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경제에서 공유경제로
2016-04-26 10:14:40 글 리차드 정(YFAI 디자인 총괄 부사장)
공유경제는 장단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에 적용되면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공유경제는 나누어 사용함으로써 비용을 절약하고, 친환경적인(불필요한 소비를 막는) 생활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첫째는 소유경제에 익숙한 사람들이 불편함이 따르는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이다. 둘째는 공유경제가 소비를 위축시켜 산업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차를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유롭기 위해서다. 즉 차를 사면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시간에, 가고 싶은 장소로, 혼자만의 공간에 앉아 이동할 수 있다. 그래서 지하철보다는 자가용을 몰고 출근하고 싶은 것이다. 나만의 공간(자가용)을 유지하는데 대가를 치를 용의가 있기에 큰돈을 들여 차를 산다.
공유경제 안에서는 내가 남의 것을 사용하는 만큼 내 소유물도 내놓아야 한다. 이것이 공유경제의 참여자가 넘어야 할 첫번째 장애물이다. 공유경제에 참여하면 돈을 아낄 수 있다. 경제적인 이득이 잠시의 불편함을 참게 만드는 것이다. 집이나 별장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Airbnb)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포드패스는 대표적인 자동차 공유경제다
포드는 올해 초 포드패스(FordPass) 서비스를 시작했다. 포드차를 갖고 있는 사람이 다른 도시로 출장을 갈 경우 이 서비스에 가입한 사람의 차를 쓸 수 있고, 반대로 다른 도시에서 온 회원에게 본인의 차를 내어주는 카셰어링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차안에 귀중품이나 서류를 보관할 수 없는 불편이 따르겠지만 필자처럼 출장이 잦은 사람은 놀리는 차를 활용해 용돈을 벌거나 유지비를 줄일 수 있기에 사용해볼 만한 서비스라고 생각된다. 물론 사고나 고장이 났을 경우에는 서비스회사에서 해결을 한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차를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국내 카셰어링 서비스회사는 쏘카와 그린카가 대표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쏘카는 150만명, 그린카는 110만명이 가입되어 있다고 하니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애로사항도 적지 않다. 렌터카와 달리 관리자를 통하지 않고 시간단위로 사용자가 바뀌기 때문에 자동차에 대한 점검과 정비가 제때 이뤄지기 어렵다.
고장나거나 부서진 차, 지저분하게 쓰고 반납한 차를 다음 이용자가 그냥 타야 하는 것이 제일 큰 문제다. 차에서는 원칙적으로 금연해야 하고 연료도 채워서 반납해야 하지만 기본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이들이 심심치 않게 있다고 한다. 렌터카처럼 곳곳에 서비스 거점과 관리자를 두고 공유차를 점검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면 비용이 올라가고, 공유경제의 의미도 사라진다.
미국 포드가 첫 직장이었던 필자는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의 여러 나라에서 장기간 거주한 경험이 있다. 직급이 높아진 뒤에는 말 그대로 전세계를 누비고 있다. 지금은 8년째 중국 상하이를 거점으로 일하고 있는데, 그곳 국민성을 보면 공유경제가 모두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두번째 문제를 생각해보자. 공유경제가 소비를 위축시킬수 있다는 걱정이 업계에 팽배해 있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공유경제가 활성화되면 개인의 소유물이 줄어어드는 대신 사용횟수는 더 많아진다. 다시 말해 여럿이 돌려 타는 차의 운행거리와 사용시간이 크게 늘어난다. 그만큼 교체주기가 빨라지기 때문에 새차에 대한 수요가 유지될 수 있다.
자율주행에 공유경제를 접목시키면 새로운 경제효과도 거둘 수 있다. 예를 들어 카셰어링 서비스에 가입하면 필요할 때만 차를 사용하고, 자율주행을 하는 차안에서 여러가지 업무를 보면서 하루 일과를 알차게 보낼 수 있다. 자율주행차는 밤에 택시로 변신하거나 배달차로 사용될 수도 있다. 그러면 거의 24시간 가동되어 주행거리가 일반차의 3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다. 아무튼 자동차회사 입장에서 새차를 계속 팔 수 있다. 또한 장롱면허인 사람도 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굴러다니는 차가 지금보다 훨씬 많아야 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나라가 자동차 대수보다 운전면허 소지 인구가 3배 많다고 한다.
누구나 쉽게 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또 차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거기에 맞는 새로운 서비스가 생겨나 관련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공유경제가 여러 분야로 번진다면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우리의 생활은 혁명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