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 않다! 해외에서 렌터카 이용하기
2016-10-06 08:00:00 글 한상기 (자동차 칼럼니스트)
해외에서 렌터카를 빌리기 위해서는 여권과 국제운전면허증, 신용카드가 필요하다. 국제운전면허증은 간단하게 발급받을 수 있고 유효기간은 1년이다. 종종 외국에 나가서 운전할 일이 있다면 유효기간을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발급받은 국제운전면허증으로는 약 70개 나라에서 운전할 수 있다. 여기에 약 170개국 무비자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여권이 주어지니까 외국을 여행하기에 좋은 조건이다. 참고로 외국에서 운전할 때는 국제운전면허증을 갖고 다니는 게 좋다. 필자는 스위스에서 숙소에 면허증을 놓고 나왔다가 벌금을 물을 뻔했다.
국제운전면허증은 면허시험장이나 지정 경찰서에서 발급받는다
신용카드는 차를 빌릴 때 필요하다. 최근 수년간 숱한 나라에서 렌터카를 이용해봤는데, 중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 모든 렌터카업체가 신용카드를 요구했다. 요금 결제는 물론이고 보증금도 신용카드로 건다. 외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가 필수다.
참고로 렌터카를 이용하다가 과속 딱지를 끊어도 신용카드로 결제된다. 차량 반납 후 렌터카회사로 딱지가 날아오면 보증으로 등록한 신용카드로 결제된다. 사고로 렌터카 수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렌터카를 빌릴 요량이면 예약을 하는 편이 좋다. 현장에서 빌리면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원치 않게 더 비싼 차를 빌리는 경우가 생긴다.
필자가 해외에서 처음 렌터카를 빌린 것은 2010년 파리에서였다. 예약도 안하고 리옹역에 있는 렌터카 사무실을 찾아갔다. 당연히 내가 원하는 차는 없고 비싼 차만 남아 있었다. 렌터카업체가 많은 드골 공항도 마찬가지였다. 예산에 맞는 차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알파로메오 줄리에타를 빌렸다. 원래 계획은 저렴한 B세그먼트 해치백을 빌리는 것이었는데, 예약을 하지 않은 바람에 나름 프리미엄 브랜드로 급이 올라가 버렸다. 이 때문에 지출이 확 늘어났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한 지출이 추가됐다. 주행거리 제한에 따른 요금이다. 하루 주행거리가 300km로 제한되고 이를 넘기면 추가요금이 km당 0.76유로(약 973원)씩 붙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미리 예약을 했더라면 원하는 차를 고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주행거리 무제한 렌터카를 빌릴 수도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다니면 이런 결과가 생긴다. 그래서 이후에는 무조건 예약을 한다. 미리 못하면 현장에서라도 예약을 하는 게 낫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렌터카회사 앞에서 휴대전화로 예약을 한 적도 있다. 예약을 했는데 현장에서 차급이 올라가는 경우도 흔하다. 예약한 등급의 차가 남아 있지 않은 경우다. 한번은 하노버에서 폭스바겐 폴로급 차를 예약했는데, 맞는 차가 없다면서 더 큰 스코다 옥타비아 왜건을 내줬다. 이걸 보면 작은 차로 예약해놓고 현장에서 업그레이드를 노리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예약은 주로 온라인 비교 사이트에서 한다. 렌터카회사의 홈페이지를 이용해도 되지만 여러 업체의 조건을 보여주는 비교 사이트가 편하다. 대표적인 사이트가 렌탈카스닷컴(rentalcars.com)이다. 이런 사이트에서는 원하는 차를 콕 집어 예약하기는 힘들고 차급만 따지는 것이 현명하다. 가령 C 세그먼트면 골프급이다. 특정 모델을 원할 경우 미리 전화를 하거나 따로 예약해야 한다.
렌터카를 싸게 빌리려면 손품이 필수다
두말 하면 잔소리지만 이왕이면 싸게 빌리는 게 낫다. 가장 좋은 방법은 손품을 파는 것이다. 요모조모 살펴 가장 저렴한 차를 고른다. 무책임한 말 같지만 그 이상 좋은 방법은 없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4~5년 전에는 온라인 사이트 접속 시 국가 또는 언어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졌다. 두배나 차이나는 경우도 있었다. 렌터카 가격은 시기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에 많이 알아볼수록 좋다. 항공사와 제휴하는 업체라면 마일리지도 쌓을 수 있다.
해외에서 렌터카를 이용할 때 따져볼 조건 중 하나는 주행거리 제한이다. 가령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차를 빌릴 때 하루 주행거리 300km라는 조건이 붙는 경우가 있다. 전체 스케줄을 확인해 괜찮다고 판단되면 이런 조건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필자가 재작년 독일에서 7일간 이용했던 오펠 인시그니아 왜건은 이용요금이 저렴한 대신 주행거리 제한이 1일 300km였다. 계산해보니(300km×7일=2,400km) 이동경로를 소화하기에 충분했고 실제로 총주행거리를 넘지 않았다.
변속기도 살펴봐야 한다. 유럽은 수동변속기의 비중이 높고, 이는 렌터카도 마찬가지다. 딱 잘라 말할 순 없지만 작은 차부터 대략 C세그먼트까지는 수동변속기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인시그니아 왜건도 수동변속기였다. 반드시 자동변속기 차로 빌려야 한다면 미리 확인하거나 현장에서 상담해야 한다.
