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인도 타타그룹에 매각된 JLR(재규어랜드로버)은 뉴욕발 금융위기의 시련을 이겨내고 2012년부터 회생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모기업의 자금 지원과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존 포드 계열의 엔진을 대신할 새로운 엔진 개발에 착수, 2014년 2.0L 터보 디젤 엔진을 완성하고 이듬해부터 양산차에 얹기 시작했다. 익히 잘 알려진 인제니움 엔진으로, 알루미늄 사용, 친환경, 고효율을 특징으로 내세운다. ‘인제니움’(ingenium)은 엔진을 의미하는 라틴어이며, 엔지니어(공학)의 어원이기도 하다.

JLR은 포드 계열의 2.2L 듀라토크 디젤 엔진을 대체한 디젤에 이어 지난해말 가솔린 인제니움 엔진을 발표했다. 디젤과 마찬가지로 2.0L 배기량에 터보를 붙였다. 싱글 터보와 트윈스크롤 터보 두가지 방식인데, 싱글 터보는 200마력, 트윈스크롤 터보는 모델에 따라 250마력과 300마력을 낸다.

가솔린 인제니움 엔진을 사용한 첫번째 모델은 재규어의 4기통 F-타입으로, 트윈스크롤 터보 300마력 엔진을 사용한다. 올여름부터 재규어 XE, XF, F-페이스, E-페이스를 비롯해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트, 이보크 등에 사용된다.

가솔린 인제니움 엔진의 특징은 전자제어 유압식 흡기밸브 리프트, 통합 배기 매니폴드로 요약된다. 과급압을 높인 고성능 버전에는 저저항 세라믹 볼베어링이 사용된 트윈스크롤 터보가 쓰인다. 특히 실린더 헤드에 위치한 전자제어 유압식 흡기밸브 리프트는 스로틀 밸브 없이 흡기밸브가 공기 유입량을 조절해 가속 응답성을 높인다.

흡기밸브는 기존의 엔진처럼 캠샤프트가 돌면서 직접 여닫는 방식이 아니다. 캠샤프트는 각 실린더 위에 달린 작은 유압펌프 작동에만 관여하며, 이때 생긴 유압으로 흡기밸브를 제어한다. 유압에 따라 밸브는 0~11mm 사이에서 미세하게 움직이며 연소실로 들어가는 공기량을 조절한다. 뿐만 아니라 실린더 내 인젝터 직분사압을 200바로 높게 설정해 연소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JLR 최초로 실린더 헤드 통합형 배기 매니폴드를 적용한 것도 인제니움의 특징 중 하나다. 이로 인해 엔진구조가 콤팩트해졌고, 예열시간이 짧아져 연료 소모 및 배출가스를 줄이는 친환경 효과도 얻었다.

통합 배기 매니폴드는 트윈스크롤 터보로 연결된다. 연소 후 만들어지는 배출가스로 터빈을 돌리는데, 간섭이 적은 1번, 3번 실린더 배기구와 2번, 4번 실린더 배기구를 연결해 두개의 배기구로 터빈을 돌린다. 이렇게 하면 각 실린더에서 나오는 배기 사이의 간섭을 최소화해 터빈을 효율적으로 돌릴 수 있다. JLR에 따르면 기존에 사용하던 엔진에 비해 성능은 25%, 효율은 15% 향상됐다고 한다. 새 엔진은 5억파운드(7,400억원)를 들여 영국 웨스트 미들랜드에 건립한 JLR 엔진개발센터에서 생산된다. 


글·김종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