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은 네가 지난 트랙 데이에 한 주행을 알고 있다
잘 닦인 서킷을 좋은 차로 달릴 때 기분은 상쾌하다. 이때 자동차회사가 맞춤 제작한 응용프로그램에 장단 맞추면 실력까지 일취월장할 수 있다
2019-05-27 09:27:51 글 민병권
포르쉐 트랙 프리시전
포르쉐가 이 앱을 출시한 때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동차회사들이 유행처럼 쏟아냈던 스마트폰용 앱과 다른 점은 서킷 주행 때 활용하는 용도다. 스톱워치를 디지털화한 듯한 간단한 랩타임 기록장치로서 역할은 물론 경주차 텔레메트리처럼 서킷을 주행하는 차의 각종 정보를 저장한다. 주행 후 분석할 수 있어서 운전 실력과 기록 향상에 도움을 준다. 서킷과 친하지 않은 자동차 브랜드라면 관심조차 가지지 않을 분야다.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은 음주 운전보다..."
평범한 자동차와 달리 포르쉐 스포츠카의 진가는 단연 서킷에서 잘 드러난다. 포르쉐 구매자의 관심과 수요가 클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앱은 의욕적으로 개발해서 출시해도 사용자가 적으면 방치되거나 조용히 사라지기 십상이지만 포르쉐 트랙 프리시전은 지금까지 꾸준히 업데이트했다. 오류 수정이나 최신 기기에 최적화하는 수준이 아니라 각종 기능을 향상했다. 포르쉐 신차출시 때도 특징적인 부가 기능으로 자주 언급한다. 지난 1월 스페인 발렌시아 리카르도 토르모 서킷에서 각국 기자들이 최신 911(992)을 시승할 때는 포르쉐 관계자들이 앞 유리창에 스마트폰을 붙여줬다. 개발 중인 트랙 프리시전 앱의 새 버전을 자랑하기 위해서였다.
서킷을 돌 때 스마트폰 화면은 실시간 랩타임을 보여준다. 이전 바퀴와 비교한 시간 차이를 확인하고 예상 랩타임을 알 수 있다. 주행 중 운전자가 확인하기 쉽도록 큼지막한 숫자 위주로 구성한 단순 명료한 화면이다. 차의 한계 성능에 얼마나 근접했는지 보여주는 모드도 선택할 수 있다. 그 사이 스마트폰 카메라는 블랙박스처럼 차 전방 영상을 담아낸다. 또한 아주 복잡하고 중요한 작업도 전혀 티 나지 않게 수행한다. 차의 센서로부터 수집한 각종 정보를 와이파이로 연결한 PCM(포르쉐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으로부터 전달받아 꼼꼼히 기록한다.
“손 모델로 수고해주신 마크 웨버씨에게 감사드립니다”
주행을 마친 뒤 스마트폰 앱에서 이들 정보를 합치면, 짜잔! 서킷을 달리는 영상에 매 순간 주행 데이터를 직관적인 그래픽으로 입힌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랩타임, 구간기록은 물론 트랙에서 현재 위치, 엔진회전수와 속도, 기어, 조향 각도, 스로틀 개도와 브레이크 압력, 휠 스핀 정도, 주행안정장치 작동, 종·횡가속도, 언더스티어 및 오버스티어 정도를 표시한다.
스마트폰 동영상이 미덥지 않다고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고프로 등 다른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도 연동 가능하다. 주행 영상에 덧입힌 그래픽이 전부가 아니다. 전체 주행 데이터 중 원하는 항목(가령 터보 부스트 압력)을 선택해 그래프로 나타내거나 주행궤적, 가속·감속 구간을 시각화해 위성 지도 위에 표시하는 등 다양한 복기 모드를 제공한다. 특히 주행 기록 두 개를 동시에 열어놓고 각 순간 스로틀, 브레이크, 스티어링 조작이나 주행 궤적을 비교하는 등 랩타임 단축과 실력 향상을 위한 공부에 효과가 크다. 스마트폰 안의 레이스트랙 개인 트레이너인 셈. 이러한 주행 기록과 영상은 PC로 전송해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트랙 데이 때 함께 어울리는 친구나 인스트럭터 등 다른 이와 공유할 수 있어 지도 첨삭 받거나 자랑하기에도 유용하다.
“자, 이제 빌트인캠을 달아주세요.”
서킷 주행에 대한 포르쉐의 전문성은 둘째치고 이 앱이 이토록 다양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비결은 차의 센서들로부터 직접 얻은 데이터다. 일부 데이터로거나 트랙용 앱처럼 GPS 정보나 OBD로 거른 데이터만 이용해서는 이 정도로 정밀하고 다채로운 기능을 구현할 수 없다. 트랙 프리시전 앱은 속도, 경로, 위치 확인에 필요한 GPS 정보조차도 갱신주기가 느린 여느 GPS 대신 PCM의 10Hz(초당 10번 갱신) GPS를 활용한다.
포르쉐가 자체 개발한 앱이라는 점을 자랑할 만하다. 포르쉐 트랙 프리시전은 포르쉐 소유자가 아닐지라도 안드로이드 또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설치할 수 있다. 서킷은 기본 제공하는 200개 이상 세계 각국 레이스트랙 중 선택할 수 있고 새로 만들기도 어렵지 않다. 기자들에게 사전 공개했던 새 버전은 서킷 주행 전 준비할 것, 알아두면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항목을 추가했다. 포르쉐 드라이빙 스쿨에서 기본 이론을 교육하듯 안전 및 시트포지션에 대한 내용부터 PASM, PDCC 등 포르쉐 차의 각종 장비를 소개한다. 구체적인 운전 기술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하지만 서킷 주행 정보 기록에 기반한 다양한 기능은 이 앱에 센서 수치를 기꺼이 넘길 수 있는 자동차가 없다면 그림의 떡이다. PCM 4.0 이상과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등을 갖춘 포르쉐 스포츠카 말이다.
"나 잡아 봐~라"
포르쉐가 아니라도 괜찮아
트랙 주행용 앱을 제공하는 자동차회사는 포르쉐만이 아니다. 단, 스마트폰 앱은 아닐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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