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 손잡이 사용설명서
2016-07-13 12:27:13 글 제이슨 홍
차라고 다 같은 차가 아니다. 특별한 차는 마주하는 순간 사람의 기를 죽인다. 보통은 수퍼카가 그렇다. 문 여는 방법부터 범상치 않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전자오락실에서 금발 미녀를 태우고 신나게 달렸던 게임 〈아웃런〉 (Outrun)의 페라리 테스타로사를 기억하는가? 누군가 마음껏 타라며 테스타로사의 키를 건네줬다면? 아마 일생에 한번 올까말까 한 기회일 것이다.
게임 속 주인공처럼 멋진 선글라스를 쓰고 휘파람을 불며 차앞에 섰다고 가정하자. 근데 황당하다. 눈 씻고 봐도 열쇠구멍만 보일 뿐 차문을 여는 도어 손잡이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당황하면 차주가 아니라는 사실이 바로 들통난다. 아름다운 그녀와 함께 왔다면 스타일 구길뻔했다. 손잡이는 테스타로사의 상징인 측면 흡기구 핀 안쪽에 있다. 열쇠구멍을 기준으로 아랫부분을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예전엔 이런 차가 많았다.
매니아들의 심금을 울리는 람보르기니 카운타크의 도어 손잡이도 사이드 에어벤트 부분에 달려 있다. 더한 예도 있다. 영화 〈스워드피시〉 (Swordfish, 2001)에서 주인공 존 트라볼타와 종횡무진 활약한 제2의 주인공 TVR 투스칸을 기억하는가? 이 차의 도어 손잡이는 오너가 아니면 정말로 알 수 없다. 위치는 사이드미러 아래다.
요즘 차들은 이렇게 당황스러운 경우가 거의 없다. 하지만 고성능차의 경우 기능상인 이유로 손잡이를 숨겨두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다. 문 여는 방법이 독특해 손잡이의 위치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코치도어를 쓰는 롤스로이스가 대표적인 예다. 디자인을 위해 도어 손잡이를 교묘하게 위장하는 방식도 있다. 주로 뒷문에 많이 쓰는데, 언뜻 봐선 찾기가 쉽지 않아 3도어 쿠페로 오인할 수 있다.
특이한 도어 손잡이가 달린 차를 보더라도 당황하지 말라고 사진을 곁들인 설명서를 준비했다. 필요에 따라 응용할 수 있도록 형태별로 분류했다. 또한 주변에서 마주칠 가능성이 있는 차를 위주로 선정해 실용성(?)을 높였다. 잘 알아뒀다가 그녀 앞에서 멋지게 문을 열도록 하자.
고성능 스포츠카 및 수퍼카에 주로 적용되는 형태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튀어나온 곳 없이 납작하게 만들어져 있다. 돌기처럼 생긴 부분을 누르면 손잡이를 잡아당길 수 있도록 들린다. 닛산 GT-R이나 재규어 F-타입, 애스턴마틴 밴티지 등이 대표적인 예다.
Application : 스마트키를 소지한 채 다가서면 스르륵 튀어나오는 테슬라의 도어 손잡이도 있다. 자동으로 손잡이가 올라오지 않으면 당황하지 말고 키를 살짝 눌려주도록 하자.
단추 형태의 도어 손잡이로, 도어 버튼이라 칭하는 것이 적당할 듯하다. 버튼을 누르면 문이 열리기 때문에 직관적이다. 로터스 엘리스 같은 모델은 눈에 잘 띄는 곳에 도어 버튼이 달려 있어 당황할 일이 없다. 하지만 수퍼카들은 버튼의 위치가 제각각이다. 힌트는 공기저항이다. 공기저항을 줄일 수 있는 위치를 찾다 보니 측면 에어벤트나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에 도어 버튼을 달았다. 움푹 들어간 곳을 더듬으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카모플라주형의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도어 손잡이를 최대한 부각시켜 디자인의 요소로 활용했다. 손잡이기 큼지막하기 때문에 찾기 쉽지만 여닫는 방법이 특이해 당황할 수 있다. 그럴 때는 손잡이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살짝 당겨보고 문을 열면 된다. 닛산의 스포츠카 350Z와 370Z, 곧 출시될 신형 링컨 컨티넨탈이 대표적인 차다.
Application : 코치 도어, 일명 수어사이드 도어로 불리는 독특한 형태의 도어가 달린 롤스로이스도 큼지막한 도어 손잡이를 갖고 있다. 앞뒤 문이 반대방향으로 열려 도어 손잡이가 큼지막한 덩어리로 연결돼 있다. 이 점만 빼고 일반 손잡이와 다를 것이 없으니 문 여는 방향에만 신경을 쓰도록 하자.
군대에서 적의 눈에 띄지 않도록 위장하는 것을 ‘카모플라주’라고 한다. 자동차도 손잡이가 눈에 띄지 않게 숨긴 경우가 있다. 3도어 느낌으로 스포티하게 보이기 위해서인데, 주로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 소형차들이 여기에 속한다. 경쾌한 느낌의 경차 쉐보레 스파크가 대표적인 예. 그밖에 디자인에 힘을 준 시트로엥 DS4와 곧 출시될 혼다와 토요타의 콤팩트 SUV, HR-V와 C-HR도 카모플라주 도어 손잡이를 갖고 있다.
앞에서 소개한 유형에 속하지 않은 특이한 도어 손잡이들도 있다. 최신 페라리는 유선형 커버가 손잡이 역할을 한다. 혼다의 하이브리드 스포티카인 CR-Z도 마음만은 페라리다. 미국 스포츠카의 상징 쉐보레 콜벳은 손잡이를 도어 안쪽에 숨겼다. 캐딜락 CTS 쿠페도 같은 방식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