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휴가가 뭐라고 생각하나?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남들 뺑이 아니 바쁘게 일하고 있을 때 혼자 놀러다니는 것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휴가철 교통체증에 시달리느라 이게 쉬는건지 극기훈련을 하는건지 모르겠고, 성수기 바가지 요금에 지갑과 인성을 탈탈 털려 하루빨리 일터로 돌아가 안정을 찾고 싶은 악몽 같은 경험을 떠올려보면 말이다.
그래서 <탑기어> 편집부는 지난 6월 달콤한 휴식을 꿈꾸며 미리 휴가지로 향했다. 뻥 뚫린 도로를 신나게 달려 산에도 가고 강에도 가고 바다에도 갔다. 부양가족이나 이성친구 따윈 싹 잊고 오롯이 혼자만의 드라이브를 즐겼다. 사전답사를 통해 서울과 동해안을 왕복하는 600km 남짓의 코스가 짜였다.
흔한 휴가여행 루트다. 다만 그걸 짧고 굵게 완주하는 것이 포인트다. 얼마나 짧고 굵은가 하면 하루 동안, 엄밀히 말하면 12시간 안에 이동과 촬영을 모두 마치고 서울로 복귀해 다음날 정상출근하는 것이다. 때맞춰 열린 르망 24시의 출전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려는 뜻은 없다. 1박조차 하지 않는 이유는 휴가 다음에 어김없이 원고마감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사는게 그렇지 뭐. 달콤한 휴식은 얼어죽을……).
차는 각자 고르기로 했다. 편할 것 같아서? 경제적일 것 같아서? 재미있을 것 같아서? 다 좋다. 다만 조건이 있다. 국산차인 경우 3,000만원, 외제차는 5,000만원 내외의 합리적인(?) 가격대를 벗어나지 않을 것. 또, 요즘 짜증날 정도로 득세하고 있는 SUV 종류는 뺐다. 요즘 추세가 쭉 이어지면 SUV 쿠페, SUV 컨버터블, SUV 세단 따위만 남게 될지 모르니 우리라도 견제하자는 취지다. 미니밴, MPV도 안된다. 휴가지를 관광 모드로 다닐 때 이런 차가 편한건 누구나 안다. 이번 여정처럼 여러명이 함께 움직일 때는 더더욱 편할 것이다(가령 막내한테 운전을 도맡기면 된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이번엔 차에 2명 이상 탈 일이 없다. 1인 1차. 한사람이 한대씩 하루종일 운전해야 한다. 사진기자도 예외 없다. 그래서 관광 모드도, 널찍한 휴식공간도 아무 의미가 없다. 경치를 감상할 시간도, 차안에서 다리를 뻗고 누울 여유도 없을테니까.
그런 잣대를 들이대고 보니 자연스레 SUV, MPV를 제외한 차종들을 한대씩 넣어 구색을 갖추게 됐다. 즉 쿠페, 컨버터블, 해치백, 세단, 왜건이 한자리에 모였다. SUV 저지 궐기대회라도 열린듯 하다. 차종도 제각각이지만 가격대도 다 다르고 연료도 가솔린, 디젤, LPG로 다양하다. 조합별로 나름의 재미가 있을 터였다. 이들이 산과 강, 바다라는 다채로운 휴가지 배경과 어떻게 어우러질지 궁금하다. 그리고 비 내리는 날씨와도.
하늘도 사서 고생하려는 우릴 어여삐 여겼나 보다. 하루 종일 비가 흩뿌릴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오늘만큼은 빗나가지 않았다. 후텁지근하거나 햇볕에 살이 탈 염려가 없으니 잘됐다 싶기도 하지만 힐끗 사진기자의 표정을 살피니 잔뜩 찌푸린 상태로 당장이라도 천둥번개를 칠 분위기다.
이번 여정을 기록해줄 그가 비바람 속 강행군에 행여 쓰러지기라도 할세라 가장 좋은(?) 차를 내주어야만 했다. 편안하고 넉넉한 공간과 풍부한 편의장비를 갖춘 볼보 크로스컨트리 말이다. 셈이 빠른 독자는 아까부터 사진 속의 이 차가 눈에 거슬렸을 것이다. 크로스컨트리는 사실 유사 SUV이고, 차값도 7,000만원이 넘으니 말이다. 이 차는 깍두기(?)다. 사진기자에게 배정된 촬영장비 운반 및 촬영장소 답사용 차라고 해두자.
