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렬 6기통의 비밀, 일렬종대 헤쳐 모인 실린더들
2016-10-03 08:00:00 글 김종우 기자
장점이 많았던 직렬 6기통 엔진은 길이 때문에 V형 6기통에 자리를 내주었다. 최근 모듈화 기술이 개발되어 다시금 전성기를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 6월 개최한 테크데이에서 직렬 6기통 엔진을 다시 쓰겠다고 발표했다. 새 엔진의 코드네임은 M256. 1997년 직렬 6기통 M104 엔진을 단종한 이후 20년만이다. 참고로 디젤 엔진의 경우 메르세데스-벤츠는 2005년 OM642가 나오며 뒤늦게 V형 블록을 쓰기 시작했다. 콤팩트한 직렬 4기통 블록과 강력하고 부드러운 직렬 6기통 블록의 장점을 고루 갖춘 직렬 5기통 디젤 엔진 블록이 있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직렬 5기통 디젤 엔진은 쌍용 무쏘를 통해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한 명기다.
직렬 4기통 엔진은 크랭크축이 2번 회전할 때 폭발이 네번 일어나지만 직렬 6기통은 폭발 회수가 더 많아 회전력이 강하고 더 부드럽다. 또한 실린더의 이상적인 용적(배기량)이 0.5L여서 3.0L급 엔진은 직렬 6기통이 필수였다.
직렬 6기통은 장점이 많다. 구조가 단순해 설계가 쉽고 제작단가를 낮출 수 있다. 피스톤이 상하운동만 하기 때문에 진동을 잡는 방법을 찾기 쉽고, 실린더 헤드가 하나여서 가벼울 뿐만 아니라 정비도 간단하다.
단점은 실린더의 일렬배치로 엔진 블록이 길어져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실린더 간격이 촘촘해 치밀한 내열설계가 필수다. 좁은 엔진룸에 직렬 6기통 이상을 넣기 어려운 이유다. 그럼에도 기술적 장점이 많아 BMW를 비롯해 일부 메이커들은 직렬 6기통을 고수해왔다.
BMW의 직렬 6기통은 작동이 부드러워 실키식스(Silky Six)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볼보는 앞바퀴굴림 구동계에 직렬 6기통 엔진(5기통도 있었다)을 가로로 넣었다가 2013년 다운사이징 콘셉트의 드라이브-E 2.0L 엔진을 발표하며 4기통으로 돌아섰다.
직렬 6기통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실린더를 두줄로 배열한 V형 블록이 등장했다. 이것은 크랭크축의 균형을 위한 무게추가 필요하다. 정비성이 떨어지지만 엔진을 앞바퀴 구동축과 평행하게 놓은 앞바퀴굴림(Front Wheel Drive)이 널리 쓰이면서 대세로 자리잡았다. 직렬 방식보다 공간이 여유롭기 때문에 보어(실린더 지름)를 키워 고성능을 뽑아내기도 쉽다.
단점도 많다. V형 블록은 양쪽 실린더가 골짜기처럼 생겨 피스톤의 왕복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변환시키는 크랭크축이 복잡해진다. 또한 피스톤이 사선으로 크랭크축을 찍어 누르기에 진동도 심하다. 헤드 양쪽에 흡기구와 배기구를 연결해야 하고, 다운사이징의 유행으로 이제는 필수가 된 과급장치를 달기도 만만치 않다.
공간 제약으로 V형에 밀려난 직렬 엔진이 모듈화라는 신기술을 등에 업고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실린더 한 개와 관련 부품으로 구성한 모듈을 어어붙여 직렬 3기통, 4기통, 5기통, 6기통 엔진을 조립하는 방식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직렬 6기통 블록을 다시 불러낸 것은 이 같은 모듈화를 통해 개발 및 생산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볼보와 재규어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가솔린과 디젤 엔진 블록을 공용화했다(4기통 2.0L 엔진만 출시됐다). 직렬뿐만 아니라 V형 모듈 엔진도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