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스포츠 플러스로 바꿀게요.”
운전석에 앉아 있던 남자가 말했다. 독일 드레스덴 근처 라우시츠링 서킷을 한바퀴 돌고 들어와 패독 옆에 잠시 멈춰선 참이다. 포르쉐가 야심차게 선보인 신형 파나메라 터보를 타고···.
아쉽지만 운전석은 포르쉐 전문 드라이버에게 양보해야 했다. 기자도 이 정도 서킷에선 신나게 달릴 수 있고, 아직 출시되지 않은 차에 생채기 내지 않고 돌아올 자신도 있지만, 운전석의 독일 사람보다는 - 아주 조금 - 느릴 것이다.
신차의 참맛을 알려면 일단 보고 들어야 한다. 굳이 운전을 해보겠다고 떼를 쓸 생각은 없었다. 파나메라의 최신기술을 배우려고 이곳까지 날아온 유학생(?)의 본분을 잊지 않았으니까. 수업시간 중간에 주어진 이 택시 드라이빙 기회는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졸음을 쫓고, 나머지 강의에 좀더 집중하게 만들려는 목적이 분명했다.
첫바퀴는 컴포트 모드로 돌았다.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고 몸은 이리저리 쏠리며 차가 위아래로 흔들리는데, 마음은 말 그대로 컴포트했다. 운전자는 다른 최신 포르쉐들처럼 스티어링 휠 안쪽에 달린 주행 모드 다이얼을 돌려 스포츠 플러스를 선택한 뒤 잠시 뜸을 들였다.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는걸 느꼈는지 그가 말했다.
“차고가 낮아지길 기다렸어요. 이제 됐으니 출발하죠.”
그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번진다고 생각하는 순간, 엔진 회전수가 치솟아 으르렁대고 있었다. ‘아차, 론치컨트롤!’ 시선을 앞으로 돌리기도 전에 몸이 뒤로 젖혀지며 ‘으웁’ 하는 신음 소리를 낼뻔했다. 과장이라고? 정말이다.
주행과정을 동영상으로 기록하겠답시고 카메라를 손에 들고 촬영하던 기자는 렌즈가 엉뚱한 방향을 향하거나 영상이 멀미나게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용을 쓰며 버텼다.
5m 길이의 세단이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3.6초. 똑같이 네바퀴굴림과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장비한 911 카레라 4S보다 빠르다. 물론 고출력 엔진의 최고급 세단들은 스포츠카 부럽지 않은 직진 가속성능을 발휘하곤 한다.
그런데 이 괴물은 뉘르부르크링에서조차 빠르다. 그것도 굉장히. 새 파나메라 터보는 그곳에서 7분 38초를 찍었다. 과거의 911 GT3보다 빠른 수준이다. 라우시츠링(유로스피드웨이 라우시츠)에는 녹색지옥 같은 고저차는 없다. 대신 유럽 레이스 트랙으로는 드물게 오벌 구간이 있고, 바깥쪽의 오벌 트랙과 안쪽의 트랙들을 연결해서 달리면 복합적인 코스 구성이 가능하다.
오벌 코스에 접어들자마자 기자의 뺨이 스칠 듯 방호벽에 바싹 붙어서 달리는 걸 보니 칼 같은 제어가 가능한 게 분명했다. 코스를 갈아타고 연석을 타고넘을 때는 넉넉해진 서스펜션의 포용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뒤에 성인 2명이 여유롭게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어 다른 기자가 동승하고 있다는 사실은 잠시 잊었다. 그저 포르쉐의 최신 스포츠카를 얻어 탄 것 같았다.
본격 스포츠카라고 하기엔 사운드가 밍밍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은 운전 기회를 얻지 못한 아쉬움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른다. 어느새 정신 차리고 패독에 차려진 교실로 돌아갈 시간이 됐다.