서울을 출발하는 시간은 시승차를 수령하는 오전 10시 이후로 정해졌다. 그런데 세상사가 어디 계획대로 되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집결지인 광주-원주고속도로 양평휴게소에 5대의 차가 모인 것은 12시가 넘어서였다. 예정보다 한시간이 늦어졌다.
점심식사를 챙길 시간이 없다. 운전 중 먹을 수 있는 간식을 사서 서둘러 휴게소를 떠났다. 그 와중에 배식을 잘못 받은 누군가는 오후 내내 ‘말랑카우’로 허기진 속을 달래야 했다. 정말 점심을 굶길 줄은 몰랐다면서…… 안됐지만 끼니 때우느라 해 떨어지기 전에 삼척에 도착하지 못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난 바닷가 촬영을 위해 튜브까지 챙겨왔다고.
민병권
“각자 알아서들 수영복을 준비하든 튜브를 준비하든 하라고……” 동료 기자의 농담 섞인 주문에 전날 진지하게 어떤 소품과 의상을 챙겨가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게 아닌가. 그것도 잠깐 흩뿌리는 수준이 아닌 것 같다.
망했구나…… 그래도 출발은 해야 했다. 기자가 고른 차는 인피니티 Q30S. 누군가 말했던 꽃분홍색은 아니지만 분명 튀는 컬러다. 게다가 틴팅이 안되어 주변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요란스러운 해치백이 또 있을까?
Q30S는 보는 각도에 따라 오묘하게 다른 모습을 보인다. 겉에서 살펴볼 땐 콤팩트한 사이즈라 여겼는데 실내에 오르고 보니 꽤 넓다. 해치백이라 트렁크 역시 좁을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여유롭다. 그리고 그 공간이 단순히 쓸모 있게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차값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고급스럽게 치장된 것이 마음에 쏙 든다.
Q30S와 인사를 마쳤으니 이제 밟아볼 차례다. 211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2.0L 터보 직분사 엔진을 얹었다더니 초반부터 경쾌한 몸놀림을 보인다. 그런데 찰떡궁합으로 맞물렸다는 7단 DCT와의 부조화가 불만스럽다. 1,200rpm의 낮은 영역에서부터 최대토크를 뽑아낸다지만 변속기와의 엇박자가 몸으로 고스란히 느껴진다. 다행히 초반 가속에서만 그렇고, 탄력이 붙으면 ‘역시 인피니티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한 주행성능을 즐길 수 있다.
이지수
기자의 선택은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이다. 지붕을 활짝 열고 오픈 에어링을 즐기는 것만큼 낭만적인 휴가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선택했다. 무엇보다 사방이 막힌 SUV로는 절대로 불가능한 컨버터블만의 개방감을 누리고 싶었다. 제아무리 넓은 파노라마 선루프를 단 SUV라도 머리 위쪽만 뚫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
컨버터블을 선택한 데는 하루 동안의 소중한 휴가를 폼나게 즐기자는 생각도 컸다. 솔직히 슈퍼카 빼고 컨버터블만큼 주변시선을 사로잡는 자동차는 없지 않은가? 특히 지붕이 열리고 닫힐 때의 시선집중은 대단하다. 남들 일할 때 다녀오는 휴가(라고 쓰고 일이라고 읽지만)인 만큼 평소엔 타지 못하는 차 좀 실컷 타보자는 사심도 있었다.
트렁크에 짐이 다 들어가지 않는다면 사람 탈 일이 거의 없는 뒷좌석에 던져놓으면 된다. 미니 컨버터블엔 뒷좌석에 설치하는 윈드 디플렉터가 있으니 가벼운 짐이 바람에 날아갈 일도 없다.
생각은 이렇게 여물어갔고, 꿈은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아침부터 대찬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모든 계획이 어그러졌다. 지붕을 여는 일은 고사하고 미니 특유의 운전재미를 즐길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김준혁
어떤 차를 타고 가면 좋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기억 저편으로 아득해질 때쯤 문득 친구들과 처음으로 차를 끌고 동해 바닷가로 놀러 갔던 2007년 여름이 떠올랐다. 군 전역 후 처음 맞이하는 여름 휴가를 ‘찐’하게 보내보자며 렌터카를 타고 강릉으로 떠났던 그 설렘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당시 빌린 차가 르노삼성의 2세대 SM5 LPG였다. 차체가 옥색이었던 것도 생각난다. 그 옛날엔 스마트폰은커녕 블루투스도 없어 CD에 여름 후크송을 잔뜩 구워 챙겨갔다.
