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엄격해진 운전면허시험, 어떻게 달라졌을까?
2017-02-01 11:11:04 글 김준혁 기자
2011년 6월 느닷없이 운전면허시험이 간소화됐다. 실기시험을 볼 때 장내기능과 도로주행이 중복되어 서민들의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간소화된 운전면허 실기시험은 너무 쉬워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이후 5년 반이 지났다. 그 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간소화 이후 매스컴이나 인터넷 상에서 ‘보복운전’이라는 단어를 부쩍 많이 듣게 됐다. 밤에 전조등을 켜지 않고 달리는 사람들도 있고, 차로 변경이나 회전할 때 방향지시등을 켜는 사람이 이상해 보일 지경이다. 우리나라 운전면허 취득 절차가 너무 쉽고 빨라서 중국에서 원정시험 겸 관광을 오는 웃지 못할 일도 생겼다.
쉬운 운전면허시험에 따른 부작용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해당 부처는 지난해 12월 22일부터 면허 취득절차를 강화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학과시험은 730개였던 문제은행의 문항수를 1,000개로 늘렸다. 시험엔 보복운전과 난폭운전 금지, 이륜차 인도주행 금지 같은 개정된 법률 내용도 반영된다. 어린이와 노인 보호구역이 추가된 사회적 환경을 반영한 문제, 긴급자동차 양보에 관한 문제도 추가된다. 대신 학과 의무교육시간은 5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어든다. 개인이 공부해 시험을 봐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는데, 10시간 이상의 학과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는 선진국과 너무나 대비된다.
학원에서나 도로에서나 정신차리고 운전하자!
장내기능시험은 한층 까다로워졌다. 그 동안 50m를 달리면서 장치 조작(전조등, 방향지시등)과 차로준수라는 2가지 사항만 평가했지만 7가지 항목으로 늘어났다. 경사로와 직각(T자)주차, 좌회전과 우회전, 교차로 주행, 가속이 추가되고, 코스 길이도 300m로 늘어났다. S자 곡선과 굴절 코스는 빠졌다.
‘안전벨트 미착용’과 ‘사고 야기’라는 2가지 항목에 불과했던 실격사유는 경사로 출발, 좌우회전, 직각주차, 신호교차로, 직진 가속 등이 더해져 총 7가지로 늘어났다. 그리고 의무교육은 2시간이 추가된 4시간이다. 겨우 2시간 추가로 교육효과가 나타날지 걱정과 기대가 교차한다.
장내기능시험에 합격한 다음 치러지는 도로주행시험 채점 항목은 87개에서 59개로 줄어들었다. 시험관의 감정 개입이 있을 수 있는 항목과 사이드미러 조정, 브레이크 나눠 밟기 같은 수동 채점 항목이 62개에서 34개로 줄었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자동채점 항목은 25개로 변함이 없다.
도로주행 의무교육은 종전과 같은 6시간이다. 일본의 15시간과 비교하면 여전히 짧다. 독일의 경우 강사와 함께 90분 이상, 12번 도로주행을 해야 한다. 여기에는 고속도로와 야간운전도 포함된다. 정해진 코스 없이 시가지와 고속도로, 주차 등 다양한 코스를 면허 종류에 따라 30~75분간 달리는 시험도 있다. 6시간의 도로주행 교육이 충분한지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운전면허시험 강화로 운전할 준비가 안된 사람들을 걸러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로써 최고 93%에 달하는 장내기능시험 합격률도 사라질 것이다. 운전면허시험이 강화되면 과연 비매너, 무개념 운전자들이 사라질까?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