포르쉐는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지 말라(삐끗하면 망한다)’는 업계의 불문율을 깨고, 신개발 플랫폼에 새로운 엔진과 변속기를 탑재하고 새로 확장한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동안 파나메라는 하노버의 폭스바겐 공장에서 차체를 만들고 도색까지 마친 다음 라이프치히 포르쉐 공장으로 옮겨져 완성됐지만, 신형은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일괄생산된다. 이를 위해 포르쉐는 라이프치히에 차체 공장을 신설했다.
MSB
2세대 파나메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바탕으로 했다. 폭스바겐그룹의 MSB(Modularer Standardantriebs-Baukasten) 플랫폼 개발을 포르쉐가 맡았고, 이것을 사용한 첫차가 바로 새 파나메라다. 이 플랫폼은 폭스바겐그룹의 여러 차에 활용할 수 있도록 모듈 구조로 설계됐다.
차체는 앞부분(프론트 보디), 중간 바닥(미들 플로어), 뒷부분(리어 보디) 등 3개의 모듈로 구성된다. 중간 모듈에 따라 휠베이스가 다른 버전이 만들어진다. 우선 공개된 휠베이스는 4가지다. 파나메라만 해도 기본형 외에 롱휠베이스가 나오며, 차기 벤틀리들도 이 플랫폼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리어 모듈의 트렁크 아래쪽 수납부는 플라스틱으로 만들고, 차체 도장이 끝난 후 붙인다. 단일화된 리어 보디 모듈은 동일한 생산라인에서 각기 다른 차체(보디-인-화이트)를 생산할 때의 번거로움을 덜어준다.
공기역학과 열 관리
새 파나메라의 차체는 길이 5,049mm, 너비 1,937mm, 높이 1,427mm(터보 기준). 이전 모델보다 각각 34mm, 6mm, 5mm 크다. 휠베이스는 2,950mm로 30mm 늘어났으며, 앞 오버행이 짧아지고 뒤 오버행은 커졌다.
등이 굽은 것처럼 보인다는 험담을 듣기도 했던 구형보다 지붕 뒤쪽을 20mm 낮춰 포르쉐 특유의 날렵한 ‘플라이라인’을 만드는 등 911과의 연결고리는 한층 강화됐다(그러면서도 뒷좌석 머리공간이 더 여유롭고 적재용량도 495L로 50L 늘어났다).
한층 역동적인 라인과 함께 공력특성도 개선됐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도 새로 도입한 액티브 그릴 셔터, 매끄럽게 덮은 바닥면 등 다양한 대책이 강구됐다. 리어 스포일러는 보디에 감춰져 있다가 솟아오르는데, 뒷유리의 일부처럼 보이던 이전과 달리 보디색상으로 칠해진다.
터보 모델의 것은 스포일러가 바깥쪽으로 넓게 펼쳐져 극적인 효과를 낼 뿐 아니라, 모드에 따라 날개 각도가 달라진다. 빠른 속도로 느긋하게 달릴 때는 열려 있던 그릴 셔터가 닫히고 리어 스포일러는 에코 포지션으로 펼쳐져 공기저항을 줄인다. 앞바퀴 휠아치 주변의 통풍구도 저항을 낮추는데 한몫 한다. 리어 스포일러는 200km/h 이상에서 퍼포먼스 포지션으로 바뀌어 뒤차축의 다운포스를 높인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선 그릴 셔터가 완전히 열리고 스포일러 역시 퍼포먼스 포지션이 된다. 더불어 차체가 낮아지고 냉각성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친다. 과격한 주행 후에는 셔터가 열린 채 냉각팬이 공기를 빨아들여 엔진과 실린더 사이에 달린 터보를 빠르게 식히고, 뜨거운 공기를 뒤쪽으로 배출한다.
경량 소재
새 플랫폼과 함께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무게를 낮췄다. 기본적으로 알루미늄과 스틸의 하이브리드 구성이다. 구형도 보닛, 펜더, 도어 외피를 알루미늄으로 만들었지만, 신형은 하중을 받는 프레임을 비롯해 앞쪽 대부분과 지붕, 사이드패널 등 전체의 31%가 알루미늄이다.
