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새 사령탑, 스테파노 도메니칼리
2016-11-25 08:00:00 글 김종우 기자
최고의 브랜드를 이끄는 CEO와의 인터뷰는 늘 가슴 설렌다. 게다가 페라리와 함께 수퍼카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람보르기니의 새 수장이다. 인터뷰 중 스쳐가는 그의 말 한마디에서 새 싸움소의 단서를 찾을 수도 있고, 기자의 작은 의견이 신차 개발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9월 일본으로 날아가 올 3월부터 람보르기니를 이끌고 있는 스테파노 도메니칼리(Stefano Domenicali)를 만났다. 올해는 람보르기니에 경사가 겹친 해다. 설립자 페루치오 람보르기니의 탄생 100주년이자 기념비적 모델인 미우라 출시 50주년이기 때문이다. 람보르기니의 두번째 세기를 준비하는 중요한 때에 CEO로 부임한 그의 어깨엔 막중한 책임이 실려 있다. 그만큼 능력 있는 사람이기에 커다란 임무를 맡겼겠지? 인터뷰 준비를 하며 스테파노의 이력을 살펴봤다. 1965년 이탈리아 이몰라 출신에 볼로냐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1991년 페라리에 입사했으며….
페라리? 페루치오가 쓰디 쓴 간을 씹으며 350GT를 개발하게 만든 그 페라리? 더 나아가 스테파노는 2007년부터 페라리 F1팀의 감독을 맡아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수퍼카 메이커에 있어 모터스포츠팀 감독은 CEO에 버금가는 위치라 할 수 있다. 스테파노는 2014년 폭스바겐그룹으로 옮겨 아우디의 신사업 추진 부사장을 맡았고 지난 3월 람보르기니 수장 자리에 올랐다. 페라리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이 람보르기니에서 어떤 계획을 펼쳐보일까.
도메니칼리가 센테나리오를 직접 소개했다
스테파노 도메니칼리(이하 SD): 일본에서 열린 람보르기니 행사에 참석해줘서 고맙다(당시 센테나리오 아시아 최초 공개, 카본 기술 세미나, 콩쿠르 델레강스, 블랑팡 수페르 트로페오가 동시에 열렸다).
탑기어(이하 TG): 람보르기니 CEO로 부임했을 때 업계에선 ‘람보르기니, F1에 진출?’이 화제로 떠올랐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있는가?
SD: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 참가 여부를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F1 참가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람보르기니가 처음부터 추구해온 가치다. 수퍼카 제조사에게 모터스포츠는 성능 테스트 외에 소비자들과의 중요한 소통 방법이다. 이 때문에 람보르기니는 다양한 모터스포츠에서 활동하고 있다. F1의 경우 많은 투자와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람보르기는 우루스 출시와 생산 확대가 최우선의 목표다. F1 참가는 그 다음 문제다.
TG: 람보르기니의 경쟁사에서 옮겨 왔는데, 직접 느낀 두 회사의 차이점이 있다면?
SD: 기본원칙은 똑같다. 모터스포츠에 기반한 수퍼카 메이커다. 극명하게 갈리는 건 기술과 디자인이다. 예를 들어 람보르기니는 ‘커팅 에지’라고 직선적이고 날카로운 디자인을 추구하는 반면 페라리는 곡면 디자인을 추구한다. 기술적인 면에서 람보르기니는 카본파이버를 적극적으로 쓴다. 페라리는 과급기 사용에 관대하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콘셉트카
최근 럭셔리나 수퍼카 메이커들이 너나 할 것 없이 ‘SUV깎이’에 여념이 없다. 람보르기니 역시 SUV 우루스를 개발 중이며, 2년 내에 시판할 계획이다. <탑기어> 역시 람보르기니 SUV가 상당히 궁금했다. 참고로 우루스는 람보르기니 첫 SUV가 아니다. 최초의 SUV(심지어 픽업트럭이다)는 1986~1993년 생산된 LM002다.
TG: 곧 출시될 우루스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다. 수퍼카 메이커의 정체성을 어떻게 SUV에 담아낼 것인가?
SD: SUV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만큼 많은 메이커에서 만들고 그만큼 판매경쟁이 치열하다. 람보르기니는 당연히 수퍼 스포츠카의 정체성을 우루스에 담을 예정이다. 다만 자연흡기가 아닌 V8 터보 엔진을 사용한다. SUV는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스포츠카와 출력이 달라야 한다. 또 강화된 배기규정도 만족시켜야 하고. 참, 우루스는 벤틀리 벤테이가의 최고속도(300km/h)보다 훨씬 빠를 것이다.
TG: V8 터보차저 엔진을 사용한다고 했는데 우루스 외에 다른 모델에도 사용될 가능성은 있나?
SD: 과급기가 필요하면 도입할 것이다. 우루스처럼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페라리?)를 의식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다. 최근 배기규정이 강화되어 효율 좋은 과급기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분명한 점은 대중차 메이커와 우리 같은 프리미엄 메이커가 추구하는 방향은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는 효율보다는 감성을 중시한다. 수퍼스타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누구나 꿈꾸는 그런 차의 이미지를 지녀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요소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람보르기니 아스테리온 콘셉트카
감성을 중시한다고 해도 엄격해진 배기규정에 맞추려면 과급기 사용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사용도 검토해야 한다. 람보르기니는 지난 2014년 파리 모터쇼에서 공개된 아스테리온 콘셉트가 유일하다.
TG: 아스테리온에 대한 계획은 없나? 언제쯤 양산할 예정인가?
SD: 아스테리온은 람보르기니 모델들과 기본구조가 다르다.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서 중요한 모델이긴 하지만 구체적인 개발계획이 수립된 단계는 아니다. 현재 람보르기니는 집중해야 할 프로젝트가 많다.
행사에 참여한 많은 기자들을 만나느라 스테파노와의 인터뷰는 여기서 끝났다. 하지만 짧은 대화에서 그가 지휘하는 람보르기니의 방향을 읽을 수 있었다. 바로 모터스포츠와 SUV 우루스다.
람보르기는 우루스 생산라인 및 R&D센터 확장을 위해 2018년까지 볼로냐 공장을 두배로 늘이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500여명의 사원을 새로 뽑았다. F1에서 잔뼈가 굵은 그이기에 람보르기니의 F1 참가도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람보르기니의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새 사령탑이 된 도메니칼리의 활약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