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아메리칸 머슬카
상남자의 차, 아메리칸 머슬카를 낱낱이 파헤쳤다!
2016-08-08 12:40:37 글 제이슨 홍
으르렁거리는 거친 배기음을 내뿜는 머슬카(Muscle car). 정확히 어떤 차를 의미하는지는 몰라도 느낌이 올 것이다. 영어로 근육을 뜻하는 머슬(muscle)과 자동차를 결합했다. 근육질의 상남자 같은 차란 말이다. 사실 머슬카의 어원은 불분명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뒷바퀴굴림 방식 쿠페에 강력한 8기통 대배기량 엔진을 얹은 미국차를 일컫는다.
서킷보단 길거리 레이스, 특히 직선 달리기에 치중한 탓에 세련된 섀시를 갖고 있지 못하다. 출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첨단기술 대신 단순무식하게 배기량을 키우는 방법을 택했다. 단순한 차체에 야생마같이 날뛰는 강력한 대배기량 엔진. 이것이 바로 세련된 유럽산 스포츠카와 구별되는 머슬카만의 특징이다. 영화 〈분노의 질주〉(Fast & Furious) 1편의 신호등 드래그 레이스를 펼치는 장면을 떠올리면 그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머슬카는 고배기량, 다기통 엔진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힘을 쏟아낸다
머슬카의 원조는 미국이다. 엄청나게 큰 땅덩이에 쭉 뻗은 고속도로 위주의 도로환경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일직선으로 뻗은 고속도로를 밤새 달리는 상황에선 고회전으로 출력을 짜내는 엔진으론 버티지 못한다.
엔진 내구성도 문제거니와 앵앵대는 엔진음을 밤새 듣고 있어야 하는 운전자도 고역이다. 단순한 대배기량 V8 엔진은 낮은 rpm에서부터 충분한 힘을 내주고, 회전질감도 부드러워 먼 거리를 빨리 달리는데 적합하다. 기름값? 물보다 기름이 싼 나라가 미국이다.
서스펜션도 물렁한 편이 먼 거리를 달리는 데 적합하다. 코너를 돌 일이 없어 단단한 서스펜션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포장 상태가 썩 좋지 않은 고속도로에서 덜컹일 뿐이다.
연료를 무지막지하게 먹게 생겼다
미국과 환경이 비슷한 호주나 남아공 등에도 머슬카가 있다. 하지만 자동차공업이 발달하지 않았기에 아메리칸 머슬카 같은 다양성을 기대하긴 힘들다. 어차피 호주 등의 머슬카도 미국차에 기반하고 있다.
머슬카의 어원이 불분명한 만큼, 그 역사도 확실치 않다. 종종 미국산 클래식카에 강력한 엔진을 얹은 ‘핫로드’(Hot Rods)와 겹치기도 한다. 어쨌든 머슬카의 전성기는 1960년대부터 1차 석유파동이 터지기 전인 1970년대 중반까지였다. 이 시기 미국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 산하의 여러 브랜드에서 갖가지 머슬카를 쏟아냈다. 지금은 없어진 플리머스(Plymouth) 브랜드의 로드러너, 폰티액 GTO 등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 자동차문화의 독특한 전통이 녹아 있는 머슬카는 오늘날까지 미국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지금은 훌쩍 올라버린 기름값과 까다로워진 배기규제 등 외부환경의 변화로 전성기 때 같은 판매량은 보이지 못한다. 하지만 상남자 같은 터프함이 돋보이는 머슬카는 미국 자동차문화의 상징이다.
이 같은 점을 잘 알고 있는 미국 자동차회사에서도 머슬카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늘날까지 미국을 대표하고 있는 신세대 머슬카에는 어떤 차가 있는지 짚어봤다.
쉐보레 카마로 V8 6.2L, RWD, 455마력, 62.9kg·m
1967년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쉐보레 카마로는 미국을 대표하는 포니카이자 머슬카다. 포니카(Pony Car)란 초대 포드 머스탱에서 유래하며, 저렴한 값에 스포티한 디자인을 가진 스포츠 ‘루킹’카를 뜻한다.
카마로는 쉐보레의 대표적인 포니카다. 하지만 카마로 SS 같은 고성능 모델은 GM이 자랑하는 8기통 LS 엔진을 얹고 500마력이 넘는 강력한 출력을 뿜어내 당당히 머슬카로 인정받는다.
머스탱의 성공에 자극받아 출시된 카마로는 신개발 뒷바퀴굴림 방식의 F보디 플랫폼을 썼다. F보디는 카마로 외에 지금은 단종된 폰티액의 머슬카 파이어버드에도 사용되었다. 사실상 GM의 전용 플랫폼으로, 2002년까지 무려 35년 동안 개량을 거듭하며 GM 머슬카의 심장 구실을 했다.
쉐보레 카마로 Z28(1967) : 포드 머스탱의 대항마로 출시된 1세대 카마로
시장의 침체로 잠시 단종됐던 카마로는 2010년 5세대 모델로 화려하게 복귀한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주인공 격인 범블비로 등장해 세계인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은 것. 기본형은 6기통 엔진이지만, 본격적인 머슬카로 인정받는 SS 모델부터는 8기통 LS3 엔진을 얹고 426마력을 발휘했다.
2012년 등장한 ZL1은 수퍼차저가 달린 신형 LSA 엔진으로 580마력을 발휘하며 ‘역사상 가장 강력한 카마로’가 됐다. 2014년엔 트랙 주행을 위해 섬세하게 튜닝된 Z/28 버전도 추가됐다.