알루미늄 프론트 보디는 경량화와 함께 무게 배분에도 도움이 된다. 미들 플로어 모듈의 경우, 바닥면은 알루미늄, 터널은 고강도 스틸 합금, 시트 크로스멤버는 압출 알루미늄, 터널 끝부분은 주조 알루미늄이다. 리어 보디 모듈도 고강도 스틸 합금으로 뼈대를 잡고 넓은 면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차체 측면(사이드월)은 통짜 알루미늄으로 뽑아낸 뒤 고강도 스틸 뼈대에 결합했다. 이 과정에는 로봇이 롤러를 이용해 알루미늄 판의 끝단을 뼈대에 접어넣고 접착하는 롤러 헤밍 기술을 쓴다. 알루미늄인 지붕과 사이드월은 레이저로 용접해 붙인다. 지붕과 사이드월의 무게만 해도 이전보다 14kg 가볍다.
충돌안전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엔진 방화벽의 크로스멤버도 눈여겨볼 만하다. 단면이 직사각형에 가까운 이 튜브는 보론 합금강을 핫블로 포밍으로 만들어 높은 강도를 제공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가볍다. 파나메라와 플랫폼을 공유하되 더 무거워질 다른 차들까지 감안해 미리 이런 부품을 고안했다. 새 파나메라의 보디-인-화이트 무게는 335kg로, 다른 부분들의 무게 증가를 상쇄한다.
SEAT
시트도 새로 개발했다. 차체와 마찬가지로 경량소재를 적극적으로 써서 무게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앞좌석의 경우 뼈대에서 6.18kg, 전동조절 모터들에서 1.82kg을 줄여 8kg을 감량했다. 18방향 전동조절 기능은 그대로지만 요추받침의 챔버(공기주머니)가 2개에서 3개로 늘어났다.
시트 쿠션과 등받이 측면에는 승객의 몸을 탄탄하게 잡아주는 어댑티브 사이드 볼스터가 내장됐다. 컴포트 시트를 선택할 경우 앞뒤 좌석 모두 5가지 프로그램과 5단계 강도를 지닌 마사지 기능이 제공된다. 뒷좌석은 이전처럼 8방향 전동조절이 가능한데, 등받이 조절 각도가 3도 커져 더 편안하다. 등받이는 40:20:40으로 나누어 접을 수 있어 적재공간이 1,304L까지 늘어난다.
신형 파나메라는 커진 차체에 새로운 장비들을 추가했지만 전체 무게는 터보 모델을 기준으로 2톤을 넘기지 않는다(디젤은 넘긴다). 앞뒤 차축의 무게배분이나 공력상의 리프트 특성, 무게중심 높이도 거의 바뀌지 않았다. 대신 휠베이스와 앞뒤 트레드가 늘었고 엔진 힘이 커졌으며, 타이어가 넓어졌다.
섀시는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럭셔리 세단의 편안한 주행과 스포티한 서킷 주행을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정밀한 서스펜션, 고성능 브레이크와 타이어 등 기본적인 구성품에다 전자제어되는 메카트로닉 섀시를 덧붙여 잠재력을 끌어올렸다.
메카트로닉 섀시 시스템은 크게 전자제어 댐퍼(PASM),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 파나메라 최초로 도입된 뒷바퀴조향과 액티브 롤 억제장치 등 4가지로 구성된다. 이들은 각자의 센서를 이용하고 다른 시스템들과는 독립적으로 작동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4D로 불리는 섀시 통합제어 시스템에 의해 유기적으로 제어된다. 4가지라서 4D가 아니라, 섀시의 3차원(종방향, 횡방향, 수직방향) 제어에 4번째로 시스템 간 실시간 네트워크 및 통신을 더했다는 의미. 메카트로닉 섀시 시스템의 두뇌에 해당된다.
