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면차, 쉐보레 볼트의 초석이라고?
월면차를 개발했던 혁신과 헌신이 볼트 EV를 탄생하게 만들었다
2017-07-24 15:48:23 글 <탑기어> 편집부
전기차 역사서가 있다면 가장 많이 등장할 브랜드는 아마 GM일 거다. 올해 국내 할당된 물량을 두시간 만에 완판 시켰다는 볼트(Bolt) 때문이 아니다. GM은 꽤 오래전부터 전기차를 개발했던 경험이 있다. 가깝게는 다양한 음모론의 주인공 EV1이 있다.
EV1은 1996년 선보인 순수 전기차다. 20년전의 전기차이지만 최근 출시된 전기차들과 비교해도 성능이 그리 떨어지지 않는다. 납축전지를 사용한 모델은 완전 충전하면 약 112~161km를 달릴 수 있었다. 니켈 수소 합금 전지(NiMH)가 들어간 모델은 161~225km까지 주행 가능했다. 최고속도는 130km/h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9초 정도다. 그런데 1999년 GM은 EV1에 결함이 있다며 모두 수거해 사막 한 가운데에 폐기하기 시작했다. 차값은 10만달러(현재 약 1억1,300만원)에 달했지만 갖가지 지원금에 힘입어 최저 월 399달러에 렌탈 형식으로 판매했던 EV1은 배터리팩의 충전효율과 신뢰성이 떨어져 유지, 보수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GM의 갑작스러운 EV1 폐기는 다양한 음모론을 통해 재조명되기도 했다.
GM은 1960~70년대에도 전기차 개발에 뛰어든 전력이 있다. 바로 월면차다. 영어로는 'Lunar Roving Vehicle'이다. 우리말로는 '달 이동 수단'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최초로 달에서 운행된 월면차는 아폴로 15호가 싣고 갔던 LRV-001이다. LRV-001은 전기차다. 달은 공기가 희박하고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는 공간이라 내연기관을 사용할 수 없다. 월면차는 전기차로 개발될 수밖에 없었다.
LRV-001을 수주한 건 사실 보잉이었다. 비행기 제작사 그 보잉 맞다. GM은 협력사로 참여했다. 하지만 맡은 역할이 가볍진 않았다. 심지어 주어진 개발 기간도 17개월에 불과했다. 미지의 세계를 달릴 완전히 새로운 차량을 개발하기엔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다.
당시 GM에서 LRV 프로젝트를 이끌던 페렌츠 파블리치(Ferenc Pavlics)는 “우리 팀이 월면차의 기술적인 부분을 개발할 때는 알지 못하는 게 너무 많았다”며 “달 표면의 다양한 지형과 극단적인 일교차, 중력이 감소했을 때의 영향 등 무엇도 확실한 게 없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럼에도 시간이 없어 빛의 속도로 일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GM은 이 같은 상황에서 전기모터 주행 시스템 설계와 테스트를 전담했다. 서스펜션도 개발했다. 스틱으로 된 드라이브 컨트롤러 역시 GM의 아이디어다. 아울러 아연도금 철사로 그물망을 엮어 만든 타이어도 GM이 개발했다. 고운 모래사장에 미끄러지거나 빠지지 않도록 한 조치였다.
쉐보레는 미국 현지시간으로 21일 “월면차를 개발했던 혁신과 헌신이 볼트 EV를 탄생하게 만들었다”며 1971년의 월면차와 2017년의 볼트를 비교하는 자료를 배포했다. 그걸 굳이 해석할 필요까진 없다. 발전했다는 얘기다. 다만 인간의 도전사에 있어, 전기차의 역사에 있어 월면차는 분명한 업적이다. 그리고 전기차를 통해 그 업적의 흔적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월면차가 달 위를 달린 게 1971년 7월 30일이다. 지금으로부터 딱 46년 전 얘기다. 인류는 1972년 12월 이후로 45년 동안 달에 직접 발 들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