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S90에 탑재된 신기술 파헤치기
2017-01-24 12:18:37 글 김준혁 기자
볼보의 새 기함 S90은 정말 편하다. 운전이 아주 재밌지는 않지만 몇분만 타봐도 빠르고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것이라는 맹목적인 신뢰가 생긴다. 전자장비의 개입이 잦아 때때로 내가 운전을 하는 것인지, 차가 운전자를 가르치려 드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하지만, 기분 나쁠 정도는 아니다. 전체적으로 좋은 차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정확히 무엇이 좋은 것일까? 함께 알아보자.
기존의 파일럿 어시스트는 앞에 차가 있어야 작동했다. 극단적으로 운전자가 넋 놓고 있는 사이 앞차가 옆길로 새면 내 차도 덩달아 옆길로 샐 수 있다. 반면 파일럿 어시스트Ⅱ는 앞차가 없어도 속도를 설정해놓으면, 정해진 속도로 차로를 따라 스스로 주행한다. 몇가지 조건이 따르지만, 자율주행이 눈앞에 와 있는 것 같다.
S90 파일럿 어시스트Ⅱ는 어떤 시스템보다 사용하기 편하다. 이것저것 조작할 필요 없이 스티어링 휠 왼쪽 스포크에 달린 ▶ 모양의 실행 아이콘을 누르면 된다. 실행 조건은 단 두가지. 자동차가 15km/h 이상의 속도로 달려야 하고, 카메라가 앞차를 감지해야 한다(안전벨트 착용과 도어 잠금은 기본). 그러면 계기판 왼쪽 속도계 아래에 시스템 활성을 알리는 녹색의 스티어링 휠 아이콘이 뜬다. 그 다음부터 운전자는 스티어링 휠에 손을 얹고 페달에서 발을 뗀 채 S90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
이론상으로 파일럿 어시스트Ⅱ는 200km/h까지 작동하지만, 볼보는 안전을 위해 제한속도를 140km/h에 묶었다. 따라서 이 속도가 넘어가면 자동으로 파일럿 어시스트Ⅱ가 해제된다. 또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1차 경고와 2차 경고를 보내고, 그래도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으면 자동으로 시스템이 꺼진다.
터보 엔진에 숙명처럼 따라다니는 게 터보 래그다. 터보 엔진은 배기가스로 터빈을 돌려 공기를 압축, 이것을 실린더로 밀어넣어 힘을 얻는다. 따라서 배기압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가속페달을 밟아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반응 지체현상이 일어나는데, 이게 터보 래그다.
볼보는 이 문제를 파워펄스라는 기술로 해결했다. 배기압이 충분하지 못한 초기 단계에 2L 크기의 탱크에 저장된 압축공기를 밀어넣어 터보를 활성화시킨다. 파워펄스 덕분에 볼보의 D5 2.0L 디젤은 터보 래그를 해결한 것은 물론이고 타사 V6 3.0L 디젤에 버금가는 초반 가속력까지 확보했다.
볼보의 지능형 안전장비는 ‘인텔리세이프’라는 이름으로 통합되어 있다. 앞에서 소개한 파일럿 어시스트Ⅱ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밖에 두가지 기능이 더 추가된다. 첫째는 ‘도로 이탈 보호 시스템’. 차가 도로를 벗어나면 안전벨트를 빠르게 조이고, 시트에 달린 에너지 흡수장치가 충격을 줄여 탑승자의 부상을 최소화한다.
볼보 안전기술의 대명사가 된 ‘시티 세이프티’는 순록이나 무스 같은 대형동물 감지기술까지 갖추었다. 이 때문에 S90을 운전할 때는 대형동물과 부딪혀 양쪽 모두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교차로 추돌방지 시스템은 교차로 진입 때 반대편에서 돌진하는 차와 추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급제동을 건다. 야간에도 작동하기 때문에 신호를 위반하고 달려오는 차로 인한 사고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