서스펜션
새로 설계한 앞 서스펜션은 알루미늄 더블 위시본이다. 넓은 알루미늄 서브프레임을 바탕으로 캠버 강성을 높여 정밀한 주행을 뒷받침한다. 저압 할로 캐스팅, 단조 알루미늄으로 무게를 줄이면서 고강성을 실현했고 스테빌라이저 접점을 옮겨 스트럿에 걸리는 횡력을 줄였다. 덕분에 가볍고 성능 좋은 모노튜브 댐퍼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새로 더해진 뒷바퀴 조향장치와 액티브 안티롤 시스템, 신형 에어 서스펜션을 통합하기 위해 뒤에는 콤팩트한 4링크 시스템을 사용했다. 서브프레임과 아래쪽 가로 링크는 저압 할로 캐스팅으로, 위쪽 링크는 단조 알루미늄으로 무게를 줄였고 서브프레임과 가로 링크에 하이드로 베어링을 적용해 승차감을 높였다.
브레이크
높아진 출력과 타이어 성능에 맞춰 제동력도 개선됐다. 터보 모델에 사용된 브레이크 디스크는 앞 410mm x 38mm, 뒤 380mm x 30mm로, 직경이 각각 20mm와 30mm, 뒤쪽 두께가 2mm 늘어났다. 여기에 물린 알루미늄 모노블록 픽스드 캘리퍼(빨간색)는 앞 6피스톤, 뒤는 4피스톤이다.
선택장비인 PCCB(포르쉐 세라믹 콤포지트 브레이크, 노랑 캘리퍼)의 디스크는 앞 420mm x 40mm, 뒤 390mm x 32mm로 커졌고 앞 10 피스톤, 뒤 4 피스톤을 쓴다. 그밖에 페이드 현상에 대한 안정성을 높이고, 마스터 실린더와 브레이크 서보, 페달을 개량해 조작감을 개선했다. 브레이크 라이닝에는 구리를 사용하지 않아 2021년 유럽 규제사항을 미리 충족시켰다.
타이어
성능과 승차감, 연비를 동시에 잡았다. 기본형 타이어는 1인치 넓어졌으며 휠도 0.5인치 넓어지고 1인치씩 커졌다. 타이어는 여전히 뒤쪽이 더 넓다. 안정성과 조향성, 민첩성을 살리기 위한 설정이다. 19인치의 경우 앞 265mm, 뒤 295mm이고, 20~21인치 타이어는 앞 275mm, 뒤쪽이 315mm이다.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 및 PASM
전자식 댐퍼 컨트롤 시스템인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는 가볍고 성능 좋은 모노튜브 댐퍼를 바탕으로 압축과 리바운드를 더 강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센서와 제어도 강화됐다. 노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모드가 있고, 노면 특성과 운전자 성향에 따라서도 지속적으로 각 바퀴의 댐핑을 조절해 더 안락하고, 더 스포티한 주행감을 제공한다.
PASM이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과 조합되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댐퍼 특성과 스프링의 탄성을 함께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차의 에어 서스펜션은 한쪽에 2개씩이던 에어 챔버가 3개로 늘어나 공기 양이 60% 증가했다. 덕분에 더 부드럽게, 또는 더 단단하게 조절할 수 있다.
챔버 3개를 모두 사용하는 컴포트 모드에서는 스프링 비가 14N/mm이지만, 스포츠 모드는 23N/mm, 스포츠 플러스 모드는 36N/mm으로 높아진다. 보다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하면서도 가속, 감속시 피칭(앞뒤 쏠림)이나 롤(좌우 쏠림)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기존 파나메라 대비 승차감 향상에서 절반 이상의 역할을 해낸 것이 신형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다. 차고조절 기능을 이용하면 차체를 20mm 높이거나 앞 28mm, 뒤 20mm 낮출 수 있다.
