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보조시스템, 자율주행을 위한 전공필수
2016-04-19 15:22:48 글 김종우 기자
신차 구매 시 거금을 들여 주차보조시스템을 추가하거나 기본적으로 이 기능이 있어도 사용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많은 업체들이 이 시스템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차보조시스템은 요즘엔 수입차는 물론 국산 준중형차급에도 장착될 만큼 보편화된 기술이다. 브랜드별로 이 시스템을 부르는 이름은 제 각각이지만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여 주차를 돕는다’는 기능은 같다. 구성은 자동차 앞과 뒤에 달린 센서를 이용해 스티어링 휠을 자동으로 조작하며 가속, 제동, 변속은 시스템에 따라 자동 또는 수동으로 조작해야 한다.
주차보조시스템을 양산차에 처음 적용한 건 토요타다. 토요타는 2003년 이 시스템을 발표했으며 2004년부터 양산차인 프리우스에 적용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국내에 주차보조시스템을 장착해 처음으로 출시된 모델은 2008년 나온 폭스바겐 티구안이다. 폭스바겐은 주차보조시스템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 받고 있으며 국내 출시된 거의 모든 모델에 이 시스템을 적용해 판매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현대차가 2010년 출시된 아반떼 MD에 최초로 주차보조시스템을 장착해 판매했다.
폭스바겐은 국내 출시 거의 모든 차종에 이 시스템을 적용했다
초기 주차보조시스템은 평행주차만 가능했다. 스티어링 휠 조작만 자동으로 해주고, 기어 변속이나 가속, 제동은 안내에 따라 운전자가 조작해야 하는 방식이었다. 최근 시스템은 초기보다 훨씬 진화됐다. 평행주차 뿐 아니라 이젠 ‘T’자형 직각주차도 가능하고 여기에 평행주차 탈출 기능까지 더해졌다. 브랜드에 따라 제동이나 가속까지 시스템 스스로 조작 가능하다. 최근엔 한 단계 더 나아가 ‘보조’ 역할에서 스스로 주차하는 자동주차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율주행 콘셉트
지난 2015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5 CES (세계가전전시회: 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BMW는 리모트 발렛 파킹 시스템을 공개했다. BMW의 순수 전기차 i3로 시연한 이 기술은 스마트 워치를 통해 자동으로 주차를 할 수 있고, 차를 뺄 때 운전자 위치까지 알아서 찾아오는 기능까지 갖췄다. 이 기능은 지난해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정식으로 공개된 차세대 BMW 7시리즈부터 적용됐다.
이렇게 주차보조시스템은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지 않다. 굳이 비싼 돈을 들여가며 이 기능을 추가하지 않는다. 자주 이용하지 않는데다가 운전자들이 아직 이 시스템을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인터넷 동호회에 평행주차시스템을 이용하다 센서 오작동으로 차가 도로 경계석에 부딪치는 블랙박스 영상이 화제였다. 주차보조시스템은 말 그대로 ‘보조’일 뿐, 아직까진 모든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또한 이 시스템을 이용하다 사고가 발생한 경우 그 책임은 전적으로 운전자에게 있어 그 쓰임새가 더욱 적어질 수 밖에 없다.
시장의 미온적인 반응과 오작동의 위험까지 앉고 있는 주차보조시스템. 하지만 완성차 브랜드와 시스템 개발 업체가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이 시스템이 자율주행시스템으로 도약하기 위한 징검다리기 때문이다. 앞차와 거리를 조절하며 달리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차선 유지 장치 시스템(LKAS), 자동 긴급 제동(ABB) 등이 GPS,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결합해 자율주행 시스템을 이룬다.
아우디 RS7 자율주행차
아우디는 2014년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즈(DTM) 결승 경기가 열리기 직전 자율주행시스템이 장착된 ‘아우디 RS7 파일럿 드라이빙 콘셉트카’로 호켄하임 서킷을 질주하는 이벤트를 선보였다. 이 콘셉트카는 4.57km의 서킷을 2분대에 완주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지난해 5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율주행시스템 토대인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를 국내 기자단을 초청해 시연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승용차뿐 아니라 트럭에도 자율주행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 뿐 아니라 IT업체도 자율주행시스템 상용화에 한걸음 다가서고 있다. 2010년부터 구글이 자체 개발한 무인자동차는 누적거리가 280만km에 이르며 애플 역시 이에 뒤질세라 비밀리에 자율주행시스템과 차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자동차테스트 시설을 이용하기 위한 접촉이 있었다는 소식이다. 이 시설은 메르세데스-벤츠, 혼다 등이 자율주행자동차를 시험운행 곳으로 유명하다.
2015 CES에서 시연한 리모트 발렛 파킹 시스템
국산차 메이커도 자율 주행 시스템 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그룹은 지난 2010년 투싼ix 테스트 모델을 자율주행 방식으로 4km 시험 주행하는데 성공했고 차선유지 시스템, 주차 보조 시스템, 자동긴급제동 시스템 등 자율주행에 기반이 되는 기술들을 이미 양산차에 적용했다. 지난 3월부터는 정부로부터 제네시스 자율주행차 운행 허가를 받고 국내 도로에서 시험 주행을 하고 있다.
자동차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 꼽을 정도로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동수단으로서 자동차 본연의 쓰임뿐 아니라 여러 전후방 산업의 발전도 이끌어왔다. 그리고 이제 자동차라는 말 그대로 스스로 움직이려 하고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앞으로 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기대된다.
주요 브랜드별 주차보조 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