렌터카를 빌릴 때 회사 브랜드도 봐야 한다. 공항에 입점할 정도면 보통은 유명회사지만 일부 마이너 회사도 있다. 브랜드가 중요한 이유는 여러가지다. 일단 차 상태에서 차이가 난다. 작년에 H렌터카의 포드 포커스를 타다가 이용요금이 저렴한 G렌터카의 스코다 파비아로 갈아탔는데 수준 차이가 엄청났다. H사 차는 장비가 꽤 좋은 중간급 트림이고 G사는 최저 수준 깡통차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객 응대도 다르다. H사·E사 같은 유명회사는 한번 물어보고 쿨하게 차 키를 넘겨줄 정도로 응대가 깔끔하고 보험 가입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반면 G사는 집요하게 보험 가입을 권했다. 예약할 때 보험에 들었음에도 추가보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증금을 추가로 걸겠다”, “새차라서 조금이라도 긁히면 보험료보다 훨씬 비싸다” 하는 식으로 겁을 줬다. 돈 좀 아끼겠다고 듣보잡 회사를 선택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사실을 그때 배웠다.
결론부터 말하면 보험은 드는 게 좋다. 두명 이상 운전할 경우 추가 운전자까지 보험이 적용되는지도 확인하자. 렌터카에 기본 보험료가 포함돼 있지만 ‘풀 커버’를 추천한다. 말 그대로 웬만한 사고는 다 처리된다. 대신 보험료가 두배 정도 비싸다. 그래서 제외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2014년 가을,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H렌터카에서 포드 피에스타를 빌렸다. 그동안 렌터카 이용시 항상 풀 커버 보험을 들었지만 한번도 사고가 난 적이 없었기에 과감하게 빼버렸다. 그런데 폴란드에서 식당 주차장을 빠져나오다가 철제 봉에 차가 살짝 긁혔다. 정말 살짝이었는데 리어 펜더와 도어에 걸쳐 흠집이 생겼다. 차를 반납할 때 이에 대한 경위서를 영어로 적어냈다.
며칠 후 이메일로 PDF 파일로 영수증이 날아왔다. 1,209.84유로(현재 환율기준 약 155만원)가 청구됐다. 공항에 있는 사무실을 찾아가 얘기도 해봤지만 협상의 여지가 없었다. 예를 들어 “아~, 좀만 싸게” 이런 거 먹히지 않는다. 잡혀놓은 카드로 한방에 결제됐다. 지금도 피에스타만 보면 속이 쓰리다. 풀 커버 보험을 들면 심적으로 든든할 뿐만 아니라 편리하기도 하다. 반납할 때 차량 확인도 대충한다.
예약을 했으면 사무실에 가서 키를 받아 차를 픽업하면 된다. 파리 및 독일의 공항과 도시들은 픽업장소가 사무실에서 멀지 않아 본인이 찾아가 차를 몰고 나오면 된다. 일본 하네다·오사카 공항에서는 직원이 픽업 장소까지 데려다줬다.
튀니지에선 기아 프라이드를 빌렸다
튀니지는 렌터카회사 직원이 필자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공항 입국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공항에 입점하지 못한 회사여서 그런 것 같았다. 아랍권 국가인 튀니지와 두바이의 렌터카는 수령 때 기름이 가득 차 있지 않았다. 이것은 특이한 케이스이고 다른 나라에서 빌린 렌터카는 모두 풀 투 풀 기준이었다. 즉 반납 전에 기름을 가득 채워야 한다. 사실 주유는 반납 직전에 할 필요 없다. 도착하기 100km 전에 기름을 넣고 연료 게이지 눈금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살살 운전하면 된다.
두바이에서 탔던 르노 더스터
여행을 다니다 보면 차를 수령한 장소가 아닌 곳에서 반납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것도 가능하다. 단지 비용이 늘어날 뿐이다. 이 비용은 거리에 따라 달라지나 픽업과 반납 도시가 가까우면 그렇게 비싸지 않다. 예를 들어 독일 하노버 공항의 E렌터카에서 스코다 옥타비아를 빌린 후 350km 떨어진 오펜바흐에서 반납했는데 추가 요금은 15유로(약 1만9,000원)였다.
유럽(주로 서유럽)은 국경이 따로 없어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다. 자동차로 여행하면 이런 장점이 극대화된다. 하지만 렌터카는 제한 국가가 있다. 렌터카 운행제한 국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H사 책자에 자세히 나와 있었다(독일 렌터카 기준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제약 없이 다닐 수 있는 국가는 노란색이고, 주로 서유럽이다. 그리고 노란색에 대각선이 그어진 나라 즉 폴란드·슬로바키아·체코·헝가리·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는 벤츠와 BMW 등 고급 브랜드와 SUV·상용차는 가지 못한다. 회색 국가는 모든 차종을 금지한다. 정확히는 가지 못하는 게 아니다. 갈 수는 있는데 사고가 나면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다. 이 책자는 H사 기준이지만 다른 렌터카회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탈리아는 왜 흰색이냐고 물으니 차 도둑이 워낙 많아서 그렇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는 렌터카를 빌릴 때 내비게이션을 포함시키는 게 당연시됐지만 지금은 다르다. 스마트폰용 앱이 잘 나와 있기 때문이다. 튀니지 같은 나라에서도 구글이나 히어만 보고 충분히 다닐 수 있었다. 히어를 비롯한 주요 앱은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도 사용 가능하다. 거치형 내비게이션 임대료가 보통 하루에 1만원 이상이기 때문에 그 돈으로 데이터 로밍을 하는 게 낫다. 현지에서 내비게이션을 구입하는 것도 괜찮다. 필자는 2013년에 유럽 45개국에서 쓸 수 있는 내비게이션을 139유로(약 17만원)에 샀다. 내비게이션 임대비용을 고려하면 몇번만 사용해도 본전을 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