 6단 시퀀셜 변속기에 뒷바퀴굴림이다. 뱅퀴시 S의 경우, 0→97km/h 가속 4.8초, 최고속도 320km/h로 장거리를 빠르게 달리는 GT카의 기준에 잘 부합한다.
페라리
GTC4 루쏘(GTC4 Lusso)
1980년대 412에서 시작된 페라리 GT카 라인업의 최신모델로 지난해 데뷔했다. 디자인은 정통 쿠페보다 슈팅브레이크에 가깝지만 성능이나 콘셉트를 보면 충분히 GT카 범주에 들 만하다. 그 어떤 GT카보다 긴 보닛을 갖고 있으며, 뒷부분도 매우 짧다. 벨트라인 아랫부분만 보면 전형적인 ‘롱노즈 숏데크’ 스타일이다. 세부적으로는 페라리다운 날카로움을 유지하면서 적당히 고급스러운 모습이다.
실내는 벤츠나 벤틀리가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센터페시아를 비롯해 조수석 대시보드까지 디스플레이를 심어 최첨단 이미지를 강조하고, 천연가죽을 듬뿍 사용했다. 슈팅브레이크 스타일의 보디 덕분에 뒷좌석 거주성도 괜찮고 페라리치고는 짐공간도 넉넉하다.
69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V12 6.3L 엔진에 7단 듀얼클러치, 네바퀴굴림의 조합으로 0→100km/h 가속 3.4초, 최고속도 335km/h의 초고속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효율성을 높인 V8 3.8L 트윈터보 엔진을 얹은 GTC4루쏘 T가 나왔다.
예전에는?
FF
페라리 최초의 네바퀴굴림 모델로 2011년 데뷔했다. 612 스카글리에티까지 유지되던 쿠페 보디를 벗어던지고 독특한 슈팅브레이크 스타일을 적용했다. 길이 4.9m의 차체 대부분을 보닛이 차지할 정도로 극단적인 롱노즈 차체를 갖고 있ㅁ다. 보디 곳곳을 공력적으로 다듬어 어떤 GT카도 닮지 않은 독보적인 스타일을 완성해냈다. 실내는 화려하고 넉넉한 편이다.
660마력을 내는 V12 6.3L엔진에 7단 듀얼클러치를 조합했다. 0→100km/h 가속시간 3.7초, 최고속도는 335km/h에 달해 GT보다 슈퍼카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렸다.
612 스카클리에티(612 Scaglietti)
456M의 후속으로 2004년 등장했다. 이전세대인 456이 썼던 팝업식 헤드램프, 쐐기형 차체를 버리고 유려한 럭셔리 GT카의 외형을 갖췄다. 전면부에서 시작되어 물 흐르듯이 부드럽게 이어진 보디는 직선 기조의 모델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화려한 실내에 4개의 시트를 갖추는 등 실용성도 뛰어났다.
엔진은 V12 5.8L 540마력이고 6단 수동 또는 6단 세미오토 변속기를 제공했다. 0→100km/h 가속시간 4.2초, 최고속도 315km/h의 화끈한 성능을 자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