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데뷔 이후 760만대 이상 팔린 월드 베스트셀링 프리미엄 세단 BMW 5시리즈가 7세대(코드명 G30)로 거듭난다. BMW는 3시리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5시리즈를 통해 전체 수익의 절반을 일궈낸다. 이를 통해 5시리즈가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두었고, 자사에서 어떤 임무를 띠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공식 데뷔를 앞두고 지난 해 10월 겉모습과 주요장비, 제원이 공개된 뉴 5시리즈는 올 2월부터 세계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대담하게 다임러의 주식을 팔아 BMW에 투자했던 헤르베르트 콴트와 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사장 에버하르트 폰 퀸하임이 시리즈 전략을 세우고 처음 내놓은 차가 바로 BMW 5시리즈다. ‘진정한 운전의 즐거움’이 살아 있는 럭셔리 스포츠 세단의 정수로, 지금껏 해당 세그먼트를 리드하고 있는 명작이다.
새로운 7세대 5시리즈는 ‘BMW 이피션트라이트웨이트’ 콘셉트에 따라 무게를 100kg까지 줄였다. 고강도 강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보닛, 트렁크, 루프, 도어 등을 알루미늄으로 만들고 인스트루먼트 패널 지지부는 마그네슘을 활용했다. 그 결과 앞뒤 5:5에 가까운 이상적인 무게비와 낮은 중심, 뛰어난 비틀림 강성을 자랑하는 차체를 갖게 됐다.
또한 긴 휠베이스, 짧은 앞뒤 오버행, 유려한 루프 라인으로 요약되는 BMW 고유의 역동적인 디자인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차체 크기는 길이x너비x높이 4,936x1,868x1,479mm로 구형보다 각각 29mm, 8mm, 4mm가 커졌다. 휠베이스는 2,975mm로 역시 7mm 늘었다. 이는 라이벌 E-클래스를 압도하는 수치다.
액티브 에어 플랩 컨트롤
한층 넉넉해진 차체에 품격 있고 정교한 디자인 요소를 가미해 세련미를 살렸다. 앞쪽은 키드니 그릴과 트윈서클형 LED 헤드램프가 눈길을 모은다. 새 5시리즈는 3, 7시리즈처럼 헤드램프 커버를 프론트 그릴까지 연결해 너비를 강조함으로써 더욱 안정감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프론트 그릴의 흡기구에 자동으로 여닫히는 액티브 에어 플랩 컨트롤을 적용하는 등 첨단설계로 공기저항계수(Cd) 0.22를 이뤄냈다.
측면도 BMW의 DNA를 새롭게 해석했다. 특히 매끄러운 루프 라인과 측면의 스웨이지 라인을 C필러의 호프마이스터 킥에서 교차시켜 강인함과 속도감을 배가시켰다. 앞쪽 사이드 펜더 하부에는 7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달릴 때 난기류 발생을 최소화하는 에어 브리더가 자리한다. 뒤쪽은 넓어진 L형 테일램프와 볼륨감 넘치는 면처리가 돋보이는데, 이는 민첩하고 다이내믹한 핸들링 성능을 암시한다. 양쪽에 달린 배기구는 모델에 따라 디자인을 달리해 저마다의 개성을 살린다.
7세대 5시리즈의 실내는 ‘이상적인 비즈니스 세단’을 목표로 품질감을 크게 높였다. 알칸타라 혹은 다양한 천연 가죽(메리노, 다코타, 나파)과 우드 및 알루미늄 트림을 활용해 스포티하면서도 장인의 손맛이 느껴지도록 꾸몄다. 가죽의 박음질이나 누빔도 구형보다 퀄리티가 높다. 헤드라이너에는 새로 개발한 방음재를 넣어 탑승객 머리 근처의 소음을 제거, 승객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차체가 커진 만큼 실내공간도 여유롭다. 또한 계기판을 낮게 배치하고,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프리스탠딩 디스플레이를 채택해 시원한 개방감을 살렸다. 뒤쪽 헤드룸과 레그룸도 넓어졌고, 트렁크 용량은 구형보다 10L 늘어난 530L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제스처 컨트롤
디스플레이와 컨트롤 장치도 혁신했다. 10.25인치 터치스크린에 터치패드와 결합된 i드라이브 컨트롤러를 적용해 다양한 기능을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7시리즈를 통해 선보인 제스처 컨트롤도 업그레이드되어 5시리즈에 처음 도입됐다. 손이나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가리키거나 움직이면 센터콘솔 근처의 3D 센서가 이를 감지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내비게이션, 전화 등을 활성화한다. 스마트폰처럼 팬, 스와이프, 플릭 동작이 모두 구현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투영면적이 70% 넓어져 더욱 다양한 정보를 앞유리에 비춘다.