마침 동료기자들이 추린 시승 후보에 르노삼성 SM6 LPe가 있었다. 이번 여정엔 동해 바닷가가 포함되어 있으니 모처럼 추억에 잠겨보자는 생각에 낼름 차키를 집어들었다. 사실 세단은 여름 휴가에 이용할 차로는 매력이 없어 보인다. 좌석 구조가 제한적이고 트렁크 덮개로 인해 적재공간도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평범한 가정에서 휴가용 자동차를 따로 보유한 경우는 별로 없지 않나? 요즘엔 SUV가 대세라 이래저래 다목적으로 사용한다지만 아직까지(곧 바뀔 것 같긴 하지만) 패밀리카의 왕좌는 세단이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SM6 LPe는 요즘 다시 주목받고 있는 바로 그 LPG 자동차다. 미세먼지가 이슈로 떠오르며 저감대책의 하나로 LPG 사용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만큼 LPG차를 재조명하기에 딱 좋은 시점이다. 또 총각시절 기름값으로 매달 100만원 이상 지출했다가 결혼 뒤에 연료비가 싸다며 LPG차를 굴리는 편집장이 탁월한 선택이라고 기자의 선택을 응원했다.
시승차는 옛추억을 충실히 재현하는 차원으로 렌터카업체에서 빌렸다. 정말 풋풋했던 젊은날의 감성이 다시금 살아나는 듯했다. 센터페시아에 세로로 긴 디스플레이가 없는 SM6는 처음 타본다. 렌터카답게 빠진 장비가 많다. 겉보기에 폼나고 장비도 빵빵한 동료들의 차에 눈이 돌아갔지만 나름 정을 붙여 긴 여정을 함께하기로 했다.
서울을 출발해 영월의 동강을 지나 태백의 함백산에서 정점을 찍고 다시 삼척 바닷가까지 갔다가 서울로 복귀하는 대장정이다. 그것도 당일치기로.
이런 장거리 주행엔 세단의 편안한 승차감이 빛을 발할 것이다. 저기 앞서가는 370Z나 미니 컨버터블을 운전하는 동료들은 저녁이 되면 분명 기자에게 차를 바꿔 타자고 조를것이 뻔하다.
김종우
370Z를 골랐다. 이번 여정의 콘셉트가 휴가니 어쩌니 해도 결국 운전으로 시작해서 운전으로 끝날 판이니 전략적으로 좀 편한 차를 타는게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평소 갈 일이 드문 강원도 꼬부랑길을 원 없이 달릴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라 생각하니 오가는 길이 조금 고되더라도 스포츠카를 타고 싶어졌다. 마침 스포츠카를 일상적으로 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던 터라 잘됐다 싶었다.
370Z는 여기서 유일하게 순수한 2인승이다. 뒷자리를 짐칸으로나 써야 하는게 아니라 아예 좌석이 없다. 앞좌석에 앉아 뒤를 돌아보면 등받이 너머에 약간의 짐을 낑겨넣을 수 있는 테라스형(?) 수납공간이 있을 뿐이고, 화물이 앞으로 쏠려 떨어지는 것을 막는 용도로 걸쳐놓은 것 같은 굵은 은색 통이 실내를 가로질러 적재공간과 탑승공간을 나눈다. 과장되게 보이는 그것은 실은 차체 강성을 높이는 스트럿바다. 엔진룸에도 비슷한게 있다. 요즘 기준으론 다소 무식해 보이기도 하지만 작정하고 만든 스포츠카의 이미지를 과시하기엔 이만한 것도 없다.
대시보드 위에 배치된 3연장 계기(유온계, 전압계, 시계)도 마찬가지다. 구식이지만 정감 있다. 함께 나이들어 가는 것 같은 애틋함도 있다. 굳이 자료를 들춰보지 않아도 370Z는 여기서 가장 나이든 차가 분명하다. 기자의 액면가가 그런 것처럼.
스포츠카답게 시트 포지션이 나지막하지만 시야가 잘 확보되고 울룩불룩한 차체를 가늠하기가 쉬워 시내 운전은 예상 외로 부담 없다. SUV들에 둘러싸여 시선을 차단당하기 전까지는…. 어라운드뷰 시스템이나 후방카메라가 빠진건 알았지만 후방센서조차 없는 건 미처 몰랐다. 무심코 경고음 들릴 때까지 후진하려다 흠칫 놀랐다.
