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터블을 위한 첨단기술
2017-05-24 11:18:14 글 김준혁 기자
흔히 오픈카라고 불리는 로드스터나 카브리올레는 지붕을 활짝 열고 달리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 크다. 하지만 실내가 훤히 노출된 탓에 계절이나 환경의 제약을 받는다. 날씨가 추우면 특히나 오픈 상태로 다니기 어렵다. 그러나 이것도 옛말이다. 요즘 나오는 오픈카들은 첨단기술을 활용해 외부의 제약을 줄이고 있다
AirScarf & Air Collar
2004년 메르세데스-벤츠가 2세대 SLK를 통해 최초로 선보인, 목을 따뜻하게 해주는 기술이다. 목은 신체의 다른 부위보다 훨씬 추위에 약하다. 벤츠의 에어스카프는 시트 헤드레스트 아랫 부분에서 따뜻한 바람을 내보내 스카프로 목을 감싼 듯한 효과를 낸다.
실제로 에어스카프의 효과는 쏠쏠하다. 추운 날, 지붕을 열고 다녀도 크게 추위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벤츠가 이 기술을 선보인 이후 BMW도 비슷한 방식의 에어 칼라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옷깃(칼라)을 바짝 세워 추운 바람을 막아준다는 의미다.
최근 출시된 아우디 로드스터와 카브리올레도 비슷한 장비를 갖추었다. 하지만 벤츠나 BMW 같은 별도의 이름은 없으며 시각적으로도 눈에 덜 뛴다. 그래도 효과는 확실하다.
Magic Sky Control
3세대 SLK부터 적용된 매직 스카이 컨트롤은 하드톱 로드스터의 구조적 단점을 해결한 기술이다. 하드톱 로드스터는 지붕을 열었을 때 극대화된 개방감을 맛볼 수 있지만, 지붕을 닫으면 답답할 수밖에 없다. 복잡한 지붕 구조상 선루프를 장착할 수 없어 푸른 하늘을 보려면 반드시 지붕을 열어야 한다.
하지만 SLK에 적용된 매직 스카이 컨트롤은 버튼으로 지붕의 유리 투명도를 조절해 푸른 하늘을 감상하거나 강한 햇빛을 차단할 수 있다. 유리를 투명하게 바꿨을 때 진짜 유리 같은 투명함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매직 스카이 컨트롤의 유리는 푸른색(SLK)이나 검은색(SL)을 띠며, 투명도를 최대로 맞춰도 유리처럼 맑지는 않다.
AirCap
에어캡은 윈드 디플렉터처럼 실내로 들이치는 바람을 막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기술이다. 4세대 E-클래스(W212) 카브리올레에 처음 사용됐다. 윈드실드 상단에 소형 윈드 디플렉터 같은 그물망을 펼쳐 머리 위로 지나가는 공기의 속도를 높이는 원리다. 그 결과 머리 위로 지나가는 바람과 뒤쪽에서 만들어지는 난기류를 줄일 수 있다.
효과가 있을까 싶지만, 벤츠가 공개한 풍동실험 사진을 보면 머리 위쪽의 바람이 더 높게 지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머리 뒤에서 만들어지는 난기류가 크게 줄어 히터에서 나오는 따뜻한 바람이 좀더 넓은 영역에서 유지된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신형 E-클래스(W213) 카브리올레와 C-클래스(W205) 카브리올레, S-클래스 카브리올레(C217)에 적용되고 있다.
Electric Wind Deflector
자동차가 달릴 때 바람은 보닛과 윈드실드, 지붕, 뒷유리를 넘어 트렁크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하지만 오픈카는 지붕이 열려 있어 윈드실드 윗부분에서 이 흐름이 뚝 끊긴다. 공기흐름이 워낙 빨라 머리 위를 지나가는 바람이 실내로 들이치지 않지만, 대신 머리 뒤쪽에서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난기류가 만들어진다.
윈드 디플렉터는 이 난기류가 운전자의 헤어스타일을 망가뜨리거나 실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장비다. 저렴하거나 무게에 신경 쓴 경량 로드스터는 윈드 디플렉터를 운전자가 손으로 장착해야 한다. 하지만 고급 모델들은 버튼으로 작동시키는 전동식 윈드디플렉터를 갖추고 있다.
Headrest Speaker
지붕을 열고 달리면 주행풍으로 인한 소음 때문에 음악 소리가 묻힌다. 볼륨을 키우면 상황이 좀 나아지지만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지붕을 열고 달리면서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운전자들을 위해 인피니티는 4세대 G37 컨버터블에 보스제 오픈 에어 사운드 시스템을 장착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헤드레스트 측면에 스피커를 추가한 것이다. 귀 옆에서 생생한 소리를 들려주니 바람 소리가 커도 음악이 덜 묻힌다.
비슷한 시스템이 아우디의 2세대 R8에도 적용됐는데, 이것은 뱅앤올룹슨 제품이다. 4세대 MX-5에도 보스의 헤드레스트 스피커가 장착됐다. 하지만 보스 로고를 제외하면 헤드레스트에 소리가 나오는 구멍만 뚫어놓은 것이어서 별도의 스피커가 장착됐다는 시각적인 티가 잘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