앰비언트 에어 패키지는 공기를 이온화시켜 실내를 쾌적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향기를 내는 기능도 갖췄다. 운전자의 취향을 고려해 8가지 카트리지가 공급되며, 두가지 향을 섞는 것도 가능하다. 시트 열선 및 통풍 기능은 기본, 스티어링 휠의 열선은 원하는 온도에서 자동으로 켜지도록 설정할 수 있다.
앞쪽 시트 조절장치에는 터치 감응 센서가 내장되어 승객이 편안한 자세를 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최고급형에는 5시리즈 최초로 B&W 서라운드 시스템이 달린다. 10채널 앰프가 16개의 스피커를 통해 최고 1,400W 출력으로 생생한 음을 뽑아낸다
차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앞쪽 기사 참조)이 7세대 5시리즈에 대거 탑재됐다. 모델에 따라 회피지원 시스템과 교차차량 경고장치, 액티브 측면충돌 보호장치가 내장된 차로 유지 어시스트 기능이 새로 제공된다. 그 결과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조향 및 차로 유지 장치가 교통체증이 있는 시가지나 고속으로 달리는 전용도로에서 운전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준다. 또 지능형 오토 스타트 스톱 기능은 경로 및 교통상황에 맞춰 작동반응을 조절해 운전의 편안함을 한층 더 높인다. 새로운 5시리즈는 현존하는 양산차 가운데 가장 앞선 자율주행 기능을 갖췄다.
새 5시리즈는 휠베이스에 맞춰 트레드도 키웠다. 앞 1,605mm, 뒤 1,630mm로 각각 5, 3mm 늘어났다. 앞서스펜션은 6세대와 마찬가지로 유연성이 뛰어난 더블 위시본이다. 더 견고하고 가벼워진 5링크 방식의 뒷서스펜션 역시 다양한 상황에서 뛰어난 접지 안정성을 보여준다. 앞뒤 모두 경량 소재를 써서 스프링 아래 하중을 줄이고, 이상적인 조율을 통해 역동적이면서도 안락하게 차체를 떠받친다.
스티어링은 속도 감응식 가변형이 기본으로, 매끄러운 스티어링 필링을 전한다. 옵션으로 마련된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을 쓰면 60km/h 이하에서 조향을 맡은 뒷바퀴가 앞바퀴와 반대로 틀어져 휠베이스가 짧아진 것처럼 기민한 움직임을 보인다. 그 이상의 속도에서는 앞뒤 바퀴가 동일한 방향으로 조향되어 주행안정성을 높인다.
새 5시리즈는 안티롤바를 유압으로 조여 롤러코스터와 같은 역동적인 움직임을 제공하는 기존의 다이내믹 드라이브 시스템을 전기모터 방식으로 교체, 급코너에서도 정밀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더불어 다이내믹 댐퍼 컨트롤 시스템이 노면과 주행상황을 읽어 감쇄력을 최적화시킨다. 참고로 다이내믹 드라이브와 다이내믹 댐퍼 컨트롤은 옵션인 ‘어댑티브 드라이브’에 포함된다. 그밖에 버튼 하나로 스포츠, 컴포트, 에코 프로 등 3가지 모드로 주행특성을 바꿀 수 있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컨트롤 시스템도 갖췄다.