내비게이션이 없는건 차라리 깔끔해서 좋다. 이런 차는 장비 빼고 단순하게 만들어도 매력적이다. 그래도 재래식 크루즈 컨트롤은 있다. 고속도로에선 딱히 과속할 생각이 없어 유용하게 써먹었다. 370Z는 짧은 휠베이스와 예민한 스티어링에도 불구하고 고속도로 주행이 의외로 편안하고 고급져 GT감성마저 느껴진다. 연식변경을 거치면서 외부 소음 차단성능을 높인 영향도 있을 것이다. 오래 타면 허리 나갈 것처럼 땡땡한 스포츠카들과는 달리 하체도 부드럽고 여유롭다.
민병권
미친 척 지붕을 열고 달려볼까 생각도 했지만, 눈에 띄게 고급스러운 브라운 색상의 천연가죽 시트가 혹시라도 상할까봐 일찌감치 단념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고속도로를 따라 영월을 향해 부지런히 달렸다. 장대비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기 위해 속도를 올렸다.
누가 쿠퍼 S 아니랄까봐 가속력 하나는 끝내준다. 192마력의 2.0L 터보 엔진은 길이 4m가 안되고, 무게도 1.4톤(가볍긴 하나 해치백보다 95kg 무겁다)을 넘지 않은 작은 차체에 과분할 정도로 강력하다.
저회전대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터보 래그만 잘 넘기면 원하는 속도까지 쭉쭉 내달릴 수 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안정성도 꽤나 훌륭하다. 그러나 노면상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섀시 때문에 안락함을 기대하긴 어렵다. 해치백보다 부드럽긴 하지만 쿠퍼 S 배지에 어울리는 이름값을 한다. 이런 특성을 파악하고 나니 장거리 운전이 부담되기 시작했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준혁
신평JC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제천IC에서 나가 38번 국도 제천휴게소에 다시 모였다. 루트를 짠 동료는 영월읍 선돌주차장에 들러 절경을 찍고 싶다고 했지만 다른 기자들의 눈총을 맞고는 말끝을 흐렸다. 시간이 촉박해 바로 동강을 향해 가야 했다.
고속도로 위주로 2시간을 이동하는 동안 과연 크로스컨트리는 압도적인 편안함이 부각됐다. 큰 덩치가 주는 고속주행 안정감과 정숙하고 부드러운 승차감, 차체 대비 작은 듯하지만 너끈한 힘을 발휘하는 2.0L 터보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은 장거리 이동을 마치 집앞에 잠깐 다녀오는 것처럼 부담없게 만들어줬다. 덕분에 이동 중 아낀 에너지를 촬영에 쏟아부을 수 있었다.
전에 경험했던 볼보 디젤차들은 심하게 덜덜거리거나 어색한 소리를 내곤 했는데 요즘은 완전히 달라졌다. 크로스컨트리는 차체가 껑충하게 띄워져 있어 고속주행 때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거나 휘청거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비바람 속에서도 그런 기미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 차에 쓰였다는 리프 스프링을 뜯어보고 싶었다.
동강을 따라 올라가다 강가 자갈밭에 당도했을 때 다시 한번 크로스컨트리의 능력이 빛났다. 세단인 S90보다 60mm 높은 서스펜션 덕분에 혼자만 겅중겅중 강변을 누빌 수 있었다. 다른 차들은 길가에 대기하다 기자가 OK를 한 다음에야 물가로 접근했다. 크로스컨트리로 다이내믹한 도강 장면을 촬영하고 싶었지만 ‘당신 차는 깍두기’라는 동료 말을 들은 터라 참기로 했다.
이영석
가는 길은 험난했다. 해가 쨍쨍 비추는가 싶더니 산 하나를 넘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폭우가 쏟아졌고, 또 다시 산을 넘으면 해가 쨍쨍했다. 하필 이런 날씨에 혼자만의 휴가를 즐기게 되다니…… 그나마 동료들의 사전답사 덕분에 쵤영장소를 찾아헤매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었다.
첫 촬영지인 동강에서 Q30S는 크로스오버카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크로스컨트리만큼은 아니지만 최저지상고가 일반 해치백들보다 높은 편이라 수월하게 돌무더기를 해치고 나아갔다. 370Z 옆에 선 Q30S는 정말 SUV처럼 보였다. 그러면서도 여자인 기자가 타고 내리기에 불편하지 않은 적당한 높이를 가졌다는 장점이 눈에 띄었다.
