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데 예쁘지 않다! 토요타 뉴 프리우스
2016-04-20 12:30:00 글 리차드 정(YFAI 디자인 총괄 부사장)
특이한 디자인도 좋지만 아름다움을 잃어서는 안된다.
토요타 4세대 프리우스는 201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개막 1주일을 앞두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공개됐다. 해마다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는 10년 전부터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자사의 혁신적인 신기술을 선보이는 무대로 자리 잡고 있다.
프리우스는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카다. 1세대는 1995년 도쿄 모터쇼에서 콘셉트가 등장했고 1997년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혁신적인 메커니즘의 신차로 주목 받았지만 좀 없어 보이는 외모 때문인지 실제 판매는 많지 않았다. 실제로 토요타는 새로운 개념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성공 여부를 자신할 수 없었다. 따라서 평범한 스타일의 소형차로 디자인해 리스크를 줄이려고 했다.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시장 반응을 탐색한 끝에 토요타는 200년2세대 프리우스를 출시한다. 때마침 고유가 시대였기에 너도나도 연비가 높은 차를 찾기 시작했고 행정적인 지원책도 나왔다.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프리우스에 ULEV(초저배기차) 등급을 부여, 프리우스를 구매하는 오너에게 1대당 2,000달러(233만원)씩 지원금을 줬다. 게다가 출퇴근 시간에 HOV차선(차에 2인 이상 탈 경우에만 주행이 가능한 일종의 카풀 전용 도로)에 진입할 수 있는 혜택도 줬다. 그 결과 프리우스의 인기는 급상승했다.
기능은 둘째치고 미관상 비율이 불안하다
또 독특한 디자인도 2세대 프리우스의 성공 비결이다. 실제로 에어로다이내믹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위쪽 그릴은 작게, 아래 그릴은 크게 만들었고 루프의 최고 정점을 중앙으로 옮긴 트라이앵글 실루엣을 채택했다. 또 마치 대패로 깎아낸 듯한 뒤범퍼 모서리(에어로 코너)가 공기 흐름으로 차체를 눌러주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2세대 프리우스는 공기저항계수(Cd)가 0.26(3세대는 0.25)에 불과하다.
오늘날 프리우스는 신세대 자동차를 대표하는 동시에 토요타 라인업 안에서도 프리미엄을 인정 받는 대표 모델이 됐다. 하지만 안심은 금물이다. 동일한 하이브리드 콘셉트의 많은 경쟁자들이 등장했고 기존 하이브리드 방식보다 효율성이 더 뛰어난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도 양산되면서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레드오션이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나온 4세대 프리우스는 토요타에게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들에게 경쟁 모델보다 새로운 무언가를 제공해야 장밋빛 앞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강박감이 지나쳤을까? 4세대 프리우스의 디자인은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하다. 물론 최근 토요타가 튀는 디자인 전략을 추구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프리우스는 조금 불안하다.
앵그리 페이스. 누가 토요타를 화나게 했는가?
먼저 얼굴부터 화가 나 있다. 그것도 눈이 찢어진 화가 난 얼굴(참고로 앵그리 페이스는 최근 젊은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다)이다. 그릴 오프닝 라인의 굴곡은 마치 변형된 것처럼 보인다. 앞범퍼 코너의 절단된 면 안에 삽입된 헤드램프와 안개등으로 디자이너는 토요타의 T자를 다이내믹하게 표현했을지 모르지만 기괴하다.
옆면은 그나마 좀 낫다. 2세대에서 시작된 에어로다이내믹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해서 공기역학적 효과를 높였으나 차체 면이 정돈이 안된 느낌을 준다. 뒷면 역시 앞면의 이미지를 따라 예측하지 못하는 면의 흐름과 조화를 이뤘다. 테일램프는 수직으로 형성되어 공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정리하는 기능을 주는 듯하나 미관상으로는 비율이 불안해 보인다.
다스베이더와 애플의 만남. 실내가 제각각이다
인테리어 역시 독특하나 이전 2세대만큼 세련되지 않았다. 센터페시아는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를 떠올리게 만든다. 또 중앙 하단부의 콘솔에는 애플의 이미지를 차용한 듯한 화이트의 플라스틱 데코트림을 채택했지만 고급스럽지 않다. 스티어링 휠과 인스트루먼트 패널, 그리고 도어도 모양이 제각각이다.
치열한 경쟁 안에서 특이한 디자인을 창조하는 것은 분명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잃어버려서는 안되겠다. 기본적으로 자동차 디자인은 예술적인 조각에 비교할 수 있다. 적절한 비율의 외관과 자연스러운 라인의 조화로운 흐름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 있다. 물론 4세대 프리우스도 시간이 지나면 눈에 익어갈 수 있다. 렉서스 NX도 보면 볼수록 좋아지는 디자인이다. 프리우스도 그렇게 될지는 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