포르쉐 다이내믹 새시 컨트롤 스포츠(PDCC 스포츠)
포르쉐 최초의 전자기계식 액티브 롤 억제 장치다. 전기장치로 스테빌라이저를 비틀어 좌우 쏠림을 억제함으로써 안정된 주행을 이끌어낸다. 유압 액추에이터를 쓰는 방식보다 빠르고 정밀하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에도 접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것은 또 좌우 뒷바퀴의 토크를 적극적으로 제어하는 토크 벡터링 플러스(PTV Plus)와 맞물려 민첩성을 향상시키고 트랙에서 횡가속 한계를 높인다. 포르쉐 엔지니어들에 따르면 새 파나메라의 섀시 성능 향상을 총 100%로 봤을 때 35%는 PDCC 스포츠 덕분이다. 즉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스티어링
911에 이어 파나메라에도 전자기계식 스티어링과 뒷바퀴 조향 시스템이 탑재됐다. 50km/h까지는 뒷바퀴가 앞바퀴와 반대 반향으로 틀어지고 (속도에 따라 최대 2.8도까지), 그 이상에서는 앞바퀴와 같은 쪽을 향한다. 이렇게 되면 저속에서는 역동적인 회전이 가능하고 좁은 공간에서의 움직임이나 주차가 쉽다. 고속에서는 안정성과 민첩성을 높여준다. 뒷바퀴 조향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은 파나메라의 앞바퀴 조향장치는 중심부근의 조향비가 덜 직접적이다. 고속에서의 안정성 유지를 위해서다. 즉, 뒷바퀴조향 시스템이 적용된 경우에는 앞바퀴 조향 시스템이 더 직접적으로 설정돼 여전히 안정적이면서도 더 민첩하고 콤팩트하게 느껴지는 주행감각을 즐길 수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파나메라의 섀시 성능 향상에 PDCC 스포츠 다음으로 큰 기여를 한 것이 이 뒷바퀴 조향 시스템이다.
전자기계식으로 바뀐 앞바퀴 조향장치는 전보다 직접적인 조향 반응과 포르쉐다운 정밀한 조향 및 피드백을 제공한다. 더불어 조향 펄스, 액티브 스티어링 휠 리턴, 차로 유지 보조 등 추가적인 기능을 제공하고 연료 소모도 줄인다.
신형은 터보, 4S, 4S 디젤의 3가지 모델부터 출시된다. 모두 새로 개발한 엔진과 네바퀴굴림, 새로운 8단 포르쉐 듀얼클러치 변속기(PDK)가 탑재된다. 3종의 엔진 모두 90도의 V형으로 놓인 실린더 뱅크 사이에 2개의 터보를 넣어 엔진 부피를 줄이고 빠른 터보 반응과 낮은 회전수에서의 최대토크를 실현했다. 연소실 중앙에 직접분사 인젝터를 배치한 것도 공통점이다. 신형 엔진과 8단 PDK는 모듈식으로 제작되어 하이브리드 등으로 변형하기 쉽다.
V8 4.0L 550마력 트윈터보
4.8L 트윈터보 엔진을 썼던 파나메라 터보는 가볍고, 콤팩트하며, 마찰 손실을 줄인 새로운 엔진으로 성능과 효율을 끌어올렸다. 배기량이 3,996cc로 800cc 줄었지만 최고출력은 오히려 30마력 높아졌다. 최고회전수 6,800rpm인 새 엔진은 3,000rpm에서 340마력이 나오고 5,750~6,000rpm에서 550마력을 발휘한다. 최대토크는 7.1kg·m 늘어난 78.5kg·m로, 기존의 터보 S(570마력, 76.5kg·m)를 능가한다. 최대토크가 나오는 회전대역도 기존의 2,250~4,500rpm에서 1,960~4,500rpm으로 넓어졌다. 2개의 트윈스크롤 터보는 서로 반대로 회전하며 낮은 회전수부터 커다란 토크를 만들어낸다. 흡기와 배기는 터보의 반응을 촉진하기 위해 들어갈 때도, 나올 때도 두 갈래. 촉매컨버터도 V 사이에 가까이 배치해 배기제어 시스템이 최적 작동 온도에 이르는 시간을 단축시켰다.