크로스컨트리보다 작고(해치백이라서) 짧은 체구는 나뭇가지가 늘어진 좁은 산길을 헤집고다닐 때도 유리할 것이다. 촬영 후보지 중 하나인 계곡에 가려면 그런 길을 지나야 했기에 Q30S가 더욱 의기양양할 수도 있었는데, 시간상 건너뛰어 아쉬웠다.
정작 기동성을 과시한 것은 Q30S도, 미니도 아닌 370Z였다. 모든 차들이 앞뒤로 왔다갔다 하며 유턴을 해야 했던 좁은 도로에서 370Z만 단번에 180도 방향을 바꾸었다. 혼자 뒷바퀴굴림인게 그런 차이를 만들어냈나 보다.
이지수
기자가 선택한 SM6 LPe의 또다른 강점은 역시 연료비다. LPG 가격은 휘발유의 절반 수준. 이동 중 충전소를 지나칠 때마다 요금표를 확인해보니 L당 가격이 830~860원 사이에 몰려 있었다. LPG차의 연비가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해도 연료비가 적게 들 것이 분명했다. 잘하면 디젤차보다 더 적게 들 것이다. 문제는 충전소다. 주유소도 드문 산간지방을 달릴테니 중간에 충전소 찾기는 더 힘들 터. 지난호에 실린 전기차 시승 당시 배터리의 전력이 간당간당해서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그걸 빼면 LPG차라고 운전이 별다르진 않다. 시동을 걸 때도 가솔린차 같고 고속도로 주행 때 힘이 모자라지도 않다. 산악구간에서도 나름 박력 있게 치고 올라간다. 연비는 어떻냐고? 실제주행결과 9km/L에 못미쳤다. 짐을 싣지 않았고 혼자 탔는데도 이 정도면 가족을 태우고 한가득 짐을 실을 경우 더 나빠질 것이다. 그래도 LPG 가격이 저렴해 큰 부담은 없다.
적재공간은 어떨까? LPG를 연료로 쓰는 택시 트렁크 안쪽에는 원통형 가스통이 가로로 길게 뉘어져 있다. 연료탱크의 부피가 상당해 적재공간의 많은 부분을 잠식한다. 하지만 SM6 LPe는 도넛 모양 LPG 탱크가 트렁크 바닥 아래, 스페어 타이어를 넣는 곳에 깔려 있다. 때문에 트렁크 덮개를 열어도 LPG 탱크가 보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트렁크 바닥이 조금 높지만 사용하면서 불편하거나 거슬리지 않는다. 실제로 적재공간 비교를 위해 준비한 짐들을 실을 때도 트렁크 개구부가 넓고 안쪽 공간이 깊어 너끈히 싣고도 남았다.
김종우
두번째 촬영 포인트는 함백산 만항재다. 가는 시간을 줄이자면 계속 38번국도를 타고 고한역을 지나 함백산로를 올라가면 되지만 욕심을 좀 부렸다. 구불구불한 길을 더 달리기 위해 연상리부터 31번 국도를 타고 돌아 올라가는 길을 택한 것. 초록이 우거지고 비가 내려 촉촉해진 대기와 옅은 안개 덕분에 딱히 어디랄 것 없이 코너를 몇개 돌 때마다 촬영 포인트를 만났다. 중간중간 사진을 찍느라 시간이 지체된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결과적으론 잘한 일이 됐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안개가 짙어져 촬영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다음 촬영지인 삼척까진 1시간 30분거리. 중간에 휴게소도 없지만 쉴 시간도 없다. 벌써 오후 6시가 가까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늦었다는 걸 핑계로 함백산길을 신나게 내달렸다. 하지만 빗길인데다 시야가 제한된 초행길이라 한계가 있었다. 조금만 몰아붙여도 주행안정장치가 발광을 하고 잠깐 템포를 늦추면 룸미러의 크로스컨트리가 큼지막하게 다가와 압박을 가했다.
촬영을 위해 잠시 옮겨 타보니 네바퀴굴림을 믿고 꽤 자신 있게 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차체가 쏠려 금세 멀미가 났다. 다시 Z로 돌아오니 그리 편할 수가 없다. 비록 7,500rpm까지 쌩쌩 돌릴 환경이 아니라도 말이다.
