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디자이너 배출 시스템을 만들겠다”, 리차드 정 KADA 회장
2016-11-29 08:00:00 글 김준혁 기자
Q 수십년 동안 자동차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본 한국 자동차 디자인의 현주소를 듣고 싶다.
글로벌 자동차 디자인업계에서 30년 이상 일하면서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예로 일본을 들 수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후반까지는 일본 자동차 디자인의 전성기였다. 일본 디자이너들이 각국에서 고르게 활약했는데,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후 우수한 디자이너가 배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에는 한국 자동차 디자이너들의 진출이 두드러진다. 해외에서 400명이 넘는 디자이너가 활동하고 있으며, 국내 디자이너도 800명에 달한다.
약 8년간 중국에서 활동하면서 새로운 모습도 목격했다. 중국 학생들이 빠른 속도로 디자이너의 역량을 갖추고 있는 모습이다. 심지어 디자인 전공도 아닌 학생들이 출중한 실력을 갖추고 취업 면접까지 보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가면 한국 디자이너들의 앞날도 일본처럼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들 정도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현역에서 활동 중인 카디자이너들이 후배들을 위해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전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고 업계를 선도할 수 있는 우수한 디자이너가 지속적으로 배출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이런 위기감은 많은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공통으로 느끼고 있다. KADA가 설립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Q 내년에도 ‘스마트 모빌리티 디자인 워크숍’을 열 예정인가?
올해 워크숍은 KADA가 주최하는 첫번째 공식행사이고, 비슷한 행사가 국내에서 열린 적이 없어 걱정을 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각국에 흩어져 있는 KADA 멤버들은 열심히 준비했다. 본업을 소홀히 할 수 없기에 개인 시간을 쪼개서 아이디어를 모았다.
워크숍이 임박했을 때는 커다란 압박감을 느끼기도 했다. 공식 홍보기간이 1주일밖에 되지 않아 걱정도 많았다. 더군다나 추석 연휴가 끼어 홍보가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날짜가 다가오니 많은 학생들이 참가 신청을 했다.
워크숍에 참가한 학생들의 열정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했다. 그래서 워크숍을 마치기 전 내년에도 같은 행사가 열리면 참가할 것인지 물어봤다. 입을 모아 당연히 참가하고, 1년에 한번 이상 이런 행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참석자들의 적극적인 반응에 KADA는 적어도 1년에 한번은 워크숍을 개최할 계획이고, 비정기적인 행사도 고려하고 있다.
Q 예비 카디자이너들,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경험은 열정을 낳고, 열정은 꿈을 키우고, 꿈은 목표를 갖게 한다. 학생들이 KADA의 행사를 통해 새로운 것을 경험함으로써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꿈과 목표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
좋은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스펀지같이 지식을 빨아들이고 배움을 추구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방법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앞으로 KADA는 예비 디자이너들을 도울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얼굴을 맞대고 만날 시간은 많지 않겠지만, KADA의 공식 웹사이트(www.koreanautodesign.org)를 알차게 꾸며서 온라인 상으로도 실력을 갈고닦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리차드 정은?
미국 ACCD를 졸업한 뒤, 1987년 미국 포드자동차에 입사해 포드그룹 전체의 감성품질 총괄을 지냈다. 2000년부터는 자동차 시트 및 인테리어 디자인 전문 회사인 존슨콘트롤즈에서 맹활약하다 최근 독일 Adient의 신상품/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