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칸 사무엘손 볼보자동차 CEO가 처음 우리나라를 찾았다
2017-01-24 12:12:59 글 김준혁 기자
하칸 사무엘손(Hakan Samuelsson) 볼보자동차 CEO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첫번째는 글로벌 시장에서 짧은 기간에 한국만큼 크게 성장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2014년 처음으로 2,000대를 돌파해 2,976대를 판매했고, 2015년에는 4,238대를 팔았다. 올해는 10월 말 기준으로 4,195대를 팔았다고 한다. 2012년 10월 사무엘손이 CEO로 취임한 이후 한국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으니, 어떤 곳인지 궁금했을 것이다.
사무엘손 CEO는 한국 시장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명하면서 볼보자동차의 미래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했다. 현재 볼보의 연간 생산능력은 50만대이고, 2020년까지 80만대로 늘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2014년 중국 다칭에 공장을 완공했으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도 공장을 짓고 있다. 새 공장을 통해 늘어난 수요를 뒷받침하면 큰 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두번째는 신차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볼보는 올해 XC90와 S90라는 걸출한 모델을 출시했다. XC90는 이미 성공적으로 안착한 상태. 하지만 S90의 앞날은 순탄치 않다. 독일에서 건너온 누구나 알 만한 프리미엄 세단이 비슷한 시기에 출시됐기 때문이다.
사무엘손이 CEO로 취임한 이후 처음 나온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S90에 대한 관심이 무척 크다. 새 모델이 안착하면 볼보자동차코리아의 연간 판매량이 1만대를 넘길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세번째는 볼보자동차의 성장을 이끌어갈 자율주행차와 전기자동차 관련 협력사를 찾기 위해서다. 한국에는 관련 분야에서 탄탄한 실력을 갖춘 회사가 많다. 전기자동차에 쓰이는 배터리가 좋은 예다.
볼보는 2019년 순수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2020년에는 자율주행차 기술을 바탕으로 볼보차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및 중상자 발생 ‘0’을 목표로 하는 ‘비전 2020’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 약속을 지키고 실현할 수 있는 협력사를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다음은 사무엘손 CEO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탑기어(이하 TG) : 볼보자동차는 올해 어떤 분야에 집중했고, 2017년에는 어디에 집중할 생각인가?
하칸 사무엘손(이하 HS) : 올해는 신차 출시에 집중한 해였다. XC90에 이어 S90, V90, V90 크로스컨트리까지 오랜만에 나온 90시리즈를 안착시키기 위해 바쁘게 뛰었다. 2017년에도 신차가 계속 나올 예정이다. 60시리즈와 40시리즈가 여기에 포함된다. 신차가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공장을 증설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TG : 최근 S90를 중국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공장에서는 내수 모델뿐만 아니라 수출 모델도 생산하게 되나?
HS : 맞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차도 수출한다. 중국만 그런 게 아니라 미국 공장에서도 내수용과 수출용을 함께 만들 것이다. 의아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볼보가 했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동안 볼보는 유럽에서 공장을 운영했는데, 생산거점을 다른 지역으로 넓히는 것뿐이다.
TG : 중국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중국산 차의 품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HS : 볼보가 생산하는 자동차는 지역과 공장에 관계없이 글로벌 품질관리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어디서 생산하건 품질에는 차이가 없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볼보의 절반은 중국에서 생산한 모델이고, 나머지는 스웨덴에서 만들었다. 그런데 품질에 아무런 차이가 없고, 이와 관련하여 문제가 발생한 적도 없다.
TG : 한국에서 볼보자동차의 인기가 낮은 이유는 볼보가 중국 회사의 소유이기 때문이라는 선입견도 작용한다. 중국에서 만든 볼보차가 국내에 수입될 것이란 소문도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HS :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판매는 적지만, 가파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직접적인 비교를 하기엔 이르지만 이 성장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볼보자동차는 중국 지리그룹 소속이고, 중국에 공장도 갖고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품질에 차이가 없기 때문에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또한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한국에서 판매되는 볼보차는 스웨덴에서 만든 제품이라는 것을 밝히고 싶다.
TG : 최근 자동차 트렌드는 친환경 자동차다. 이에 대한 볼보의 계획은?
HS : 가장 중요한 과제는 엔진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볼보는 4기통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그 외에 제동에너지 회수 기술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대한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아마 최종 목적지는 전기자동차가 될 것이다.
TG : 유럽에서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금지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책은 무엇인지?
HS : 전기차로 옮겨가고 있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볼보자동차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9년에는 전기차가 나올 것이다.
TG: 내년부터 스웨덴에서 자율주행차가 시범운행된다고 들었다. 볼보자동차의 자율주행차 기술은 어느 수준에 와 있나?
HS : 볼보자동차의 자율주행 기술은 탑승객 안전을 위한 ‘오토파일럿’으로 통합되어 개발되고 있다. 자율주행을 기본으로 하되 긴급상황에서 운전자가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2021년쯤 완전한 자율주행차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은 준비가 덜됐다. 내년부터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드라이브-미’ 프로젝트가 시행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반도로에서 100대의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는 프로젝트로, 운전자가 자율주행차에 탑승해 다양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볼보자동차는 스웨덴정부 및 교통관리공단과 협력하여 완벽한 자율주행차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스웨덴 외에 교통이 복잡하고 인구가 많은 중국과 영국에서도 진행될 예정이다.
TG : 2017년에는 어떤 볼보차를 만날 수 있을까? 또한 국내에서 판매 중인 볼보의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저렴한 기조가 유지될 수 있을까?
HS : 올해 상반기에 V90 크로스컨트리가 나오는데 시장 상황을 살펴 판매 시기를 정하려고 한다. 하반기에는 신형 XC60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한국은 볼보자동차에게 매우 중요하고, 주목할 만한 시장이다. 따라서 본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TG : 볼보자동차가 좋다는 것은 다 알지만, 여전히 브랜드 이미지가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 있을까?
HS : 첫번째로 고객과의 약속이 중요하다. 그것은 승객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볼보의 대표적인 약속이다. 둘째는 고객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다. 볼보가 파악한 고객의 니즈는 복잡한 기능이나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편리한 접근성이다. 우리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신형 90시리즈의 센터페시아에서 그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볼보를 운전하는 사람은 특별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스웨디시 럭셔리’라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 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