370Z는 몰면 몰수록 배기량을 알차게 사용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 흔한 다운사이징 터보도, DCT 변속기도 아니지만 주행 감성을 전달하는 면에서는 더 효율적인 듯하다. 812 슈퍼패스트? 911 GT3? 고배기량의 자연흡기 스포츠카를 멀리서 찾을 것 없다. 사골일지언정 진국인 370Z부터 보자.
민병권
함백산 일대, 그리고 삼척까지 가는 도로에서 다시 한번 Q30S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다. 개발 당시 엔지니어들이 험준한 산악도로에서 까다로운 테스트를 진행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덕분인지 승차감은 물론이고 차체 밸런스, 역동성 등이 나무랄 데 없다. 굽이치는 코너를 돌아나갈 때도 자세가 무너지지 않고 꽁무니가 재빠르게 따라붙어 만족스러운 궤적을 그려냈다.
Q30S에 적용된 스포츠 서스펜션과 튜닝된 조향장치, 성능을 한껏 끌어올린 브레이크가 빛을 발한다. 아울러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안에 잠들어 있던 다른 누군가가 깨어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운전 재미가 커진다. 여기에 시프트패들까지 적절히 사용하면 금상첨화다. 헤드레스트 일체형 버킷시트는 몸을 꽉 붙잡아 급코너에서도 흔들림이 전혀 없다.
비가 오건 바람이 거세게 불건 개의치 않고 분위기에 심취해 계속 주행을 이어갔다. 노면이 젖어 있는 상태지만 불안감이 없다. 비록 네바퀴굴림은 아니지만 이럴땐 뒷바퀴굴림이 아닌 앞바퀴굴림이라는 것도 위안이 된다.
이지수
비가 오지 않은 마른 도로라면 더 재밌고 신나게 달릴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찰나에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이때다 싶어 룸미러 근처에 있는 소프트톱 오픈 버튼을 지긋이 눌러 지붕을 열었다. 속도에 관계없이 우선은 선루프 모드로 지붕이 열리고, 30km/h 이하로 달리면 지붕이 완전히 열린다. 모든 과정을 연속동작으로 하면 지붕을 열고 닫을 때 각각 20초 정도가 소요된다.
지붕을 연 상태에서 와인딩 로드를 달리니 그전까지 느꼈던 재미는 재미도 아니다. 사방이 뻥 뚫린 극한의 개방감이 재미를 몇배로 끌어올린다. 톱을 닫았을 때는 풍절음과 같은 각종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던 배기음도 비로소 들려오기 시작한다.
주행 모드와 변속기를 스포츠 모드로 두고 기어를 올리면 부앙 하는 폭발음이, 반대로 낮추면 팝콘 튀기는 소리가 뒤섞여 들려온다. 하만카돈 스피커는 톱이 열린 상태에서도 꽤나 선명한 음악소리를 들려줘 흥을 돋군다.
지붕을 닫고 코너를 집어삼킬 기세로 달릴 땐 시프트패들의 부재가 거슬렸는데, 지붕을 열고 여유를 갖고 달리니 기어를 바꾸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다. 머리 위로 펼쳐진 풍광을 감상하고,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게 손가락 운동보다 훨씬 더 재미있어서다.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데, 또 보슬보슬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미친 척하고 지붕을 연 채 동해까지 달릴까 했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 톱을 닫았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란 게 참 간사하다. 톱을 열며 씌워진 콩깍지가 톱을 닫자 거짓말처럼 벗겨진 기분이다.
김준혁
연비와 주행가능거리를 신경 쓰느라 페이스를 늦춘 것과 달리 동료들은 다들 신이 나셨다. 뒤에서 보자니 구불구불 산길을 아주 다이내믹하게 즐기더라. 빠릿한 수입차들 사이에 껴서 페이스 맞추느라 진땀을 뺐다.
SM6도 스티어링 감각이 직관적이긴 한데, 그건 어디까지나 국내의 경쟁 중형 세단들과 비교해서다. 더욱이 비까지 내리니 급코너에 조금이라도 빠르게 진입하면 어김없이 타이어가 비명을 지른다. 그래도 뛰어난(?) 운전실력으로 악착같이 쫓아갔더니 어느새 연료 게이지가 레드존으로 치닫고 있다. 트립 컴퓨터는 아직 100km는 더 갈 수 있단다. 그런데 가만보니 연료계 바늘은 자꾸 떨어지는 반면 주행가능거리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이거 큰일났다.
