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돌사고는 내가 막는다, 자율긴급제동시스템
2016-06-21 11:20:44 글 김종우 기자
사고는 찰나의 순간에 일어난다. 순발력을 키울 것인가, 첨단장비를 사용할 것인가?
‘전방주시’는 운전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다. 하지만 운전자의 시선을 빼앗아가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무단횡단하는 보행자, 자전거, 오토바이, 현란한 간판들, 갑자기 끼어드는 차 등등… 따라서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사고를 100% 피할 수는 없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The 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 NTSB)가 2015년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추돌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이 1년에 1,700여명, 부상자는 50만명에 이른다.
추돌사고를 막는 방법은 간단하다. 앞을 잘 살피면서 침착하게 운전하면 된다. 집밥 백선생 말대로 ‘참, 쉽쥬’지만 운전을 하다 보면 사람의 힘으로 안되는 일도 있는 법. 그래서 등장한 기술이 바로 자율긴급제동시스템(Autonomous Emergency Braking System, AEB)이다.
최근엔 야간에서도 작동하는 AEB시스템도 개발됐다
AEB는 자동차에 달린 카메라와 레이더가 앞쪽 상황을 분석해 추돌위험이 있음에도 운전자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거나 뒤늦게 제동을 걸 경우 차가 알아서 속도를 줄이거나 정지시킨다. 먼저 장애물과 너무 가까우면 경고등이나 경고음을 울려 운전자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그래도 운전자가 말을 들어먹지 않으면 강제로 브레이크를 걸어 차를 세워버린다. 운전자가 충분히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았을 때도 작동한다.
이 기술을 가장 먼저 선보인 메이커는 일찍부터 자동차 안전에 신경을 써온 다임러(메르세데스-벤츠)와 볼보다. 다임러는 1992년 TRW사와 함께 이 시스템 개발을 시작했고, 볼보는 자체적으로 AEB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안전장비가 처음 달려나온 차는 2009년 볼보 XC60과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다. 볼보는 이 시스템을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라고 부르고, 다임러는 액티브 브레이킹 시스템(Active Braking System)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폭스바겐은 시티 이머전시 브레이크(City Emergency Brake), 피아트는 시티 브레이크 컨트롤(City Brake Control)이다. 국내에서는 만도에서 생산해 2013년 2세대 제네시스에 처음 사용되었고, 지금은 중소형 승용차뿐만 아니라 대형트럭과 버스 같은 상용차에도 장착되고 있다.
AEB의 1차목표는 정지고, 2차목표는 피해의 최소화다
AEB 시스템은 크게 라이더(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 레이저 광선을 사용하는 레이더) 방식과 레이더 및 카메라를 사용하는 방식이 있다. 라이더 방식은 레이저 광선을 쏘아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앞차와의 거리를 계산한다. 낮은 속도와 짧은 거리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 볼보(시티 세이프티)가 라이더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메이커다.
레이더 및 카메라 방식은 음파를 쏘거나 카메라를 통해 전방을 살펴 브레이크 시스템을 조작하는 방식이다. 빠른 속도에서 사용할 수 있고, 측정거리가 긴 장점이 있다. 라이더 방식은 전방 12m 정도까지 측정하지만 레이더 방식은 최대 200m까지 측정할 수 있다.
카메라 방식은 사람의 눈과 같이 두개의 광각카메라를 사용해 전방상황을 예측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액티브 브레이킹시스템은 레이더와 두개의 카메라를 사용하고, 스바루는 두개의 카메라 방식을 사용한다.
AEB시스템은 운전자가 직접 조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용횟수가 적을수록 운전자에게 이롭기 때문에 효용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효과는 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 5월 유로앤캡(EuroNCAP, Euro New Car Assessment Programme)과 오스트랄라시아(오세아니아) 앤캡이 공동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AEB시스템이 장착된 자동차는 일반 자동차보다 추돌사고의 확률이 38% 정도 낮다. 이에 따라 유로앤캡은 신차종합등급 평가 시 AEB의 장착 여부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또한 AEB 의무장착을 위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주요 자동차 메이커 관계자들이 만나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의논했다고 한다.
AEB를 포함한 여러 기술이 모여 자율주행시스템을 이룬다
추돌방지라는 중요한 쓰임새 외에 AEB가 가지는 또다른 의미가 있다. AEB는 요즘 자동차업계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자율주행자동차의 기초기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달리는 자동차에는 AEB의 기술과 정속주행장치(크루즈컨트롤) 합쳐진 지능형 크루즈컨트롤 및 차로유지시스템, 자동주차시스템 등 다양한 기술이 사용된다. 최첨단 자동차의 토대가 되는 것이다.
머지않아 AEB는 안전벨트나 에어백처럼 모든 자동차에 기본으로 장착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귀한 수퍼카나 늘씬한 미인을 만났을 때 몇초 동안은 곁눈질해도 괜찮지 않을까? 차가 신호를 보내준다고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