새 엔진은 효율도 적극적으로 챙겼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포르쉐 최초로 사용된 실린더 비활성화 기능이다. 저부하(950~3,500rpm, 25.5kg·m 이하)에서는 8개의 실린더 중 4개에 연료를 끊어 연료소모를 30%가량 줄인다. 4기통(2, 3, 5, 8번)의 정지 또는 재점화는 바리오캠 플러스(VarioCam Plus)의 2단계 슬라이딩 캠 시스템이 통제한다.
신형 엔진은 L당 출력이 108.3마력에서 137.5마력으로 높아지고, 100km당 연료소모는 1.1L 줄었다. 이러한 효율성 개선은 기존의 4.8L 엔진보다 가벼워진 것부터 시작됐다. 알루미늄 크랭크 케이스에서 6.7kg, 크랭크샤프트 드라이브에서 1.4kg 등 모두 9.5kg를 덜어냈다.
손실을 최소화하는 대책들도 동원했다. 내장된 워터 펌프와 타이밍 체인을 중간 샤프트로 돌리고 실린더 라이닝에는 대기 플라스마 용사(APS)로 150미크론 두께의 아이언 코팅을 해 마찰과 마모, 연료 소모를 줄였다. 아울러 극한의 종횡가속에서도 문제가 없도록 오일 순환 라인을 챙겼다. 엔진과 실린더 헤드의 오일 공급로를 분리시켰고 가변 베인 펌프와 밸브를 이용해 필요한 수치로 제어한다. 새 파나메라가 뉘르부르크링을 고속으로 내달릴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다.
V6 2.9L 440마력 트윈터보
파나메라 4S는 초기에 V8 4.8L 자연흡기 엔진을 쓰다가 V6 3.0L 420마력 트윈터보로 바뀌었다. 이번에 새 엔진으로 대체되면서 다시 배기량이 약간 낮아졌다. 그럼에도 최고출력이 20마력 높아지고, 연비는 11% 개선됐다.
새 V6 엔진은 배기 매니폴더를 실린더에 통합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14kg을 덜어냈다. 또, 실린더 비활성화 기능이 없는 대신 흡기밸브 가변 타이밍을 이용한 압축비 조절로 효율을 높였다. L당 출력은 152마력으로, 기존모델(140마력)은 물론이고 새 파나메라 터보보다도 높다. 최고출력은 5,650rpm에서, 56.1kg·m의 최대토크는 1,750~5,500rpm에서 발휘된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적용한 4S는 0→100km/h 가속 4.2초, 최고속도 289km/h의 성능을 낸다.
V8 4.0L 422마력 트윈터보 디젤
파나메라 디젤이라고 하면 아우디에서 가져온 V6 3.0L 300마력 엔진을 쓴 실용적인 모델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추가된 4S 디젤은 V8을 사용한다. 파나메라는 V8 디젤도 처음, 디젤에 네바퀴굴림을 붙인 것도 처음이다. 배기량은 4.0L로 높아졌고 최고출력은 422마력으로 뛰었다. 카이엔 S 디젤에 얹힌 V8 4.1L 385마력과도 완전히 다르다.
422마력의 최고출력은 3,500~5,000rpm에서 나온다. 디젤인 만큼 방점은 폭발적인 토크에 찍힌다. 86.7kg·m의 최대토크를 1,000rpm부터 만들어낸다. 트윈터보지만 작동방식은 나머지 두 엔진과 다르다. 2개의 VTG 터보 중 하나는 저회전에서 작동하고, 2,700rpm부터 두번째 터보가 가세하는 시퀀셜 방식을 써서 터보 래그를 줄이고, 저회전부터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배기가스 재순환장치와 배기 매니폴더도 V뱅크 안쪽에 내장됐다.