내비게이션에서 가까운 충전소를 검색하니 ‘찾으시는 결과가 없다’고 한다. 이게 뭔일? 서둘러 충전소를 찾아나섰다. ‘에잇, 설마 멈추겠어? 닛산 리프로 인제까지 왕복한 난데?’ 공허한 외침 속에 계기판 속 연료경고등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이 X줄타는 기분을 지난달에 이어 또 느끼다니 정말 짜증이 솟구쳤다.
가까스로 찾아내 목적지로 설정한 충전소까진 15km를 더 가야 한다. 스로틀을 살살 어르고 달래며 주행하는데 저만치 LPG 표지판이 보인다. ‘알렐루야!’ 내비게이션에 검색되지 않았던 충전소가 구원의 야훼처럼 눈앞에 나타났다. 얼른 가스를 충전했다. 주행가능거리가 다시 560km로 늘었다. 하지만 이제는 르노-닛산의 계기판을 믿지 않을 생각이다(이런 걸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하던가).
김종우
427번 지방도를 타고 다시 산 넘고 물을 건너 바닷가로 향했다. 이동하는 동안 날이 어두워지는게 실감나 정말 쉴 틈 없이 달려야 했다. ‘이러다 튜브에 바람도 넣어보지 못하고 끝나겠어!’ 결국 그렇게 됐다. 튜브를 부풀리긴커녕 캠핑 의자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해가 떨어져 바닷가 촬영을 접어야 했다. 그래도 우린 시간 내에 도착했고, 사진을 찍긴 찍었다. 모래사장에 차를 빠뜨려 견인차나 경운기를 부르는 사고도 치지 않았다. 드디어 식사를 할 권리가 주어졌다.
옥계휴게소에서 조촐하게 저녁을 먹었다. 늦은 시간이라 식당은 부분운영됐고 바로 옆의 동해바다는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한무리의 꼬맹이들이 휴게소 간판 조명에 반사된 시뻘건 370Z를 보고 몰려왔다. “우와 지티알이다. 아니네 삼칠공이네?”
서울까진 다시 3시간을 달려야 한다. 자정까진 간당간당하게 집에 들어갈 수 있겠지만 기왕 이렇게 된거 휴게소에서 조금 쉬었다 가기로 한다. 370Z는 일부 2인승 스포츠카와 달리 등받이를 뒤로 눕힐 공간이 충분해 쉬었다 가기 좋다. 동반석 등받이를 눕힐 수 있는 스위치가 운전자 옆에 달린 것도 마음에 든다(?). 룸미러 눈부심을 줄이기 위해선 손으로 비틀어줘야 하는게 속상했지만….
솔직히 사진기자가 휴게실에 간 사이 반자율 주행기능을 갖춘 크로스컨트리를 뺏어 타고 싶었다. 하지만 370Z가 피곤하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배부른 소리 같았다. 그래서 미니를 탔던 동료에게 차량 교환권을 양보했다. 참고로 370Z는 서울에서 가득 채워온 기름만으로 즉 중간 주유 없이 서울까지 되돌아갈 수 있었다. 고속도로에선 정속주행(그 속도가 얼마든)을 한 결과일 것이다.
민병권
오전 10시부터 쿠퍼 S 컨버터블을 운전하기 시작해 6시간이 지나고 주행거리 350km를 넘기자 허리는 아프고 스티어링 휠이 무겁게 느껴졌다. 와이퍼가 없는 리어 윈도에는 흙먼지가 잔뜩 달라붙어 가뜩이나 답답한 후방시야를 제로로 만들어버렸다. 피곤함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니 사각지대 경보장치나 차로이탈 경보장치 같은 안전장비의 도움을 받고 싶은데, 이런, 5,0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임에도 그런 장비가 하나도 없다.
연료계는 생각보다 빠르게 떨어진다. 연료탱크 용량이 44L에 불과하기 때문인지 트립컴퓨터에 공인연비 11.6km/L보다 높은 12.8km/L가 찍혔는데도 눈금이 뚝뚝 떨어지는게 보인다.
돌아올 때는 다행스럽게도 사진기자와 차를 바꿔 탔다. 장거리 운전이 편하기로 정평이 난 볼보 크로스컨트리! 덕분에 돌아오는 길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편했다. 아마 평범한 SUV를 탔어도 편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아까와 같은 설레임과 흥분, 재미는 전혀 없었다(시간이 흐르니 지루하기까지 했다).
