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 크라이슬러, 홀로 설까? 기대어 설까?
FCA가 입장을 바꾼 걸까? 최근 중국 자동차 업체가 먼저 인수합병을 제의했지만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2017-08-28 13:21:15 글 <탑기어> 편집부
FCA(피아트 크라이슬러)가 입장을 바꾼 걸까? GM 등에 인수합병을 제안하며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던 게 바로 지난해인데, 최근 중국 자동차 업체가 먼저 인수합병을 제의했지만 끝내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중국의 잘 알려진 자동차 업체가 대표단을 꾸려 FCA 본사에 방문해 인수합병을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조건이 서로 맞지 않아 협상은 이내 결렬됐다는 후문이다. 사실 FCA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GM과 폭스바겐, 토요타, 포드 등 손꼽히는 규모의 자동차 회사에 인수해줄 것을 제안해왔다. 마르치오네 회장은 지난 2016년 5월 컨퍼런스콜을 통해 “임기 중 인수합병을 성공시킬 것”이라고 선언한 적도 있다. 하지만 최근엔 뜸하다. 오히려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
FCA가 인수를 바라던 건 미래 자동차 기술 때문이다. 2020년부터 본격적인 환경 규제 압박이 시작되고 2025년이면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예상되지만 FCA는 여기 대응할만한 기술이 아직 없다. 파산에 몰려 있던 피아트를 정상화하고 침몰 직전의 크라이슬러를 본 궤도에 올리며 투입된 돈이 너무 많았다. 자구책을 마련하기에는 시간과 돈이 모두 부족하다. 세르지오 마르키온네 FCA 회장이 다른 업체에 인수돼 기술을 나눠 쓰고 투자도 받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한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FCA는 스스로 살아남으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마세라티를 주축으로 2019년까지 본격적인 전기화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BMW와 모빌아이가 함께하는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다른 기업에 인수되는 게 어려우니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자는 뜻으로 해석되는 행보다.
FCA의 방향 전환에는 ‘미국 우선(America First)’이란 구호를 걸고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도 영향을 끼쳤으리라 짐작된다. 미국 내 ‘빅 3’ 업체 중 하나였던 FCA를 다른 나라에 쉽게 내주지 않을 걸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원활한 인수를 위해선 GM이나 포드가 나서줘야 하는데 두 업체는 모두 FCA의 인수 제의를 거절한 바 있다.
물론 막대한 중국 자본이 FCA를 인수할 가능성도 없진 않다. 중국 업체 입장에서는 FCA 인수를 통해 기술을 흡수하고 딜러망을 공유해 고속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에 막힐 수 있다. 중국과의 관계에 긴장감이 흐르는 요즘, 중국 업체에 상징성이 있는 회사를 쉽게 넘겨주진 않을 거란 분석이다. 한 중국 자동차 관계자 역시 “FCA를 인수할 수 있는 건 현실적으로 중국계 자본뿐이겠지만, 협상을 시작하면서부터 바로 규제 장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달 FCA에 인수를 제안한 업체로 SUV 전문인 그레이트월과 국영 회사인 광저우자동차, 볼보를 정상화시킨 지리자동차 등이 유력하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지리차는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했다. 지리차는 지난 2010년 볼보차를 인수해 성장궤도에 올려놓았고, 최근에는 영국 로터스를 보유한 말레이시아의 자동차 회사 프로톤의 대주주로 올라서는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실행해왔다. 때문에 지리차는 인수 유력 후보군으로 지목됐지만 “FCA를 방문하지 않았으며 인수할 여건도 아니”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