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엔진오일 A to Z
엔진오일은 제때 교환해야 한다! 이것 말고 얼마나 더 알고 있는가?
2016-08-25 12:55:37 글 김준혁 기자
자동차의 심장은 엔진이다. 이 중요한 엔진을 관리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처음에 길들이기를 잘하고, 그 후에는 좋은 연료를 넣는다든가, 연료첨가제를 넣거나 화학적·물리적 클리닝 작업으로 엔진 속의 때를 빼는 방법도 있다. 가장 중요한 관리방법은 제때, 성능 좋은 엔진오일을 넣는 것이다.
엔진오일에 대한 중요성은 초보운전자부터 베테랑까지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엔진오일에 대한 정보가 머릿속에서 희미해진다. 그 희미해진 기억을 〈탑기어〉와 함께 또렷하게 되살려보자.
엔진 내부를 순환하면서 금속면의 마찰을 줄이는 것이 엔진오일의 기본임무다. 엔진오일 없이 피스톤과 링이 실린더 벽면에 지속적으로 부딪치면 엔진이 쉬 못쓰게 된다. 마찰완화 외에 엔진의 열을 낮추는 일도 한다. 오일이 엔진 내부의 뜨거운 열을 흡수해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부위에 전달함으로써 적정온도를 유지시키는 것이다. 물론 엔진을 식히는 주임무는 냉각수가 담당한다.
엔진오일은 밀봉 작용도 한다. 피스톤 링과 실린더 벽 사이의 미세한 틈을 메운다. 오일이 없으면 이 틈으로 연료와 공기가 새나가 피스톤이 제대로 폭발하지 못한다. 엔진오일의 역할은 이게 끝이 아니다. 각종 찌꺼기와 금속물질을 흡수한 다음 오일필터에서 걸러져 엔진 내부를 깨끗하게 유지시킨다. 부식을 막는 방청작용도 빼놓을 수 없다.
시간이 지나고 주행거리가 쌓이면 엔진오일은 본래의 기능을 잃는다. 형태도 변한다. 맑고 끈적끈적하던 오일이 탁해지고 점도가 떨어져 묽어진다. 엔진오일을 게이지로 찍어보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는 엔진이 식었을 때 점검하도록 권장했지만 요즘에는 워밍업해 냉각수 온도가 80~90℃가 된 뒤 엔진을 끄고 5분 이상 기다렸다가 체크하는 방법을 추천하고 있다.
보닛을 열고 살펴보면 엔진오일 게이지 고리가 보인다(보통 노란색이다). 이것을 뽑아서 깨끗한 천으로 닦은 다음 다시 넣었다 빼서 오일의 양과 상태를 확인한다. 오일이 게이지의 F(Full)와 L(Low) 사이에 묻어 나오면 양이 정상인데 F쪽으로 80%까지 찍혀 나오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오일이 부족하면 캡을 열고 보충한다. 오일 상태는 색깔을 살피고, 장갑 낀 손으로 오일을 만져 점도를 확인한다. 색깔이 검고 이물질이 많거나 끈적임 없이 맹물처럼 변했다면 교체할 때가 된 것이다.
엔진오일은 얼마만에 교체하는 것이 좋을까? 어떤 이는 5,000km마다, 다른 이는 1만km도 괜찮다고 한다. 반년 혹은 1년에 한번씩 갈아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말이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엔진오일의 상태는 엔진의 종류, 상태, 운전습관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딸려 나오는 매뉴얼을 우선적으로 따르되, 앞에서 적은 방법대로 오일 상태를 살펴서 보충하거나 교체하는 것이 정답이다. 요즘 나오는 자동차 중 일부는 트립컴퓨터나 내부 디스플레이를 통해서 엔진오일의 교체주기를 알려주기도 한다. 오일 소모가 많은 고성능 자동차는 계기판에서 엔진오일의 양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자동차 매뉴얼을 들여다보면 적정한 엔진오일의 점도가 나와 있다. 엔진오일의 점도는 미국자동차엔지니어협회(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 SAE) 기준에 따라 10, 20, 30 등의 숫자로 표기된다. 숫자가 높으면 오일이 끈적끈적하고 낮으면 묽다. 이렇게 숫자 하나로 표시된 오일을 단급점도유라고 한다. 계절의 변화가 없는 지역에서 주로 사용된다.
우리나라같이 온도변화가 큰 지역에서는 다급점도유를 주로 사용한다. 다급점도유의 엔진오일은 5W30 같은 방식으로 표기된다. W는 겨울(winter)을 의미하고 앞쪽 숫자는 저온, 뒤쪽 숫자는 고온에서의 점도를 나타낸다. W 앞쪽의 숫자가 낮으면 저온에서 오일이 묽어져 엔진이 부드럽게 돌아간다. 반대로 뒤쪽 숫자가 높으면 고온에서 높은 점도를 유지해 엔진보호라는 기본역할에 충실하다. W의 앞뒤 점도지수가 클수록 온도차가 많이 나는 지역 또는 가혹한 환경에 적합한 엔진오일이라고 보면 된다.
보통 20~35의 엔진오일이 많이 쓰이고 45~50은 고성능 스포츠카나 모터사이클에 주로 사용된다. 점도지수의 범위가 클수록 값이 비싸다. 보통은 큰 출력을 내는 터보 엔진에 고급 엔진오일을 넣어야 하지만 자연흡기라도 고회전을 많이 쓴다면 한등급 높은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이것저것 따지기 귀찮다면 매뉴얼에 적혀 있는 권장 점도의 엔진오일을 사용하자.
엔진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때 오일을 교환하는 것이다. 소중한 내 차를 오래도록, 좋은 상태로 타고 싶다면 자주, 꼼꼼히 엔진오일을 확인하자.
다급점도유는 몇도에서 엔진오일이 제기능을 발휘할까? W 앞의 숫자가 5라면 영하 30℃ 이하에서 사용할 수 있다. 10은 영하 20℃까지 제기능을 발휘하고, 15는 영하 15℃, 20은 영하 10℃ 등 숫자가 커질수록 점도유지 온도가 높아진다. 영하 50℃ 이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엔진오일은 0W로 표기된다.
뒤쪽 숫자는 보통 20에서 시작되는데, 20℃까지 점도가 유지된다는 뜻이다. 30은 40℃까지, 40은 50℃까지 보장된다. 50 또는 60으로 적힌 엔진오일은 50℃ 이상의 고온과 모터스포츠같이 가혹한 환경에서 쓸 수 있는 엔진오일이라고 보면 된다.
엔진오일의 종류는 크게 광유와 합성유로 나뉜다. 광유는 석유를 정제할 때 LPG와 휘발유, 경유, 중유 다음단계인 중질유에서 뽑아낸 것이다. 광유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하다는 것. 하지만 불순물이 많아 오일의 질이 떨어진다. 그래서 요즘에는 조금 비싸도 제구실을 확실히 하고, 불순물이 없는 합성유를 주로 쓴다. 합성유는 화학작용으로 분자구조를 합성해 만든 것으로, 광유 바탕의 기유(base oil)를 베이스로 만든다. 합성 엔진오일의 품질은 기유와 첨가제의 비율에 따라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