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부리지 말고 확실히!, 디젤 엔진의 배출가스저감장치
2016-07-11 10:08:58 글 김종우 기자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에 비해 연소효율이 높고 힘도 좋아 소비자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유럽에서는 팔린 자동차 중 55% 이상이 디젤이다. 국내에서 팔리는 수입차도 7할이 디젤 엔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수입차에 빼앗긴 몫을 되찾기 위해 디젤 차종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디젤 엔진은 지난해 터진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로 잘 알려졌듯이 가솔린 엔진보다 유해물질이 많이 배출된다. 따라서 이것을 줄이는 장치를 별도로 갖추어야 한다. 더불어 자동차 배출가스 장벽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15년 9월부터 적용된 유로6 배기규정에 따르면 승용차의 경우 유로5에 비해 미세먼지는 50%, 질소산화물(NOx)은 80% 가량 줄어야 한다.
이 기준을 만족시키려면 저감장치를 필수적으로 달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차가 무거워져 연소효율이 떨어지고, 값도 비싸지는 문제가 생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폭스바겐 같은 꼼수 부리기가 등장한 것이다. 옳지 못한 방법을 동원한 폭스바겐은 그 책임을 지고 올바른 해결책을 내놓아야겠지만 ‘오죽 골치를 썩였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TG 테크에서는 디젤 자동차에 널리 사용되는 디젤 엔진의 배출가스저감장치에 대해서 알아본다.
먼저 왜 디젤 배출가스에 이렇게 호들갑인지 그 이유를 먼저 알아보자.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과 달리 압축된 공기에 연료를 분사해 이를 통한 폭발로 에너지를 얻는다. 공기가 충분한 상태에서 연소가 이뤄져 가솔린 엔진보다 이산화탄소나 일산화탄소가 적다. 대신 질소산화물 같은 기체상태의 유해물질과 흔히 매연이라고 불리는 고형 탄소입자가 배출된다.
디젤 가스는 암은 물론이고 호흡기질환, 알레르기성 질환을 일으키고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등 인간과 자연 모두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2012년 6월 디젤 배출가스를 2A등급에서 1등급 발암물질로 상향조정했다. 우리가 자동차 배출가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이제 알겠는가?
EGR(Exhaust Gas Recirculation, 배출가스 재순환) 방식
EGR 방식은 연소로 생긴 배출가스 일부를 엔진의 연소실로 다시 돌려보내는 기술이다. 냉각된 배출가스가 다시 들어가면 혼합기의 폭발온도가 낮아져 고온에서 생성되는 질소산화물을 줄일 수 있다. 가스를 거르는 더 앞선 기술 같지만 사실은 양날의 검이다. 질소산화물이 적은 대신 낮은 온도에서 생성되는 매연 등 고형 탄소입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디젤 자동차가 EGR방식을 쓰고 있으며, 가솔린 및 일부 LPG차에도 사용된다.
CPF(Catalyzed Particulate Filter, 배출가스 후처리)방식
촉매여과기
이것은 디젤 기관의 배출가스 중 입자형태의 유해물질을 여과기로 포집, 배출가스의 온도를 유해물질의 발화온도(550℃) 이상으로 끌어올려 태워버리는 기술이다. 이 방식을 쓰면 입자형태의 유해물질을 약 70%까지 줄일 수 있다.
이 장치는 촉매여과기, 산화촉매컨버터(DOC), 차압센서, 온도센서 등으로 구성된다. 촉매여과기는 입자형 유해물질의 포집과 연소를 담당하고, 산화촉매컨버터는 탄화수소와 일산화탄소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CPF방식은 매연 감소능력이 우수하지만 포집된 유해물질로 배압이 형성돼 출력과 연소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선택적 환원촉매)방식
SCR은 기체상태의 유해물질, 특히 인체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기술이다. 암모니아가 포함된 요소수를 분사해 질소산화물을 분해하는 방식이다. 질소산화물이 암모니아와 만나면 인체에 무해한 질소와 물로 환원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최고의 기술을 적용하면 질소산화물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방식도 단점이 있다. 요소수 탱크를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일정거리를 달린 후(2만km 정도) 요소수를 충전해야 하고 영하 10℃ 이하에서 얼 수 있어 보온장비를 갖춰야 한다. SCR 관련부품을 장착하려면 차에 여유공간이 있어야 하고, 무게도 늘어난다. 당연히 차값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LNT(Lean NOX Trap, 희박질소촉매)방식
LNT방식은 SCR방식과 동일하게 기체형 유해물질, 그중 질소산화물을 저감시키는 기술이다. 작동원리는 CPF방식과 비슷해 배출가스에서 질소산화물을 포집하여 태워버린다. 저감율은 SCR보다 낮은 70%선이다. 단점은 연료를 사용해 포집된 질소산화물을 태우기 때문에 연소효율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용 탱크가 필요없어 비용이 적게 들고 소형차에 설치할 수 있다. 디젤 게이트의 장본인인 폭스바겐은 EGR과 LNT 기술을 함께 쓰는 디젤차에 조작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디젤차에는 여러 방식이 혼합돼 사용된다
유로3나 유로4 배기규정 아래서는 디젤 엔진을 개선하는 작업만으로 배기규정을 통과할 수 있었다. 혼합기의 압축과 연료분사가 독립적으로 이뤄지는 커먼레일 엔진이나 인젝터별 연료분사장치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배기규정이 점점 강화되면서 자동차업체들은 기계적인 개선작업 외에 앞에서 소개한 여러가지 기술을 개발, 적용하고 있다. 메이커들은 SCR+CPF, LNT+CPF, EGR+SCR+LNT+CPF 등 여러가지 방식을 조합해 유로6의 벽을 뚫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전기차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를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전기에너지를 축적하는 기술이 아직 부족하고 사용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디젤 엔진은 계속 사용되고, 규제 또한 점점 강화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디젤 엔진의 배출가스를 줄이는 획기적인 기술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노고에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