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디자인은 열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상엽 KADA 부회장
2016-11-30 08:00:00 글 김준혁 기자
Q KADA가 생긴 이유는 무엇인가?
디자인 분야는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 모임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KADA 같은 디자인 단체 설립은 세계 최초일 것이다. 3년 전 리차드 정 회장과 독일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디자이너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이 계기였다.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꿈을 주고 올바른 방향을 안내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KADA를 만들게 됐다. 또 다른 이유는 현재 국내외에서 많은 한국인 카디자이너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어디서 어떻게 일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네트워크를 만들어 정보를 나누자는 취지도 있었다.
Q 워크숍에서 만난 예비 카디자이너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가장 먼저 학생들의 실력이 무척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 그랑프리에 나온 주제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고 시간 제한도 있었다. 더군다나 미래 자동차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꽤 심각한 주제였기 때문에 현역 디자이너들에게도 어려운 과제였을 것이다.
심사를 하면서 “우리라면 같은 시간이 주어졌을 때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나름대로 주제를 훌륭하게 풀어냈다. 정말 기특하고, 이렇게 좋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고맙기도 하다.
보통 자동차업계에서 디자이너를 뽑을 때는 가능성이 많은 사람을 찾는다. 당장 뛰어난 실력을 보이기보다는 5년이나 10년 후에 얼마나 좋은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따진다. 그런 기준에서 디자인 그랑프리에 참가한 학생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Q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한국 자동차 디자인의 미래에 대해 느낀 점이 있다면?
자동차 디자인은 열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다행히 워크숍에 참가한 학생들 모두 열정적인 눈빛을 보여줬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 자동차 디자인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자동차업계는 굉장히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기존 패러다임이 뒤바뀔 만큼 큰 변화다. 모든 자동차회사가 깊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다. 이런 상황은 한국 디자이너들에게 커다란 기회다. 기존 자동차 디자인에서는 자동차공학과 문화를 깊이 있게 알아야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이런 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카디자이너가 단순히 자동차만 디자인하는 게 아닌, 삶과 공간 전체를 디자인하는 개념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자동차회사들도 하드웨어만 디자인하지 않고 자동차 브랜드와 관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새로운 미래는 한국의 카디자이너들에게 좋은 기회다.
Q 외국에서 활동하고 싶어하는 예비 카디자이너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언어 문제를 해결하고 재능이 뛰어나면 본인이 원하는 회사에 갈 수 있다. 무엇보다 훌륭한 포트폴리오와 좋은 인성을 갖춰야 한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할 수 있는 나름의 철학을 미리 키워나가는 것도 좋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글로벌 사회다.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고 지역간 물리적인 개념이 허물어졌다. 특정 지역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시작하는 일은 큰 의미가 없다. 내가 속한 현대자동차 같은 경우도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 중국 등 곳곳에 디자인 스튜디오가 있다. 실력만 뒷받침된다면 해외 스튜디오에서 일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좀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라고 전해주고 싶다.
이상엽 디자이너는?
미국 ACCD를 졸업한 후 페라리 디자인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디자인회사 피닌파리나와 독일 포르쉐 디자인센터에서 경험을 쌓은 뒤, 1999년 선임 디자이너로 GM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카마로 등을 디자인했고, 2010년 폭스바겐그룹으로 옮겨 2012년부터 올해 초까지 벤틀리의 선행 디자인을 책임졌다. 현재 현대차 제네시스 디자인 상무로 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