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의 즐거움이여 영원하라!
2016-12-26 09:30:00 글 이지수 기자
BMW는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모토로 내세우는 브랜드다. 단순한 홍보 문구일 수도 있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에 동의할 것이다. 이런 BMW가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
BMW코리아가 지난 9월 20~21일 제주도에서 ‘2016 드라이빙 익스피어리언스’를 열었다. 행사에 참석한 마틴 슈토이렌탈러 BMW코리아 R&D센터 이사는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자율주행차와 전기차가 BMW의 미래 핵심사업이 될 것”이라며 “BMW는 친환경 서브 브랜드인 i를 통해 친환경차 시장을 이끌어나갈 계획이며 현재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려면 메이커의 기술과 사회적인 법규, 고객의 호응 등 여러가지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BMW의 핵심사업은 자율주행차와 전기차가 될 것입니다”
미래의 BMW가 어떤 모습일지 무척 궁금해진다. ‘BMW 드라이빙 익스피어리언스’는 2007년부터 매년 가을 열리는 행사로, 다양한 BMW의 모델을 통해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올해는 카본 프리를 선언한 제주도에서 열린 만큼 전기차 i3 10대, 하이브리드카 i8 2대를 투입한 것이 색달랐다. 그밖에 고성능 M버전, SUV, 미니 컨버터블 등 모두 25대가 제주도의 드라이브 코스를 수놓았다.
먼저 스포츠 모델인 M3과 M4를 시승했다. 그리고 나서 전기차 i3과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에 올랐다. 내연기관으로 움직이는 전자와 전기모터 등을 활용한 후자 모두 지난 100년간 BMW가 추구해온 스포츠 DNA가 뚜렷이 담겨 있었다. BMW는 앞으로 어떤 모습을 펼쳐보일까? 새로운 100년 대계가 궁금해진다. 앞으로도 쭈욱 ‘운전의 즐거움’을 전하는 브랜드로 남기를 바란다.
M3 & M4
BMW는 새로운 명명법에 따라 고성능 쿠페 M3이 세단형 M3과 쿠페형 M4로 분리됐다. M의 상징이었던 M3이 세단형으로 바뀌었다. 이름을 바꾼 지 2년여가 흘렀지만 아직도 조금 낯설다. 3시리즈를 바탕으로 개발한 두 차의 강점은 넘치는 힘과 정교한 핸들링이다. 세단과 쿠페는 도어 개수만 다를 뿐, 외관상으로 큰 차이는 없다. 실내 구성이나 파워트레인도 마찬가지다.
M모델은 계기판과 스티어링 휠, 기어봉, 도어실 등을 M으로 장식해 스포티한 감각을 한껏 살렸다. 또한 M 전용 버켓시트는 고속주행 때 운전자의 몸을 단단하게 받쳐준다. 파워트레인은 6기통 2,979cc 트윈터보와 7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를 물려 431마력의 최고출력과 56.1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7,600rpm까지 회전하기 때문에 자연흡기 방식처럼 고회전을 활용하면서도 저중속 회전에서는 터보 엔진의 폭발력을 만끽할 수 있다. 토크밴드는 1,850~5,500rpm으로 넓어서 엔진힘을 최대로 끌어내 힘차게 달릴 수 있다.
제원상의 수치는 실주행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액셀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두려울 정도로 폭발적인 힘을 뿜어내고, 고속주행에서도 안정된 몸놀림을 보인다.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코너링. 공격적으로 코너를 파고들어도 조금의 흔들림 없이 팽팽하게 돌아나간다. 모든 무게가 노면에 쫙 깔리는 느낌이다. 파워트레인의 완성도나 코너링, 패셔너블한 디자인은 BMW 라인업을 통틀어 가히 최고라 할 만하다.
i3 & i8
전기모터로 달리는 i3과 전기모터+가솔린 엔진을 쓰는 i8은 출시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i3은 처음부터 전기차로 기획됐고, 카본파이버 복합소재의 모노코크 보디도 이 차를 위해 따로 개발했다. i3은 길이 3,999mm, 너비 1,775mm, 높이 1,578mm, 휠베이스 2,570mm로 소형 SUV 크기다. 실내는 BMW 일반 모델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목재의 질감을 살린 대시보드와 직물에 가죽을 덧댄 시트 등 친환경적인 분위기가 물씬하다.
파워트레인은 22kW의 리튬이온 배터리로 움직이는 130kW 모터를 달아 170마력의 최고출력과 25.5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그런데 차에 올라 가속페달을 밟으면 제원 이상의 힘이 느껴진다. 초반 가속이 생각보다 맹렬하다. 하지만 80km/h 이상이 되면 주춤거리면서 더디게 가속되어 조금 답답하다.
i3은 브레이크 감각이 매우 독특하다. 고속으로 달리다 액셀 페달에서 발을 떼면 차가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 확연히 줄어든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알아서 동력을 차단해 차를 멈추게 하는 느낌이랄까. 일반 전기차와 비교해 확실히 다른 감각을 보인다.
직물과 가죽을 조합한 시트, 목재의 질감을 그대로 살린 i3의 실내
마지막으로 탄 차는 i8. 2대가 준비됐는데 인기가 많아 간신히 시승 기회를 잡았다. 전기모터로만 움직이는 i3과 달리 전기모터와 가솔린 엔진으로 달리는 하이브리드카다. 일반인들의 눈에도 색다르고 멋있게 보였는지 시승 도중 휴게소에서 잠깐 쉴 때 외국인 관광객들이 모여들어 이리저리 차를 살피고 기념사진을 찍어댔다.
낮고 넓게 깔린 보닛에서는 미드십 스포츠카의 모습이 보인다. 도어는 아랫부분이 들리며 날개처럼 활짝 펼쳐지는 버터플라이 방식이다. 입구가 좁고 차체가 낮아 몸집이 작은 사람도 차에 타고 내리기가 편하지 않다. 그런데 시트에 앉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무척 편안하다. 실내 구성은 변속기 옆에 i드라이브 컨트롤러를 배치하는 등 기존 BMW 차와 큰 차이가 없다. 가격(1억9,850만원)이 만만치 않은 만큼, 여기저기 부드러운 가죽을 둘러 고급감을 살렸다.
먼저 시승한 참가자가 i8의 주행감각이 매우 이질적이라고 말해 약간 긴장했다. 하지만 액셀 페달에 힘을 가해 출발하는 순간 기우였음을 알았다. 무척 자연스럽고 힘찬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들이 그러하듯 i8도 배터리의 전기를 먼저 사용한다. 이때에는 앞바퀴만 굴린다. 엔진의 도움 없이 120km/h의 최고속도와 최대 37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 페달을 힘껏 밟으면 3기통 1.5L 터보 231마력 엔진이 개입해 0→100km/h 가속 4.4초의 실력으로 맹렬하게 달려나간다. i8의 시스템 총출력은 362마력, 최대토크는 58.2kg·m이다.
BMW는 i3과 i8에도 고성능을 담아 미래에도 변함없이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제공하겠다는 그들의 의지를 확인시켜주었다.
* <탑기어> 2016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