이 엔진을 쓴 파나메라 4S 디젤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디젤차임을 자처한다. 최고속도는 285km/h이고,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달면 0→100km/h 가속 4.3초로, 가솔린 4S와 거의 같다. 다만 200km/h까지의 가속은 16.8초(가솔린은 15.9초)로 차이가 벌어진다. 4S 디젤의 유럽 복합연비는 14.9km/L로, 718 카이맨보다 높다. 75L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면 1,200km 이상 달릴 수 있다. 그래도 부족하다고? 그럼 90L짜리로 바꿀 수 있다.
8단 PDK
포르쉐 최초의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새 파나메라를 통해 공개됐다. 새 PDK는 기존 7단보다 기어비 폭이 늘어나 효율성이 좋아졌으며 디젤, 하이브리드, 네바퀴굴림과 어울릴 수 있도록 모듈 형태로 만들어졌다.
샤프트를 2개에서 4개로 늘리고, 후진기어를 따로 두어 부피는 오히려 줄었다. 길이는 142mm 짧아졌다. 최고속도는 6단에서 발휘되며 7단과 8단은 오버드라이브 기어비로 연료 소모를 줄인다. 구성품들도 손실을 줄여 연비는 기존 7단 PDK보다 1.4% 개선됐다. 풀 시프트 바이 와이어 방식으로 작동하며, 102.0kg·m의 토크에 대응한다.
신형 파나메라는 완전히 새로운 디스플레이와 컨트롤 콘셉트, 한층 똑똑해지고 네트워크화된 보조장비, 빠르고 강력한 전자장비로 무장했다. 어드밴스드 콕핏 콘셉트로 운전석 분위기가 확 바뀌었고 나이트비전, 차로 유지 보조기능 등 첨단 안전장비들이 새로 추가된다.
어드밴스드 콕핏
5개의 다이얼을 가진 계기판은 기존의 것과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앙의 엔진 회전계만 진짜 바늘과 숫자판이 있고, 나머지는 2개의 7인치 화면으로 구성됐다. 왼쪽 화면은 속도와 운전보조 관련정보를, 오른쪽은 차량 정보와 설정, 내비게이션 등을 띄운다. 918의 영향을 받은 스티어링 휠의 조작부 역시 왼쪽과 오른쪽의 역할을 계기판처럼 나눴다. 회전계 아래쪽 3인치 화면은 파워와 주행 관련 정보를 담당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다음번 업그레이드 때 적용할 장비로 남겨놓은 눈치다.
변속레버 주변 콘솔을 ? 반짝거리는 검은 판에 글자 조명만 켜진 - 블랙패널로 처리한 것도 큰 변화다. 누르는 버튼들을 터치패널로 대체한 것이다. 진동 피드백이 있긴 하지만 실생활에서 어떤 조작감을 줄지는 미심쩍다. 중앙의 대형화면 아래에는 터치 슬라이더로 작동하는 송풍구와 공조장치 조작부가 있다. 한단 내려가면 댐퍼 설정 등 주행 관련기능 조작부다. 다행히 진짜 스위치 몇개는 존재한다.
PCM
대시보드 중앙에는 12.3인치 터치스크린 기반의 PCM(포르쉐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이 있다. 타일 형태의 윈도우로 구성된 홈 화면은 위젯 선택과 이동을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구성과 항목으로 꾸밀 수 있고, 손을 가까이 가져가면 감춰져 있던 메뉴가 나타나거나 커진다. 이것은 쓸어 넘기기, 두 손가락으로 지도 돌리기, 손글씨 인식 등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유사한 멀티터치 제스처 컨트롤로 사용할 수 있다. 참고로, 몇몇 업체처럼 변속레버 주변에 손글씨 인식 패드를 배치하지 않는 것은 디자인팀에서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자 입력이 복잡한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24시간 콜센터를 통한 컨시어지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했다.
