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업 디스플레이 - 제발, 운전에만 집중하세요
2016-05-19 13:42:17 글 김종우 기자
운전자의 눈은 바쁘다. 끊임없이 앞뒤를 살피면서 운전을 해야 하고, 수시로 계기판을 흘끔거리고, 목적지를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지 내비게이션 모니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뿐인가? 멋있는 사람이 걸어가면 그 자태도 감상해줘야 예의다. 스마트폰은 쉴 새 없이 ‘캐톡 캐톡’ 울어대고, 이메일 도착음도 들린다. 그 뿐인가? 뉴스피드와 팔로우도 챙겨야 한다. 하지만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은 도로교통법 49조 1항 10호에 따라 벌점 15점, 범칙금 6만원의 단속대상이다. 보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
이번 TG 테크에서 소개하는 기술은 운전자가 전방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ead up Display, 이하 HUD)다. 최근 수입차를 중심으로 HUD 장착 모델이 늘어나고 있다. 고급차에만 달리던 이 기능이 이제는 낮은 차급으로 내려왔을 뿐만 아니라 시중에서 구입해서 달 수도 있다.
내비게이션의 기반이 되는 GPS(위치정보 시스템)가 군사기술에서 나온 것과 마찬가지로 HUD 역시 전투기용으로 처음 선보였다.
B787 드림라이너의 HUD
전투기 조종석에는 많은 계기가 달려 있어, 조종사들은 이것을 살피면서 하늘을 날고, 공중전까지 치러야 했다. 이 기술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구촌이 전쟁에 휩싸인 1940년대. 당시의 전투기는 지금처럼 유도 미사일을 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꼬리를 물며 기관총을 난사하는 도그 파이트(Dog Fight)였으니 잠시라도 적에게서 눈을 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최근엔 모터사이클에도 사용된다
병사가 전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계기판에 반사경을 달아서 전방 유리창에 각종 정보를 비치게 만든 것이 초창기의 HUD다. 이 기술은 얼마 후에 승객을 실어나르는 여객기에도 도입되었다. 요즘의 전투기는 HUD에서 더 발전하여 헬멧 속에 직접 화면을 비추는 HMD(Head Mounted Display)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 기술이 더 진화하면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토니 스타크처럼 눈앞에서 모든 정보를 볼 수 있게 된다.
현대차는 최근 증강현실을 이용한 HUD 콘셉트 이미지를 공개했다
자동차에 HUD를 제일 처음 쓴 회사는 GM이다. 1988년 산하 브랜드인 올즈모빌의 커틀라스 수프림에 사용했다. 이듬해 닛산 240SX, 1991년 토요타 크라운 마제스타에 장착됐고, 최초의 컬러 HUD는 1998년 쉐보레 콜벳 C5에 달렸다. 초기 HUD는 시인성이 좋지 않아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2001년 GM이 캐딜락 XLR에 읽기 편한 선명한 HUD를 사용했고, 2003년 BMW 5시리즈(E60)부터 점차 고급 브랜드로 퍼져 나갔다. 국내 메이커는 10여년이 뒤져, 2012년 기아차 K9에 처음으로 HUD가 달렸다.
보급이 늘어날수록 HUD의 발전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초기에는 속도, 연료량 정도를 나타냈지만 지금은 내비게이션의 진행 방향과 지도 정보까지 제공한다. 현대차에서는 증강현실을 이용한 HUD까지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HUD 방식은 크게 두가지로, 굴절식(Conventional)이 널리 쓰인다. 소형 모니터 위에 대형 렌즈를 놓고 그 광선을 굴절시킨 화면을 투명판에 반사시키는 원리다. 또 하나는 회절식(Holographic)으로, 레이저가 굴절식의 렌즈 역할을 한다. 이 방식은 가볍고 상이 투명판에 곧바로 투영되어 굴절식보다 밝고, 더 넓은 면적을 비출 수 있다. 전투기에는 대부분 회절식이 사용되며, 양산차에는 2015년 재규어 XE가 처음이다.
미래에는 HUD에 모든 정보가 표시될 것이다
다른 기술처럼 자동차용 HUD도 점점 발전하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 기술과 맞물려 운전대 없이 윈드스크린의 터치만으로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시중에서 HUD를 구입, 장착할 수 있다. 액정 모니터를 대시보드 위에 올려 반사시키는 방식, 순정품처럼 영상을 직접 투영시키는 방식이 있다. 장비를 따로 구입할 필요 없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HUD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다.
〈탑기어〉는 HLB(주)에서 개발한 HUD, 아프로뷰S2를 직접 사용해 봤다. 아프로뷰S2는 회절식으로, 대시보드에 올려서 사용한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내비게이션 정보를 비추고, OBD와 연동해 현재속도, rpm, 속도 그래픽, 주유잔량, 외부온도를 앞유리에 띄울 수 있다. 차를 바꾸지 못한다면 아프로뷰S2가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