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전 영국 〈탑기어〉가 ‘자동차 마니아들의 버킷 리스트 50가지’라는 주제로 기획기사를 쓴 적이 있다. 기억에 남는 몇가지를 언급하면 고성능차로 타이어 태우기, 다양한 기통의 자동차 몰아보기, 고급 운전기술 배우기, 레이서가 운전하는 차 타보기, 자동차로 장거리 여행 떠나기 등이 있다. 여기엔 할아버지의 운전 무용담 듣기 같은 약간은 허무맹랑한 항목도 있다. 뜬금없이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얼마전 ‘아트 오브 퍼포먼스’(The Art of Performance)라는 주제로 양재 트럭 터미널에서 열린 재규어의 글로벌 고객 시승 프로그램에 참석해 레이서가 운전하는 차 타보기 같은 몇가지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전문기자로 일하다 보면 이런 행사에 참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레이서가 운전하는 차 역시 여러번 탔지만 이번 행사는 특히나 기억에 남는 것이 많았다.
‘스마트 러버콘 코스’에서 레이서의 시범주행으로 행사가 시작됐다. 서킷처럼 일정한 코스에서 달리 땐 자동차의 궤적을 미리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코스는 차에 달린 GPS를 기반으로 차의 움직임에 맞춰 그때그때 코스가 정해져 예측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여기저기 늘어놓은 러버콘에 초록불이 점등되면 그곳을 통과하고, 그 사이 다음 러버콘에 파란불이 들어온다. 그러면 불이 들어오는 곳으로 차머리를 돌려 빠르고 정확하게 통과해야 한다. 브레이킹이나 가속이 스코어에 반영되는 만큼 순간적인 판단과 대처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다음 코스를 재빨리 확인하고 실수 없이 달리는 일은 무척 힘들지만, 한바퀴, 두바퀴 돌면 돌수록 자신감이 붙고 운전이 재미있어진다. 동원된 차는 V6 3.0L 엔진이 달린 XE S, XF S, F-페이스 3.5t로 저마다 340~380마력을 내는 스포츠 모델이다.
기자는 380마력 엔진을 얹은 가장 강력한 XF AWD를 선택했다. 이 모델은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뒷바퀴에 토크를 몰아줘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하고 상황에 따라 접지력이 부족할 때는 네바퀴를 굴려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케 한다.
저마찰 구간도 있었다. 이구간은 약간 언덕진 곳에 미끄러운 소재를 깔고 물을 뿌려서 만들었다. 빙판길처럼 아주 미끄럽지는 않지만 뒷바퀴가 헛돌며 마찰력을 잃었다. 기어 레인지 옆에 달린 버튼을 누르고 크루즈 컨트롤 버튼으로 속도(3.6~30km/h)를 설정하자 가속페달의 조작 없이도 유연하게 언덕을 올라간다. 이곳에서는 흙, 얼음, 눈길 등 극한의 조건에서 차의 주행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재규어의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링 펜스 탈출 코스를 돌 차례다. 6각형으로 펜스를 쳐놓은 곳에 F-페이스를 끌고 들어가 180도 회전한 후 다시 똑바로 나와야 한다. 여기서는 F-페이스 S에 기본으로 달리는 360도 서라운드 카메라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 몇미터 떨어진 곳의 땅바닥이 보일 정도로 범위가 매우 넓어서 마음놓고 차를 돌릴 수 있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아트 오브 퍼포먼스’의 정수와 방향성을 느낄 수 있었다. 운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희열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오일기 인스트럭터와 나눈 잠깐의 대화
TG 이번 행사에서 고객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이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OIG 이 행사는 재규어의 핸들링과 가속력, 제동력 등을 알아보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알고 있다. 재규어는 자동차의 기본기를 중시하고, 섀시나 엔진 제작에 비용을 아끼지 않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이번 행사를 통해 재규어의 우수성을 직접 확인하고, 고성능을 잘 활용하기 바란다.
TG 행사 진행자로서 아쉬운 점은 없었는가?
OIG 고객들이 모두 즐거워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이 행사에는 재규어 운전자뿐만 아니라 미래 고객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데, 하나같이 운전을 하며 즐거워했다. 다만 체험 시간이 정해져 있고, 두번 세번 체험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코스 주행을 마치고 나서 “이제 좀 느끼고 제대로 타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한번 더 타면 안되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다. 또 본인들이 탄 차만 기억할 뿐 그 차가 갖추고 있는 특별한 기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조금 안타까웠다.
TG 스마트콘은 재규어가 독점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OIG 재규어가 독점계약을 했다고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6월 처음 선보였다. 그때는 개발 초기여서 영국 본사의 인스트럭터들이 스마트콘을 들고 다니면서 교육을 했다. 이후 스마트콘이 대량생산되어 각국에서 열리는 재규어 드라이빙 행사에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