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이여 아듀~
2017-01-13 09:00:12 글 리차드 정(ADIENT 신상품/디자인 총괄 부사장)
지난 해 10월초 독일연방 상원의회(Bundesrat)는 ‘2030년부터 독일에서 판매되는 신차에 내연소 엔진, 즉 휘발유나 디젤 엔진 등의 내연기관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만약 이 법안이 시행된다면 우리 사회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자동차에 전기모터나 연료전지 같은 ‘제로 에미션’ 동력원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 법안에 맞는 자동차를 내놓지 못한 메이커는 세금 폭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파격적인 법안을 마련한 이유는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임으로써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이 없는 거주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 법안이 독일에만 적용된다고 하지만 독일이 사실상 EU를 리드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도 시행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게 되면 아시아 지역은 물론이고 북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세계1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면서도 ‘교토 의정서’를 준수하지 않는 미국이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까? 석유회사의 막강한 지원을 받는 트럼프가 독일의 친환경 행보를 따라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런데 독일연방 상원의회는 왜 이런 과격한 법안을 마련한 것일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자국의 자동차 메이커와 사전에 의견조율이 이뤄졌을 것이다. 다시 말해 독일 메이커들이 이런 방침을 준수할 자신이 있기 때문에, 입법부에서 법안을 통과시켰을 것으로 짐작된다.
2016년 파리 모터쇼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포르쉐 등 독일 메이커들이 전기차 콘셉트카를 소개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제너레이션 EQ 콘셉트카는 곧 상용화할 수 있는 신기술이 담겨 있다. 2개의 전기모터를 사용해 최고출력 410마력, 0→100km/h 가속 5초 수준의 스포츠카급 성능을 갖추고도, 1회 충전으로 500km를 달릴 수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해 전혀 부족함이 없는 스펙이다.
3년 전 ‘미래의 방향은 전기차’라고 선언한 포르쉐는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미션 E 콘셉트카를 바탕으로 한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를 발표했다. 올해부터 양산될 이 차는 0→100km/h 가속 4.4초의 고성능을 뽐내면서 50km 이하의 거리는 전기로만 달릴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포르쉐의 움직임을 고려해볼 때 2030년부터 제로 에미션 자동차가 시판되는 것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런 변화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생각해보자. 먼저 대기오염이 현저하게 줄 것이다. 먼지로 인한 호흡기질환도 사라질지 모른다. 또 자율주행차의 보급으로 교통체증이 줄고, 에너지 효율성이 그만큼 높아지면서 연료비가 낮아질 것이다. 엔진 정비가 필요 없고, 자동차 유지비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엔진음이 사라져 주행소음이 획기적으로 감소하고, 도로 주변의 방음벽도 상당수 없어질 것이다. 전문가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예측을 해본다. 그밖에 수많은 장점과 단점이 생기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자동차업계가 커다란 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변화에 우리는 얼마나 빨리 대응할 수 있을까?