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셰어링, 자동차산업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2016-04-25 09:38:38 글 리차드 정(YFAI 디자인 총괄 부사장)
독자들은 공유경제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쉽게 말해서 여럿이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2008년 미국에서 일어난 공유경제 붐은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바람을 타고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공유경제의 핵심은 ‘내가 사용하지 않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어 수입을 얻는 것’이다. 반대로 내가 필요할 때는 돈을 내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빌려 쓸 수도 있다.
이러한 트렌드가 생겨난 이유는 간단하다. 한정된 수입으로 집이나 자동차 같은 고가품을 포함해 필요한 물건을 모두 소유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의 가치관이 바뀌어 과거에는 개인이 소유했던 것을 이제는 굳이 갖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발 더 나아가 물건을 공유하고 함께 사용함으로써 낭비적인 생활방식을 바꾸고, 환경을 보호한다는 좀더 고차원적인 생각도 바탕에 깔려 있다.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사례가 에어비앤비(Airbnb)다. 이는 내가 쓰지 않을 때 자신의 집이나 별장을 다른 사람에게 대여해주는 서비스다. 많은 돈을 들여서 산 소유물(집, 별장)을 비어두느니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어 수익을 올리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가족들과 사는 집 외에 상하이에 아파트를 구해놓은 필자만 해도 해외 출장이 워낙 잦아서 한 달에 며칠 사용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호텔이나 레지던스에서 머무는 것이 더 싸게 먹힌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체류일정에 맞춰 그때그때 숙소를 예약하는 일도 만만치 않아서 아파트를 그냥 갖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가속화되고, 필자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늘어나면 아파트를 공유하는 에어비앤비가 인기를 끌 수밖에 없을 것 같다(필자는 상하이 아파트를 공유하지 못한다).
이름도 모르는 생판 남에게 집을 쓰게 하는 것은 우리의 정서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공동시설의 에티켓 교육을 철저하게 받는 북미나 유럽인들에게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공유경제의 종류도 늘어나 최근에는 음식을 공유하는 서비스도 생겨났다고 한다. 인터넷 상에서 만난 회원들끼리 남은 재료나 요리를 공유하는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식사를 같이 하는 다이닝 클럽도 있다. 카셰어링도 미국에서 개인 대 개인의 소규모 서비스로 시작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됐고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도 손쉽게 카셰어링을 할 수 있어, 렌터카만큼 흔해졌다. 자동차회사들도 새로운 시장에 눈을 들려 투자를 늘리고 있다. BMW(드라이브나우)와 메르세데스-벤츠의 다임러(카투고)도 카셰어링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도 카셰어링 서비스가 있는데, 특히 복잡한 서울에서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를 중심으로 카셰어링 서비스는 점점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따지고 보면 자동차도 휴가 때만 쓰는 별장 못지않게 사용시간이 짧다. 차 소유자(직장인)가 하루에 차를 사용하는 시간은 보통 2~3시간이다. 세컨드카가 있을 경우 주말에는 아예 세워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구매비용, 보험료, 주차료, 수리비 등 차에 들어가는 제반비용을 생각할 때 카셰어링은 굉장히 합리적이다. 공유차는 하루 단위로 빌리는 렌터카와는 달리, 시간 단위로 빌리며, 사용 시간만큼 돈을 지불하니 렌트카보다 저렴하고 경제적이다.
카셰어링은 특히 젊은세대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이들은 우선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윗세대보다 현저하게 낮고, 차보다는 새 핸드폰이나 컴퓨터 기기를 장만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카셰어링은 어떤 미래를 가져올까? 전문가들은 카셰어링이 보편화되면 자동차 판매가 지금보다 30%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자율주행차까지 보급되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카셰어링이 자율주행 같은 신기술과 접목되면 자동차산업은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대변혁의 기로에서 자동차회사들은 어떤 대책을 강구해야 할까? 떠오르고 있는 공유경제와 새로운 생각을 가진 소비자층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빠른 적응과 변신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대답밖에 할 수 없어 답답하다.
공유경제가 불러올 자동차산업의 환경변화에 대해서는 다음에 좀더 포괄적으로 다루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