그 순간 마음속에는 갈등이 일어나고 있었다. 휴가를 간다면, 미니 쿠퍼 S 컨버터블 같은 화끈하고 재밌는 차로 짧고 굵게 갔다 올 것인지 아니면 더 편한 차로 먼 거리를 여유 있게 갔다 올 건지. 머리에서는 몸과 마음이 편한 SUV를 선택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지만, 젊디젊은 기자의 뜨거운 가슴은 컨버터블을 타라고 외치고 있다.
김준혁
Q30S의 또 하나의 장점은 풍부한 장비다. 시승차(3,840만원)는 상위 트림에 비해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 어라운드뷰 모니터 등이 빠졌지만 서울로 돌아오는 길엔 차로이탈 경고장치, 전방충돌 방지 시스템, 하이빔 어시스트(그리고 재래식 크루즈 컨트롤) 등의 장비 덕분에 야간 장거리 주행의 부담과 피로를 한웅큼 덜어낼 수 있었다. 사실 10스피커 보스 오디오로 여정 내내 귀호강도 실컷 했다. 다른걸 모두 떠나 비루한 건강상태로 인해 장거리 운전을 꺼리는 기자가 하루 동안 600km 넘게 주행하고도 뒤탈이 없으니 Q30S에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이지수
강한 바람을 동반하며 하루 종일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여정의 막바지가 되도록 그칠 줄 모른다.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비 때문에 휴가 기분이 1도 안났다. 그리고 모름지기 휴가는 좋은 경치를 감상하고 그 지역 맛집 탐방도 해야 하는데, 살인적인 스케줄을 짠 동료 때문에 음식다운걸 입에 넣을 수 없었다. 하마터면 지난달에 못부른 견인차를 이번 달에 써먹을 뻔하기도 했다.
그래도 SM6는 잘못이 없다. 패밀리카의 왕좌는 세단의 것이라는 생각도 바뀌지 않았다. 휴가철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이동하기에 별 문제가 없고, 장거리 여행엔 오히려 편안한 승차감이 부각된다. LPG 충전 문제도 기자처럼 바닥까지 쓸 생각 하지 말고 여행계획에 맞게 중간중간 충전소가 보일 때마다 충전하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서울로 돌아와 다시 가스를 충전하고 정산해보니 이번에 주행한 거리는 630km이고 69L를 충전했다. 계기판에 뜬 평균연비는 8.9km/L이다. 충전비용은 총 5만8,000원이 들었다. 미니는 8만2,000원, Q30S는 8만9,000원, 370Z는 8만8,000원(그렇다. 370Z 연비가 Q30S보다 나았다. 운전자 나름인가?), 크로스컨트리는 6만5,000원의 주유비가 들었다. 보다시피 LPG는 가격이 저렴하고 다른 화석연료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오염물질 배출이 적다. 그러니 독자들도 이번 여름 휴가는 LPG차로 경제적이고 환경친화적으로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김종우
르노삼성 SM6 LPe SE
가격: 2,285만원(렌터카)
엔진: I4 1998cc LPG, 140마력/6000rpm, 19.7kg·m/3700rpm
변속기: CVT, FWD
성능: 0→100km/h -초, -km/h
연비: 9.3km/L, 141g/km
무게: 1420kg
미니 쿠퍼 S 컨버터블
가격: 4,720만원
엔진: I4 1998cc 터보, 192마력/4700~6000rpm, 28.6kg·m/1250~4750rpm
변속기: 6단 자동, FWD
성능: 0→100km/h 7.1초, 228km/h
연비: 11.6km/L, 147g/km
무게: 1375kg
볼보 크로스컨트리 프로
가격: 7,690만원
엔진: I4 1969cc 트윈터보 디젤, 235마력/4000rpm, 48.9kg·m/1750~2250rpm
변속기: 8단 자동, AWD
성능: 0→100km/h 7.5초, 230km/h
연비: 13.3km/L, 143g/km
무게: 1943kg
닛산 370Z
가격: 5,190만원
엔진: V6 3696cc, 333마력/7000rpm, 37kg·m/5200rpm
변속기: 7단 자동, RWD
성능: 0→100km/h -초, -km/h
연비: 9.0km/L, g/km
무게: 1545kg
인피니티 Q30S 프리미엄
가격: 3,840만원
엔진: I4 1991cc 터보, 211마력/5500rpm, 35.7kg·m/1200~4000rpm
변속기: 7단 DCT, FWD
성능: 0→100km/h 7.2초, 235km/h
연비: 11.1km/L, 154g/km
무게: 1530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