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터 넥텔, 페라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자
2016-10-07 08:00:00 글 민병권 기자
디터 넥텔은 페라리의 극동지역 총괄 지사장이다. 488 GTB 국내 출시에 맞춰 그를 인터뷰했던 1년 전엔 그랬다. 그 사이 공식 직함은 ‘페라리 극동 및 중동지역 CEO’로 바뀌어 있었다. 유럽·아프리카와 함께 EMEA로 묶여 있던 중동 및 인도 시장을 그가 수장으로 있는 싱가포르 허브에서 맡게 됐기 때문이다.
“유럽 허브에서 관리하는 딜러가 많아서 재편성했습니다. 덕분에 싱가포르팀이 좋은 기회를 잡게 됐죠. 가령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한 중동은 페라리에게 중요한 시장이에요. 기존 담당 지역들과 많은 부분을 공유해 시너지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난해 페라리의 중국 판매량은 22% 감소했다. 반면 그가 담당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일본, 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호주)의 판매량은 26% 증가했다. 캘리포니아 T 등 8기통 모델의 활약이 컸다. 458에서 488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중에도 8기통 페라리 판매는 17% 증가했다. 458과 488은 페라리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 세그먼트다.
아시아 시장에서 488은 458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와 비교해 훨씬 판매가 순조롭다. 1년전 그가 예상했던 대로다. 흥미로운 사실은 488 스파이더의 인기가 GTB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70:30 정도로 스파이더가 더 많이 팔린다.
“의외지만 좋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488의 개폐식 하드톱 모델은 아름다운 차니까요. 스파이더가 나중에 출시된 점도 영향을 끼친 것 같구요.”
FF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었다. 페라리는 다양한 의견을 모아 GTC4루쏘 개발에 반영했다
그러면 GTC4루쏘는 어떨까?
“전작인 FF는 그동안 페라리가 시도하지 않았던 영역을 개척했습니다. 판매 비중이 10% 미만이지만 덕분에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었죠.”
전형적이지 않은 페라리, FF는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젊은층을 유혹했다. 형태는 다르지만 동급이라 할 수 있는 과거 612 스카글리에티보다 고객 연령대가 10세 낮아진 45세로 나타났다.
페라리광들은 노면이 미끄러운 겨울철에도 뒷바퀴굴림 페라리를 끌고 나간다. 오히려 문제는 뒷좌석이 없거나 변변치 않다는 점이었는데 FF는 이를 극복했다. 페라리로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1만2,000km에 이르는 연평균 주행거리, 주행의 절반 이상을 뒷좌석 승객과 함께했다는 통계가 FF의 유별남을 보여준다.
GTC4루쏘는 다양한 상황을 멋지게 소화할 수 있는 4인승 다목적 페라리다
사실 FF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었다. 페라리는 다양한 의견을 모아 신차 개발에 반영했다. GTC4루쏘는 슈팅브레이크(왜건) 스타일 외관과 네바퀴굴림 등 FF의 장점을 살리면서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채용해 성능을 강화하고 안팎을 럭셔리하게 단장했다.
“FF는 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이탈리아 등 유럽과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아쉽게도 아시아에선 그렇지 못했죠. 하지만 시장은 변하고 있고 GTC4루쏘는 여기에 맞춰 개발됐습니다. 서울 시내를 달리건, 눈 덮인 산길을 누비건, 중동이나 호주의 사막을 가로지르건 다양한 상황을 멋지게 소화할 수 있는 4인승 다목적 페라리예요. 더 젊고 스포티하고 강력해졌으니 충분히 젊은층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V12 6.3L 엔진은 FF보다 30마력 높은 690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그가 자랑하는 GTC4루쏘의 3대 특징은 페라리다운 성능, 확장된 실용성(다목적성), 스포츠 럭셔리다. 8,250rpm까지 회전하는 V12 6.3L 엔진은 FF보다 30마력 높은 69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1,750rpm에서 최대토크(71.1kg·m)의 80%를 발휘하는 등 토크분출 또한 즉각적이다. 0→100 km/h 가속 3.4초, 0→200 km/h 가속 10.5초, 최고속도 335km/h 같은 수치 또한 동급 최고의 성능을 당연시하는 페라리 고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이전 FF의 네바퀴굴림 시스템에 뒷바퀴 조향 기능을 추가한 4RM-S는 GTC4루쏘의 다목적성을 완성해주는 기술이다. 어떤 주행 조건에서도 최적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 외관은 더 스포티하고 떡 벌어진 자세를 강조했고 공력성능도 개선했다.
페라리에도 커다란 인포테인먼트 화면이 요구되는 시대다
실내는 스포츠 럭셔리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동승자도 주행에 몰입할 있도록 좌우대칭 더블 콕핏 디자인과 터치스크린을 달았다. 10.25인치 풀 HD 화면, 편안한 시트, 고급스러운 소재, 소음, 공조장치 등 거의 모든 부분을 개선했다. 새 스티어링 휠은 극한상황에서 운전자가 하게 되는 행동을 연구해 개발했다.
FF와 다른 것 중 하나. 시동키를 꽂아 둘 자리가 생겼다
페라리의 터보 라인업 확대에 대한 얘기도 당연히 나왔다. 488과 캘리포니아 T에 탑재된 V8 터보가 ‘2016 올해의 엔진상’에서 대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했다는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터보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은 이제 더 이상 문제되지 않습니다. 터보 엔진 페라리가 처음도 아니거니와 고객들 또한 당위성과 장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니까요.”
그는 페라리 오너들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기회들에 대해서도 자랑하고 싶어했다. 지난 6월초 일본에서는 ‘페라리 홋카이도 랠리 2016’이 열렸다. 페라리 오너들이 자신의 차를 몰고 달리면서 현지 문화와 전통을 경험하는 투어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비슷한 프로그램이 올 겨울 우리나라에서도 열린다. 해외 페라리 고객들도 참여하며 GTC4루쏘도 투입된다. 또한 국내 고객을 위한 해외 투어도 마련한다.
“일부 고객들은 자신의 차를 감추거나 혼자만의 주행을 즐기죠. 페라리는 고객들이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예요.”
4인승, 네바퀴굴림, 다목적 스포츠카. GTC4루쏘는 러시를 이루는 럭셔리 SUV들에 대한 페라리의 대답처럼 보인다
내년 창사 70주년을 앞두고 기념행사 준비도 한창이다. 각국을 누비는 랠리와 특별 주문제작 프로그램, 그리고 특별한 신차가 나올 수 있다고 귀띔했다. 자세한 내용은 10월 파리 모터쇼에서 공개한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지금 한창 열리고 있는 파리모터쇼에는 V8 터보를 얹은 GTC4루쏘 T와 70주년 기념 한정판 모델이 여럿 등장했다.
2015년 페라리의 글로벌 판매는 7,664대였다. 올해 계획은 7,900대이다. 유럽을 위시한 EMEA 3,400대, 미대륙 2,700대, 중국 1,100대, 아시아 700대 비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