PCM은 커넥트 플러스 모듈을 통해 애플 카플레이와 시리, 구글 어스 및 구글 스트리트뷰, 구글 실시간 교통상황 정보 등을 지원한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20가지 앱이 준비되어 있다. 포르쉐 커넥트 앱을 이용하면 스마트폰에서 목적지를 선택해 차의 내비게이션으로 전송하거나 원격제어, 도난시 자동차 위치파악 등이 가능하다. 아직 안드로이드폰 지원이 부족한 것은 포르쉐 구매자의 상당수(한 관계자는 90%라고 했다)가 아이폰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노드라이브
최근 내비게이션의 지형정보를 활용해 자동변속기의 변속 패턴을 바꾸거나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사용 및 충전을 최적화하는 기술이 상용화되고 있다. 포르쉐가 자체개발한 이노드라이브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내비게이션의 정보를 반영해 더 똘똘하게 작동된다.
카메라와 레이더로 앞차나 도로표지판을 분석하고, 내비게이션 데이터로 최대 3km 전방의 커브, 경사, 속도제한, 교차로 등을 읽어 엔진과 변속기, 브레이크를 제어한다. 이를 통해 쓸데없는 가속을 줄이고 미리 속도를 낮추거나 관성주행을 함으로써 효율적으로 달릴 수 있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그에 맞게 달린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기본 성능도 좋아졌다. 전방 레이더를 2개로 늘리고(앞범퍼에 안개등처럼 달린 것) 카메라의 기능을 더해 거리인식 신뢰성과 끼어드는 차에 대한 감지 능력을 높였다. 앞차를 따라 정지했다가 재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3초 이내라면 별도의 조작이 필요없다).
차로변경 보조(사각지대 경고) 기능 작동 범위는 최대거리 70m, 최저속도 15km/h까지 확대됐다. 사거리에서 우회전할 때, 횡단보도를 통과하기 위해 뒤쪽 측면에서 빠르게 접근하는 자전거를 감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파나메라 최초로 차로 유지 보조 및 도로표지 인식 기능도 제공한다(두 기능은 하나의 카메라를 공유한다). 차로를 벗어날 위험이 있을 때는 스티어링 휠을 틀어준다. 사고 징후가 감지되면 안전벨트를 당기고 선루프를 닫는 등 미리 작동해 피해를 줄이는 예방 안전 시스템은 포르쉐의 특성을 고려해 다이내믹한 운전이나 서킷 주행에 방해가 되지 않게 설정했다.
LE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
앞유리의 카메라와 연동해 앞에서 달리거나 마주오는 차를 감지하고 내비게이션 정보 및 차의 상태까지 계산해 조명을 비춘다. 주행 차로 주변을 멀리까지 환하게 밝히되 다른 차를 비추는 광량은 줄여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 반사재질의 도로표지판이 눈부심을 유발하는 것까지 체크해 광량을 조절한다.
헤드라이트 한쪽에는 109개의 LED가 들어있다. 개별 조절할 수 있는 84개의 LED를 가진 매트릭스 라이트를 중심으로 4점식 리플렉터와 정적 코너링 램프, 보조 상향등이 배치되어 있다. 4점식 리플렉터가 주간주행등과 커밍홈/리빙홈 기능을 담당하고, 매트릭스 라이트가 하향등부터 능동형 상향등까지 대부분의 조명을 만들어낸다(깜박이는 범퍼 쪽에 따로 달렸다).
매트릭스 라이트의 PCB에는 전통적인 전조등 패턴을 따라 26개+28개+30개의 LED가 사다리꼴로 배치되어 있다. 매트릭스 라이트와 보조 상향등을 함께 켤 경우 200룩스, 1,600루멘의 조명을 만들 수 있다.
한편, 나이트비전은 열화상 카메라로 사람이나 큰 동물을 식별해 위험요소를 계기판에 표시한다. 하향등으로 식별이 어려운 거리에 사람이 있으면 LE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와 연동해 조명으로 콕 짚어 비춰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