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로부터 내 차 지키기
2016-04-27 13:53:20 글 김준혁 기자
봄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황사와 미세먼지는 자동차에도 해를 끼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예전에는 추운 겨울이 빨리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봄이 오는 게 달갑지가 않다. 단순히 나이탓이 아니다. 봄과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 바로 황사 때문이다. 물론 옛날에도 황사는 있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문제였다.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내몽골 지역의 사막이 넓어졌고, 그 여파로 우리나라로 넘어오는 황사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황사가 중국을 거치면서 각종 중금속과 오염물질 즉 미세먼지와 뒤섞이는 게 더 큰 문제다. 지구온난화와 중국의 급격한 산업화가 맞물려 생겨난 미세먼지는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인체에 치명적인 황사와 미세먼지는 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여기엔 자동차도 포함된다. 미세먼지는 지름 10㎛ 이하의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를 말한다(초미세먼지는 지름이 2.5㎛에 불과하다). 1㎛가 1,000분의 1mm라 하니 그 크기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이처럼 크기가 아주 작기 때문에 사람의 호흡기나 혈관에 침투해 건강을 해치는 것이다.
사람의 몸 속도 침투하는데 자동차라고 미세먼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주차된 차 위에 쌓인 뽀얀 먼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미세먼지는 자동차 구석구석까지 침투해 차를 조금씩 망가뜨린다. 미세먼지가 소리 없이, 그리고 천천히 사람의 몸에 쌓여 병을 일으키는 것처럼 말이다.
보닛이나 앞 유리에 쌓여 있는 흙먼지를 보면 당장 먼지털이개를 집어들고 싶을 것이다. 그 심정 이해가 가지만 참아라. 황사+미세먼지는 단순한 먼지가 아니라 납, 구리, 카드뮴, 알루미늄 같은 중금속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먼지털이개로 닦아내면 미세한 중금속에 의해 페인트 막이 손상될 수 있다(유리도 마찬가지다). 물론 흠집은 무척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흠집 사이로 오염물질이 스며들어 차체를 부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차체가 더러워졌을 때는 물을 뿌려서 황사와 미세먼지가 자연스럽게 씻겨 내려가도록 한다.
황사를 뒤집어썼을 때는 손세차가 바람직하다
물로 먼지를 한번 씻어낸 다음 스펀지나 부드러운 솔, 카 샴푸를 이용해 꼼꼼하게 닦는다. 뻣뻣한 솔로 가득 찬 자동세차기에 집어넣지 말고, 손세차를 추천한다. 기계식 세차를 하면 차체에 남아 있는 황사먼지가 뻣뻣한 솔과 만나서 흠집을 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세차 후에는 물기를 완벽하게 제거한다. 물기가 남아 있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황사먼지가 차체에 달라붙는다. 깨끗해진 차가 황사와 미세먼지의 착륙장이 되는 것을 바라는 운전자는 없을 것이다.
세차는 눈에 보이는 곳만 깨끗하게 한 것일 뿐, 황사와 미세먼지로부터 차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작업은 하부관리다. 겨울에는 도로에 염화칼슘이나 염화나트륨 같은 제설제를 많이 뿌리기 때문에 하부가 오염되기 쉽다. 오염된 하부에 황사와 미세먼지가 달라붙으면 부식속도가 한층 빨라진다.
봄이 오기 전에 하부를 포함한 차체 구석구석을 꼼꼼히 세차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전문 세차장을 찾아가 하부 청소를 맡기도록 한다. 하부 청소는 스팀이나 고압 분사기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자동차는 눈에 보이는 곳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도 세심하게 관리해줘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깨끗한 에어필터는 자동차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사람이 타는 실내도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황사와 미세먼지가 실내에 유입되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것이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날에는 창문을 내리지 말고 공조장치를 사용할 때는 공기순환 모드에 맞춘다. 이렇게 하면 공기의 유입이 최소화되고, 실내 공기가 순환되는 과정에서 미세먼지가 필터에서 어느 정도 걸러진다.
이렇게 해도 미세먼지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안 하는 것보단 낫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작업이 하나 더 있다. 필터를 청소하는 일이다. 필터가 오염돼 있으면 창문을 닫고, 공기순환 모드에 맞추는 게 아무런 소용이 없다.
공조장치 필터는 6개월 또는 1만km 정도 주행 후 교체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자세한 내용은 자동차 매뉴얼을 참고한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많은 봄철에는 자주 갈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필터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엔진룸에 있는 에어필터(흡기필터)도 교체하도록 한다. 에어필터는 실린더로 들어가는 공기를 걸러내는 역할을 하는데, 이것이 오염되어 있으면 공기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 출력과 연비가 나빠진다. 따라서 봄이 되기 전에 에어필터를 교체하도록 한다. 아직 교체시기가 되지 않았다면 봄철이 지난 즉시 새것으로 바꾼다. 먼지에 숨구멍이 막힌 필터를 끼운 채로 여름 휴가를 떠날 수는 없지 않은가.
주행 중 창문을 닫고 공조장치로 외부공기를 막아도 사람이 타고 내릴 때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때문에 실내에 쌓인 먼지나 오염물질을 수시로 제거해야 한다. 실내 먼지는 에어건으로 빨아들이는 것이 제일 좋다. 수건이나 헝겊으로 대충 닦는 것은 고양이 세수를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강한 바람으로 통풍구, 시트의 구석진 곳, 내장재 이음매 등을 꼼꼼하게 청소한다. 발매트는 중성세제 푼 물에 흔들어서 세탁하고, 잘 말린 다음 진공청소기로 바닥에 붙어 있는 먼지를 빨아들인다. 미세먼지에 취약한 직물시트는 전용 클리닝 제품을 사용하고, 가죽시트는 가죽 보호제를 발라주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황사와 미세먼지로부터 자동차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 가능하면 실내에 주차한다. 실내 주차를 할 수 없다면 커버를 씌우자. 이게 귀찮다면 방법이 없다. 차를 자주 닦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