530d의 직렬 6기통 3.0L 터보 직분사 디젤 엔진
7세대 5시리즈는 각각 2.0L와 3.0L의 가솔린과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이 우선 선보인다. 뒷바퀴굴림 구동계를 기본으로 네바퀴굴림 x드라이브도 고를 수 있다. 가솔린 530i는 2.0L 터보 직분사 엔진을 사용해 최고출력 252마력(5,200~6,500rpm), 최대토크 35.7kg·m(1,450~4,800rpm)를 내고, 8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되어 0→100km/h 가속 6.2초(530i x드라이브 6.0초), 최고속도 250km/h의 성능을 자랑한다. CO2 배출량은 구형에 비해 11% 줄었다.
직렬 6기통 3.0L 터보 직분사 엔진의 540i는 노멀 5시리즈의 플래그십 모델이다. 최고출력 340마력(5,500~6,500rpm), 최대토크는 45.9kg·m(1,380~5,200rpm)이며, 0→100km/h 가속 5.1초(540i x드라이브 4.8초), 최고속도 250km/h의 걸출한 성능을 지녔다.
볼륨모델인 520d는 2.0L 터보 직분사 디젤 엔진을 써서 구형과 같은 최고출력 190마력(4,000rpm), 최대토크 40.8kg·m(1,750~2,500rpm)를 내지만 가벼운 차체에 힘입어 8단 자동변속기 기준 0→100km/h 가속성능이 구형보다 0.2초 빠른 7.5초(520d x드라이브 7.6초)다. 520d의 최고속도는 모델에 따라 232~238km/h이며, 5시리즈에서 유일하게 6단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다.
530d는 직렬 6기통 3.0L 터보 직분사 엔진이 최고출력 265마력(4,000rpm), 최대토크 63.2kg·m(2,000~2,500rpm)를 낸다. 0→100km/h 가속 5.7초(530d x드라이브 5.4초), 최고속도는 250km/h다. 구형에 비해 CO2 배출량이 13% 줄었다.
BMW는 추후 3가지 파워트레인을 추가할 예정이다. 2.0L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하는 520d 이피션트다이내믹스(ED)는 동급에서 가장 효율이 뛰어난 모델이 될 것이다. 530e i퍼포먼스는 2.0L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다. M550i x드라이브는 V8 4.4L 엔진을 사용하는 고성능 모델로 0→100km/h 가속 4.0초의 순발력을 자랑한다. 그러면서도 CO2 배출량이 204g/km(유럽 기준)에 불과할 정도로 효율성이 뛰어나다.
지난해 선보인 7시리즈(G11)에서 리모트 컨트롤 파킹(RCP) 시스템이 화제가 됐다. 운전자가 없는 상태에서 최대 10m 거리까지 차가 스스로 주차장에 들어가는 기능으로, 새 5시리즈에도 이식됐다. 기존 주차보조장치도 더욱 정교해져 평행, 직각, 사선 주차가 가능하고 차체 대비 80cm의 여유공간만 있으면 누구나 가뿐하게 차를 집어넣을 수 있다. 그밖에 주차되어 있는 차의 상태와 주변 상황을 멀리서 리모컨으로 확인하는 기능(Remote 3D View)도 더해졌다.
스스로 차로를 유지하도록 돕는 조향 & 차로 유지장치(Steering and Lane Keeping Assistant)와 연동되는 능동형 측면 충돌방지장치(Active Side Collision Protection)가 5시리즈에 처음 도입됐다.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로 사각지대를 읽어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하게 운전하도록 돕는 기능이다. 특히 스스로 판단해 위험지역을 회피하도록 조향을 돕는 장치까지 갖췄다. 교차로를 지날 때, 주차장에서 후진할 때 진행방향의 장애물이나 위험요소를 미리 확인해 경고하고 차를 멈추는 기능도 담겨 있다.
7세대 5시리즈는 스마트한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을 갖췄다. 30~250km/h에서 작동하는 다이내믹 크루즈 컨트롤(DCC)은 주행상황에 따라 구동력을 차단, 탄력 주행하는 코스팅 기능을 활용하도록 개선됐다. 옵션인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을 선택하면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가다서다 하는 상황은 물론이고, 210km/h 속도까지 컨트롤이 가능하다. 카메라나 내비게이션으로 제한속도를 인식해 주행에 반영하는 기능도 갖췄다. 다른 자동차의 주행상황을 커넥티드 드라이브 시스템을 통해 전달받아 최적의 이동경로를 선택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