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두카티 안 팔아!
실적 꾸준히 향상돼 두카티 매각없이도 디젤 게이트 배상금 감당 가능하다는 계산
2017-08-04 00:22:21 글 <탑기어> 편집부
폭스바겐이 마음을 돌렸다. 두카티(Ducati)를 팔지 않고 계속해서 그룹의 일원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이 꾸준히 향상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굳이 두카티를 매각하지 않아도 디젤 게이트로 인한 배상금을 모두 감당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다.
변심의 진원지는 폭스바겐그룹 경영감독위원회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매각을 결정할 경영감독위원회에 두카티 매각을 반대하는 입장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노조 역할을 하는 직장평의회쪽의 위원들이 반대 의견을 내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그룹 직장평의회(Betriebsrat) 대변인은 “폭스바겐그룹의 경영감독위원회 내 근로자 대표 측은 두카티와 렌크(Renk), 혹은 만 디젤 & 터보(MAN Diesel & Turbo)의 매각을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며 “폭스바겐그룹의 상반기 실적을 고려할 때 누구라도 ‘폭스바겐그룹은 자금이 더 필요치 않으며 저평가된 기업을 사냥하려는 자들이 자회사를 차지하도록 내버려둘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폭스바겐그룹은 디젤 게이트라는 지독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자동차 세계 판매량 및 매출액 1위를 달성했다. 금년 상반기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9%나 개선된 89억유로를 기록했다. 1유로당 1,315원으로 단순 환산하면 우리 돈으로 약 11조7,000억원에 달한다.
다른 관계자는 “노조 측의 강력한 반대를 고려할 때 폭스바겐그룹은 이제 두카티 매각을 재검토해야할 것”이라며 “폭스바겐 브랜드의 치열한 회생 계획을 함께 시행해야할 노조와의 협력이 위태로워지는 걸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포르쉐를 소유한 피에히 가문도 두카티와 렌크의 매각에 반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복수의 폭스바겐그룹 관계자가 밝힌 내용이라고 한다. 피에히 가문은 경영감독위원회에 사측 지분 중 4자리를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폭스바겐그룹의 의결권 중 52%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두카티를 자회사로 둔 아우디는 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아우디는 폭스바겐그룹 산하에 있어 폭스바겐그룹 경영감독위원회가 매각에 대한 재량권을 갖는다. 아울러 폭스바겐그룹 이사회는 아직 경영감독위원회에 두카티 매각에 대한 승인을 요청하지 않은 상태다.
한편, 폭스바겐그룹은 조직을 간소화하고 디젤 게이트 수습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두카티를 매각하기로 하고 입찰 대상을 추리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탈리아의 베네통 가문과 미국의 할리데이비슨 등 5개 회사가 경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밖에 폭스바겐그룹 내 상용차 부문을 담당하는 만(MAN AG)의 자회사인 렌크와 만 디젤 & 터보 중 하나도 함께 매각하기로 했다.
두카티는 이탈리아에서 출범한 고성능 모터사이클 브랜드다. 아우디가 2012년 8억6000만 유로에 인수하며 폭스바겐그룹으로 편입됐다. 만약 이번에 매각한다면 13~15억 유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렌크는 변속기와 특수 기어, 측정 장비를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이고 만 디젤 & 터보는 선박용 초대형 디젤 엔진과 터보차저 개발 및 생산에 집중하는 회사다.
참고로 경영감독위원회는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시행하는 제도다. 종업원 2,000명이 넘는 대기업에서는 꼭 조직돼야 한다. 경영진 선출과 중대 경영전략 등을 결정하는 기업 내 최상급 조직으로 운영되며 노사 양측 대표가 각각 절반씩 차지하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