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실린더 온 디멘드...한번쯤 쉬어 가도 좋습니다
주행조건에 따라 일부 실린더 작동을 멈춰 연비를 높이는 가변 실린더. 최근엔 슈퍼카에도 이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2017-08-04 06:34:25 글 김종우 기자
지난 3월 람보르기니의 엔트리 모델 우라칸의 RWD 스파이더 버전이 출시됐다. 엔트리급이지만 V10 5.2L 엔진으로 580마력을 토해내는 화끈한 녀석이다. 차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기름값 꽤 들겠네’ 하며 고개를 젖다가 문득 이 차에 실린더 온 디맨드(Cylinder on Demand) 기술이 들어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것은 자동차가 엔진에 부담을 주지 않고 달릴 때 일부 실린더의 연소 활동을 멈추게 해 연비를 높이고 배출가스를 줄이는 첨단기술이다. “스타일도 죽이는데, 연비까지 좋다고?(동급 슈퍼카 대비), 이거 실화냐?”
람보르기니의 실린더 온 디맨드는 자매 브랜드인 아우디에서 가져온 기술로, V12 아벤타도르에 처음 사용했고 아랫급 우라칸에도 확대적용한 것이다. 우라칸의 엔진이 큰 힘이 필요치 않은 때 V뱅크의 한쪽 실린더 5개를 비활성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우라칸은 이 기술에 힘입어 구형 가야르도 대비 14%의 연비 향상을 이뤄냈다.
‘가변 실린더’로 불리는 이 기술은 아우디뿐 아니라 혼다, 캐딜락, 폭스바겐 등 다양한 메이커들이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V8 이상의 다기통 모델에 주로 사용됐지만 최근 포드가 이 기술을 적용한 3기통 1.0L 에코부스트 엔진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양산 모델은 2018년 데뷔할 예정이다.
아우디의 실린더 온 디맨드 기술은 2011년초 V8 4.0L TFSI 엔진에 처음 적용됐다. 이후 2012년부터 아우디 S6, S7, S8, 벤틀리 컨티넨탈 GT 등에 사용하고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km당 CO2 배출량을 10~12g 줄일 수 있고, 엔진 스톱 & 고 시스템과 결합하면 최대 24g까지 감소한다.
엔진 예열이 끝나 냉각수 온도가 30°C 이상이고 회전수 960~3,500rpm, 주행속도 25km/h 이상에서 변속기가 3단 이상으로 물리면 ‘아우디 밸브 리프트’를 통해 실린더 온 디맨드 시스템이 작동한다.
V8 엔진의 경우 V뱅크에서 왼쪽(1번, 4번)과 오른쪽(6번, 7번) 각 2개씩 실린더의 흡배기 밸브는 계속 작동시키고 나머지는 닫아둔다. 밸브가 닫힌 실린더에는 자연스레 흡기가 유입되지 않아 연소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때 문제가 생긴다. 4개의 비활성화 실린더의 피스톤은 활성화된 나머지 4개와 크랭크샤프트로 연결되어 있어 왕복운동을 계속한다. 밸브가 무작정 닫히면 비활성 실린더 내의 피스톤 운동을 방해할 수 있다(바늘이 없는 주사기 입구를 손으로 막고 주사기 밀대를 손으로 당기면 저항이 걸리는 것을 생각해보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밸브가 닫히기 전에 실린더에 적당한 양의 공기를 채운다. 생략된 폭발행정 때 피스톤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하고 엔진 재가동 때 흡기 압축, 연료 분사 과정을 생략해 빠른 응답성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실린더 온 디맨드가 적용된 모델은 활성화된 실린더와 그렇지 않은 실린더의 폭발 밸런스가 깨져 소음과 진동이 커지는 문제를 막기 위해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과 액티브 엔진 마운트 기술도 함께 사용된다. 참고로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은 실내에 마이크를 설치해 소음을 측정하고 그 소음을 상쇄하는 주파수를 스피커를 통해 내보내는 기술이다. 액티브 엔진 마운트 역시 같은 원리로, 역진동을 발생시켜 엔진 진동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