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즈모빌, 세계 최초 대량생산 자동차
2016-09-30 08:00:00 글 박영준 (자동차 칼럼니스트, 단국대 법과대학 교수)
미국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자동차회사는 어디일까? 많은 사람이 포드라고 생각하겠지만 정답은 ‘올즈모빌’(Oldsmobile)이다. 그렇다면 세계 최초의 대량생산 자동차는 포드 모델 T일까? 역시 아니다. 정답은 올즈모빌 ‘커브드 대시’(Curved Dash)다.
랜섬 올즈(Ransom E. Olds, 1864~1950)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기계를 만들고 수리하는 일에 비상한 재능을 보였다. 유럽에서 가솔린 엔진 자동차가 등장한 지 얼마 안된 1896년, 기술자였던 올즈는 2마력 엔진을 달고 최고속도 20km/h를 낼 수 있는 가솔린 자동차를 만들었다. 하지만 회사를 차릴 만한 돈이 없었다. 다행히 올즈의 차에 반한 사업가의 도움으로 1897년 미국 미시간주 랜싱에 올즈자동차회사(Olds Motor Vehicle Company)를 설립했다. 미국 최초 자동차회사의 탄생이다. 이후 올즈 차는 잘 팔렸다.
올즈모빌 창업자인 랜섬 올즈
1899년 올즈는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다수의 투자자를 끌어들이기로 했다. 1900년 회사명을 올즈자동차공장(Olds Motor Works)으로 바꾸고 본사를 디트로이트로 이전했다. 이듬해 425대의 차를 만들어 미국 가솔린 자동차 생산 1위에 올랐다.
올즈는 디트로이트로 공장을 옮긴 후 새로운 시도를 한다. 자동화된 조립라인을 만들어 똑같은 차를 대량생산하기로 했다. 여기서 만들어진 차가 1901년 등장한 커브드 대시(대시보드가 곡면이라는 뜻이다)다. 자동차 대량생산은 헨리 포드가 처음 시작했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이는 오해다.
커브드 대시는 금세 베스트셀러가 됐다. 1901년부터 1907년까지 2만2,000대 이상 생산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커브드 대시는 ‘올즈모빌’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올즈자동차공장이 만든 차(Olds Automobiles)라는 뜻이다. 1905년에는 아예 회사이름으로 굳어졌다.
불행하게도 창업자인 올즈는 대성공의 이익을 누리지 못했다. 1901년, 노동자의 실수로 디트로이트 공장 전체가 불타버려 경영이 어려워진 탓이다. 올즈는 분노한 투자자들에 의해 1904년 회사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같은 해 그는 자기 이름의 이니셜을 딴 REO자동차회사를 만들어 업계로 돌아왔고, 1907년 전미 자동차업계 4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한편 뷰익을 경영하던 윌리엄 듀런트는 1908년 지주회사로 GM을 설립하고 올즈모빌 주주들에게 합병을 제안한다. 1907년 커브드 대시의 생산이 종료된 후 마땅한 차종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던 올즈모빌은 이 제안을 받아들여 GM의 두번째 디비전으로 들어갔다. 초기에는 고급차 생산을 담당했으나 캐딜락에 자리를 내준 뒤 주로 대형차를 만들었다.
올즈모빌 컷라스
1970년대와 1980년대 초반은 올즈모빌의 전성기였다. 적당한 크기와 고급스러움, 세련된 디자인을 갖춘 올즈모빌은 패밀리 세단으로 잘 팔렸다. 1976년 미국의 베스트셀링 카는 올즈모빌 컷라스(Cutlass)였다. 올즈모빌은 쉐보레와 포드에 이어 미국 3위 브랜드가 됐다.
올즈모빌 알레로
1980년대 중반 들어 판매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대형 올즈모빌은 연비 좋은 소형차가 요구되는 시대상황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1995년 진보적인 디자인의 오로라(Aurora)를 발표했으나 되살아나지 못했다. 이에 GM이사회는 2000년 12월 ‘올즈모빌의 단계적 생산중단’을 결정했다. 2004년 올즈모빌은 미국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자동차회사라는 영예와 3,520만대의 생산기록을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1896 랜섬 올즈, 미국 최초 가솔린 자동차 개발
1897 미시간주 랜싱에 올즈자동차회사 설립
1900 올즈자동차공장으로 이름을 바꾸고 디트로이트로 이전
1904 랜섬 올즈 해고됨
1905 올즈모빌로 회사명 변경
1908 GM에 합병
2000 GM이사회, 올즈모빌의 단계적 생산중단 결정
2004 올즈모빌 브랜드 없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