카마로는 2015년에 풀 체인지를 거쳐 6세대로 거듭났다. SS는 8기통 6.2L 엔진으로 455마력을 낸다. 더 강력한 ZL1은 수퍼차저를 더해 640마력을 뿜어낸다. 태생부터 포드 머스탱과 비교되어왔던 쉐보레 카마로. 경쟁의 결과는 늘 흥미진진하다.
Dodge Challenger & Charger
닷지 챌린저 SRT 헬켓 : V8 6.2L, RWD, 717마력, 89.9kg·m
닷지 챌린저는 1969년 포드 머스탱과 쉐보레 카마로의 대항마로 출시됐다. 미국 빅3 중 가장 늦게 데뷔한 후발주자다. 크라이슬러제 뒷바퀴굴림 플랫폼인 E 플랫폼을 썼다. E 플랫폼 역시 머슬카로 분류되는 플리머스 바라쿠다에만 쓰였다. 크라이슬러의 머슬카 전용 플랫폼 역할을 한 셈이다.
GM에 LS엔진이 있었다면, 크라이슬러엔 그 유명한 8기통 헤미(Hemi) 엔진이 있었다. 챌린저 R/T는 ‘매그넘’ 헤미 엔진을 얹어 강력한 파워를 자랑했다. 보닛 위에 불룩 솟은 두개의 흡기구가 헤미의 상징이었다.
챌린저는 경쟁모델보다 큰 차체와 화려한 실내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려 했으나, 대세는 머스탱과 카마로로 넘어간 상태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차 석유파동이 일어나며 머슬카 시장이 침체기에 빠진다. 이에 챌린저는 1974년을 마지막으로 단종됐다.
닷지 차저(1966) : 닷지의 대표적인 머슬카, 차저의 첫번째 모델
2세대 챌린저는 이름만 같을 뿐 머슬카와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었다. 크라이슬러는 다시 머스탱, 카마로와 경쟁하기 위해 2008년, 역사 속의 챌린저를 부활시켰다. 새로운 닷지 챌린저는 크라이슬러 300C의 뒷바퀴굴림 방식 플랫폼을 손질해 사용했다. 상남자 같은 투박함이 느껴지는 육중한 외관이 매력적이다. 챌린저 R/T는 5.7L 헤미 엔진으로 375마력을, 6.4L 헤미를 얹은 SRT8은 470마력을 냈다. 챌린저의 끝판왕은 SRT 헬캣(Hellcat)으로, 이름 그대로 지옥에서 뛰쳐나온 맹수처럼 살벌한 파워를 자랑한다. 수퍼차저를 더한 헤미 엔진으로 최고출력이 자그마치 717마력에 달한다.
챌린저의 형제모델인 차저도 있다. 챌린저가 2도어 쿠페인 반면, 차저는 4도어 세단이다. 문이 4개인 만큼, 휠베이스가 10cm 더 길어 뒷자리가 편안하다. 엔진은 챌린저와 같다. R/T와 SRT8, SRT 헬캣 모델이 준비돼 있다. 0→400m를 11초에 주파하고, 최고속도가 329km/h에 이르는 닷지 차저 SRT 헬캣은 가장 빠른 세단이기도 하다.
포드 머스탱 셸비 GT500 : V8 5.8L, RWD, 662마력, 87.2kg·m
포드 머스탱은 미국을 대표하는 포니카이자 머슬카다. 미국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모델로, ‘포니카’란 이름도 머스탱을 상징하는 야생마 엠블럼에서 비롯됐다. 중간중간 명맥이 끊기기도 했던 경쟁자들과 달리, 머스탱은 1965년 출시 이후 50년 넘게 포드를 대표하는 머슬카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출시 첫해 68만대가 팔리며 엄청난 인기를 모은 머스탱은 스타일에 치중한 초기모델에서 점차 성능을 강조한 차로 발전했다. 인기가 워낙 좋아 다양한 버전을 쉽게 만들 수 있었다. 고성능 모델 개발은 레이싱 드라이버 출신의 캐럴 셸비(Carroll Shelby)가 맡았다. 8기통 엔진을 튜닝해 머스탱에 얹은 코브라를 시작으로 포드와 셸비의 인연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포드 머스탱 MARCH 1 콘셉트(1966) : 포니카의 시발점인 포드 머스탱의 콘셉트 모델. 1968년 모델 디자인에 영향을 줬다
석유파동과 시장변화에 따라 흥망성쇠를 거듭하던 머스탱은 2005년, 5세대에 이르며 본격적인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완전히 새로운 뒷바퀴굴림 전용 플랫폼에 한눈에도 머슬카다운 근육질 디자인을 접목시켰다. 강력한 엔진도 준비했다. GT 모델에는 코요테란 이름의 8기통 5.0L 엔진을 얹었다. 윗급인 셸비 GT500은 550마력을 발휘했다.
2015년 발표된 6세대는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 대폭 변화를 주었다. 넓고 낮아진 차체에 4기통에서 8기통에 이르는 다양한 엔진을 얹었다. 머슬카 역할은 422마력의 코요테 엔진을 쓴 GT 모델이 맡았다.
머스탱 GT 위로 8기통 5.2L 부두(Voodoo) 엔진을 얹은 GT350이 있다. 이 엔진은 526마력의 고출력을 자랑하지만, 서킷 주행에 초점을 맞춘 고회전형 엔진이다. 따라서 머슬카로서의 매력은 떨어진다. 비교하자면 카마로 Z/28의 라이벌이다. 머스탱에는 앞으로도 머슬카의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엔진이 얹힐 것으로 기대된다.
〈탑기어〉 2016년 5월호 발췌·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