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자동차 디자이너를 위하여!
2016-12-12 08:30:00 글 리차드 정 (ADIENT 신상품·디자인 총괄 부사장)
현재 국내외 자동차회사에는 약 1,200명의 한국인 디자이너가 있다. 미국과 독일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각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모여 지난 8월 한국자동차디자인협회(KADA)를 설립, 산업자원부 소속 비영리단체로 등록했다(필자는 이 단체의 초대회장이다).
KADA는 세계 최초로 발족된 자동차디자인협회다. 현재 어느 나라에도 KADA 같은 디자인단체는 없다. 미국에 IDSA(Industrial Designers Society of America)라는 조직이 있지만, 이는 산업디자인 전체를 아우른다는 점에서 KADA와 성격이 다르다. KADA는 지속적으로 자동차, 더 나아가서 모빌리티업계의 디자인 인재를 발굴·양성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필자가 자동차 디자이너로 활동한 지 30년이 되어가고 있다. 그 사이 한국인 카디자이너의 위상은 엄청나게 높아져 그들의 손을 거치지 않은 자동차가 없을 정도다. 바야흐로 한국 디자인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다.
K-디자인 붐은 20년 전에 시작됐다. 유명 디자인 전문학교 - 미국의 ACCD(Art Center College of Design)와 CCS(College for Creative Studies), 독일의 포르츠하임, 영국의 RCA(Royal College of Art), 스웨덴의 우메아 등 - 에서 한국인 학생들이 공부를 해왔고,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국내에서도 주요 대학교에 자동차 디자인 전공이 있어 실력 있는 인재들이 국내 기업은 물론이고 외국 기업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필자가 본 한국인 디자이너들의 실력은 우수하다. 이는 외국인들도 인정하는 점이다.
최근에는 중국 디자이너들의 활동이 눈에 띈다. 빈약한 교육 시스템에서 창의적이고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을 배출한다. 마치 20여년 전 한국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풍부한 인적자원을 갖춘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자동차 디자인 붐이 일어난다면 한국의 위치는 어떻게 변할까? 상상만 해도 두렵다.
디자인 워크숍에 선보인 학생들의 작품에 KADA 회원들은 감동을 받았다
자동차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존의 디자이너들이 KADA를 만든 이유는 유망주를 발굴하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KADA는 첫번째 공식행사로 지난 9월 24일과 25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 워크숍을 개최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다. 이 행사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었는가? 한국 자동차 디자인의 밝은 미래를 확인했다.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자동차에 대한 열정을 갖고 카디자이너의 꿈을 키워가는 모습 말이다.
앞으로 자동차산업은 지금과 많이 달라질 것이다. 자동차 자율주행과 공유경제, 그리고 사물인터넷의 융합으로 새로운 산업이 일어나고 여기에 맞는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자동차 디자인도 새로운 흐름에 맞춰 이동수단 즉 모빌리티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최신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는 교육 플랫폼을 갖추는 등 할 일이 많다. 이는 KADA 회원들이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한국 자동차 디자인산업이 지금과 같은 위상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변화에 맞춰갈 수 있도록 KADA는 앞으로 적극적으로 노력해나갈 예정이다. 한국 자동차 디자인산업과 KADA의 밝은 앞날을 응원해주길 바란다. 또한 <탑기어>를 비롯해 이번 행사에 도움을 주신 기업과 관계자들께 감사 인사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