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로메오의 부활
2016-04-19 14:15:27 글 리차드 정(YFAI 디자인 총괄 부사장)
지난해 D세그먼트 세단 줄리아를 공개한 알파로메오는 모기업의 실탄 부족과 고질적인 품질 불량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알파로메오는 모두 8가지 뉴모델을 2018년까지 내놓을 예정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고급차 브랜드를 떠올리자면 미국의 캐딜락과 링컨, 영국의 롤스로이스, 벤틀리, 재규어 그리고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가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세번의 오일쇼크와 두번의 금융위기가 있었던 지난 40년 동안 글로벌 판도가 많이 변했다. 미국 브랜드(캐딜락과 링컨)는 살아남은 것만 해도 감사할 정도로 위상이 추락했고, 롤스로이스, 벤틀리, 재규어 등의 영국 럭셔리 브랜드는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해외에 매각됐다.
2000년, 이른바 Y2K 이후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한 BMW, 아우디의 독일 프리미엄 3사는 전세계 고급차 시장을 휩쓸고 있다. 사치스러움에 치중한 기존 럭셔리카와 달리 이들 독일 3사의 자동차들은 잘 달리고 안전한 데다 품질(생산)까지 뛰어났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럭셔리카와 독일 3사 중심의 프리미엄 자동차를 구별하기도 하지만 아무튼 모두 노말 대중차보다 비싼 고급차다.
지난해 6월에 베일을 벗은 D세그먼트 세단 줄리아
최근에는 고급 중~대형차 세그먼트에만 집중하지 않고 SUV와 소형차까지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나아가 전기자동차에까지 말이다. 특히 BMW는 이들 중 가장 활발하게 모델 레인지를 확장하고 있는데, 불과 20년 전에는 3, 5, 7시리즈가 주력이던 그들이 지금은 1, 2, 3, 4, 5, 6, 7시리즈와 X1, X3, X5의 SUV 그리고 i3, i8의 전기차까지 라인업에 넣었다.
가히 고급차 브랜드의 전성시대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그 결과 유럽에서 오펠, 르노, 시트로엥, 푸조 같은 대중차는 판대매수가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중 브랜드 역시 고급스러운 소형차 개발에 힘을 모으고 있는데, DS 라인업을 앞세운 시트로엥이 대표적이다.
FCA 그룹은 알파로메오를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스포츠 프리미엄 브랜드로 BMW 못지 않게 도약하려 한다
FCA 그룹 역시 고급차 라인업 확장에 적극적이다. 특히 자사 브랜드 가운데 알파로메오를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FCA 수장 세르지오 마르치오네는 “지난 6월 공개된 D세그먼트 세단 줄리아를 필두로 모두 8가지 뉴모델을 선보여 2018년에는 판매량 연간 40만대를 기록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미 공개한 줄리아 외에도 플랫폼을 공유하는 알파로메오 최초의 SUV 관련 소식이 잇달아 보도될 정도로 신속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알파로메오의 부흥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반으로 나뉜다. 고유의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BMW 못지 않은 스포츠 프리미엄 브랜드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쪽과 모기업의 실탄이 별로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고질적인 품질불량 문제를 해결하면서 다양한 새차 개발 작업을 병행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쪽이 있다.
CEO 하랄드 J. 베스터는 폭스바겐과 아우디를 거친 독일인이다
1998년 필자는 포드의 글로벌 감성품질팀 총괄책임자로 일하며 그룹의 대대적인 품질개선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폭스바겐(5세대 파사트), 아우디(2세대 A6)가 4.5~5mm였던 보디 패널 갭을 3.7mm까지 좁힌 것을 보고 깜작 놀랐었다. 스탬핑 품질이나 몰딩도 새로운 공법으로 생산 오차를 최소화했기에 포드 스텝들 모두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하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던 기억이다.
상상하건대 아마 알파로메오 스텝들은 줄리아 개발과 맞물려 다양한 경쟁 모델을 벤치 마킹하며 자신들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파악했을 것이다. 이제 실행하는 것만 남았다. 참고로 알파로메오의 혁신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하랄드 J. 베스터 CEO는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전세계에 감성품질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당시 개발 매니저로 일했다. 그 결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