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그랜저, 왜 이렇게 생겼을까
2017-01-12 16:43:03 글 민병권 기자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그랜저 6세대 모델이 파격적인 모습으로 등장했다. 어떻게 이런 디자인이 탄생하게 되었는지 담당 디자이너의 해설을 들어봤다
오래 전 타이어 광고에 등장했던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구민철 디자이너는 푸조와 벤츠, 크라이슬러를 거쳐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에서 외장 디자인 팀장을 맡고 있다. 6세대 그랜저는 디자인 작업 초기부터 참여했다.
그가 설명하는 신형 그랜저의 디자인적 의의는 이러하다.
“그랜저는 끊임없이 진화하며 지금의 현대차를 있게 한 대표적인 고급차다. 세대가 바뀔 때마다 디자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어온 만큼, 신차 또한 새 시대에 맞는 디자인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과거 그랜저 오너들은 현재를 일구어낸 주역이었고, 신형 그랜저는 신세대 오너들과 함께 미래를 열어나갈 동반자라는 생각으로 디자인에 임했다.”
젊은 사람들을 겨냥한 차라는 말로 들린다. 제네시스, 그리고 아슬란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그럴 수밖에 없다.
“미래를 만들어가는 이들을 새로운 언어로 표현하는 현대차의 대표 세단. 이것이 신형 그랜저 디자인의 주제다. 그들의 열정과 감성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동시에 기존 모델의 디자인 유산을 살리면서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 즉 과거에 대한 존중과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동시에 담아내고자 했다. 신형 그랜저의 오너는 ‘게임 체인저’다. 현재의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를 열 새로운 트렌드에 익숙한 사람들이 고객이 될 것이다.”
신차의 디자인은 그만큼 젊고 역동적이다. TG에서 HG로 바뀔 때도 그랬지만(생각해보면 매번 그랬다) 기존 차와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기존 모델과 크게 다른 모습에 놀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랜저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패션과 지금의 패션 디자인이 다르듯이, 현대차의 고급세단도 시대 흐름에 맞게 변하고 있다. 뉴 그랜저는 새로운 현대차의 디자인을 알리는 모델이기도 하다. 현대차 디자인의 미래이고, 새로운 세대를 이끌어갈 깃발과 같은 존재다. 앞으로 나올 모든 현대차들에선 굉장히 큰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으로 내세웠던 플루이딕 스컬프처의 버전(2.0까지 나왔다)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큰 변화다. 그랜저는 이러한 진화의 시작을 알리는 키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신형 그랜저 디자인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옆에서 보았을 때의 실루엣이다.
“아름다운 실루엣이 새차의 첫번째 키포인트이다. 측면에서 보면 우아하고 역동적이면서 안정된 자세를 자랑한다. 늘씬하고 빨라 보였던 HG하고는 많이 다르다. HG는 앞이 짧아 보인다. 신차의 고급스러운 실루엣과 비례는 해외 어느 차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근엄함 속에 역동성이 숨어 있고 그랜저의 전통적인 상징과 익숙한 감성도 느낄 수 있다. 개발 초기부터 길이, 너비, 높이, 휠베이스 등 모든 요소에서 완벽한 비례감을 가질 수 있도록 엔지니어들과 협의했다. 완벽한 비율은 신형 그랜저 디자인의 목표이자 시작이었다.”
그랜저는 프론트 오버행이 길 수밖에 없는 앞바퀴굴림차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걸 디자인으로 극복하는 것이 큰 과제였다.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이다. 실내공간이 넓은 것이 이 차의 장점이지만, 외관 디자인은 다리가 짧고 허리가 긴 닥스훈트처럼 보이기 십상인 구조다. 반면 디자이너들이 꿈꾸는 것은 보닛이 길고 탑승공간이 뒤로 밀려난 공격적인 모습이다. 때문에 초기부터 카울 포인트(보닛과 앞유리가 만나는 부분)를 몇 mm라도 뒤로 밀고, 오버행을 조금이라도 줄여달라고 엔지니어들에게 부탁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다음은 디자이너들이 나설 차례다. 차체가 길어 보이도록 캐릭터 라인이나 동적인 요소를 적용하고, 동시에 날씬해 보이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개선해나갔다.”
신형 그랜저는 헤드램프에서 시작되어 뒤로 힘차게 당겨진 파워 라인과 리어램프 쪽에서 흘러나온 캐릭터 라인이 뒷좌석 도어에서 만난다.
“제네시스의 측면부가 하나의 움직임을 가진다면 현대차는 2개다. 2개의 라인이 조화롭게 연결되며 우아한 역동성을 이끌어낸다. 리어 펜더의 볼륨과 캐릭터 라인은 기존 모델의 디자인 특징을 발전시킨 것이다. (비록 타사 특정 모델의 뒷모습을 닮았다는 얘길 듣지만) 양쪽 테일램프가 수평으로 연결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모양만 연결된 것이 아니라 점등 시 불빛이 이어지도록 해 그랜저의 헤리티지를 강조했다. 말로는 간단하지만 이걸 구현하기 위해 다른 부분과의 간섭을 피하는 등 복잡한 작업이 필요했다. 뒤쪽은 곡면을 풍부하게 써서 보트 테일처럼 입체적인 모습을 자랑한다. 능동적이고, 다이내믹하면서도 유려한 모습을 추구했다.”
앞모습은 i30처럼 캐스캐이딩 그릴을 적용하고 헤드램프와 그릴을 낮추어 기존 모델과 차별화시켰다.
“기존 현대차들에 비해 프론트 그릴과 램프를 낮춘 것은 낮고 넓은 앞모습을 완성하는 동시에 측면에서 봤을 때 보닛이 길어 보이는 효과를 위해서다. 가로선이 강조된 날렵한 헤드램프는 차별화된 DRL과 함께 또렷한 눈매를 만들고, 점등 시 구분되어 보이는 4개의 램프가 첨단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보닛이 열리는 파팅 라인도 일직선이 아니라 차체 굴곡을 따라 움직인다. 근육질의 보닛과 캐릭터 라인이 역동적인 측면부와 어울려 강인한 이미지를 완성한다.”
현대차 로고도 키웠다. 커진 프론트 그릴과 보조를 맞추는 동시에,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다.
“커진 로고 뒤에 센서들을 자연스럽게 숨겼다.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따랐지만 엔지니어들이 솜씨 좋게 해결해줬다. 그밖에도 양산차에 적용하기에 까다로운 디자인 요소들이 많았다. 다행히 우리 엔지니어들은 스마트하고 상황대처나 의사결정이 굉장히 빠르다. 솔직히 다른 회사였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